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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in교사, 교사 속마음 디비기

[in 교사] 임신하면 퇴학? 그게 최선입니까? [in 교사] 임신하면 퇴학? 그게 최선입니까? 지난달 6일 서울 은평구 거북산 중턱을 파내려가던 경찰이 흰 옷에 싸인 갓난아기 백골을 발견했다. 2013년 9월 살해된 남아였다. 부모는 당시 중학생이던 A 군(16)과 B 양(17). 둘의 가정은 모두 가난했고, 부모에게 임신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키우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이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살해해 산에 묻었다. 형편이 어려워 직접 키우기 어렵다면 아이를 입양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은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생각했더라도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을 보낼 수 있다’는 현행 법규 때문에 중학생 부모가 입양을 선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 동아일보 2015.2.2일자 미혼부모의 영아살해는 충격적이지만, 몇 년에 한 .. 더보기
[in 교사] 거지근성! 너의 가난을 증명하라! [in 교사] 거지근성! 너의 가난을 증명하라! 10여 년 전부터 고등학교들이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에서도 해외 수학여행이 추진되었다. 여객선과 비행기를 이용한 일본과 중국 여행이었는데, 가격이 꽤 비쌌다. 먼저 학부모 서명을 받아오는 학생 설문을 했다. 이 지역 특성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무리를 해서라도 수학여행비를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철없는 마음 때문인지, 설문 결과 해외로 가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나는 처음 해외 수학여행이 논의 될 때부터 좀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동료 교사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 학교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데, 경비가 비싼 해외 수학여행을 가야 할까요?” 그러자 한 분이 이렇게 대답했다. “오히.. 더보기
[in교사] ‘개천’에는 ‘용’보다 맑은 물이 필요하다 [in교사] ‘개천’에는 ‘용’보다 맑은 물이 필요하다 ‘개천에서 용이 나와야’(정광필 칼럼, 2015.1.20일자 한겨레)라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갈수록 기업인 2세들에게 세습되는 부가 커지고 있으며, 외고와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이 법조인의 주를 이루고 있어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다. ‘대학 당국은 공정성·객관성에 얽매일 게 아니라 성적은 다소 낮지만 역경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미래의 용들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대학이 미래의 인재를 키워야지, 사교육업체와 학부모의 욕심에 힘을 실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이 글의 제목이 불편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주된 관심사가 ‘용’ 만들기였고, 그것이 모든 파행을 낳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 더보기
[in 교사] ‘사랑하라’고 부추기는 불량 교사 [in 교사] ‘사랑하라’고 부추기는 불량 교사 1학기 중간고사 성적 정정 기간이었다.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과 관련된 서술형 문제 채점에 이의가 있다며 1학년 남학생이 찾아왔다. 문학 작품을 놓고 1~2점 점수 때문에 갑론을박하는 일은 서글프다. 나는 학생에게 “사랑도 못 해보고 이 문제를 논할 수 있겠니? 사랑 먼저 해 봐라.”하고 웃으며 돌려보냈다. 그런데, 그 해 가을 그 학생이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상담을 요청했다. 죽고 싶다고 했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는데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라 했던 내 말이 씨가 되었나 하는 생각에 뜨끔했다. ... 그 학생은 집안 형편이 무척 어려웠지만, 똑똑하고 성실해서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가난한 처지에 여자 친구 사귀는 게 쉽지 않았다. 작은 .. 더보기
[in 교사] 10대라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in 교사] 10대라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첫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날이었다. 수능 전날이었던 것 같다. 단축수업을 해서 일찍 일과가 끝난 학교 운동장에 하얀 눈이 하염없이 쌓이고 있었다. 우리 학교 뒤편에는 중학교가 있다. 눈발에 취해 있던 내게, 복도에 나갔다가 교무실로 들어온 동료 선생님이 말했다. 남녀 학생이 중학교 본관 앞 계단에 앉아 눈 내리는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한 시간째 꼭 붙어 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나는 달달한 상상에 사로잡혔다. 이제 갓 이성에 눈 뜨기 시작한 아이들의 첫눈처럼 순결한 사랑, 시간이 멈춰진 듯한 경이로움을 떠올리면서……. 그때, 나의 이런 상상을 산산이 깨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동료교사의 말이었다. “쟤들 저러고도 성욕이 안 생기나?” 조금 .. 더보기
[in 교사] 너의 몸이 네 것임을 알리지 말라 [in 교사] 너의 몸이 네 것임을 알리지 말라 “학생을 정지시킨 후 차렷 자세에서 시선은 전방을 바라보게 하고 ‘앞머리가 눈썹 아래일 경우는 대부분 앞머리가 눈을 가릴 수 있으므로 안 됩니다. 옆머리는 귀에 닿으면 안 되고 뒷머리는 목깃에 닿으면 안 됩니다.’라고 지도한다.” 2010년 학교에서 학생 집중단속 참고 요령으로 배포했던 문건의 남학생 두발 지도 요령이다. 이 문건에는 그 외에도 교복 단추를 하나라도 풀었을 때, 치마길이가 무릎 위 1㎝ 보다 짧을 경우, 액세서리를 착용한 경우 등등에 대처하는 친절하고 꼼꼼한 지도 요령이 적혀 있었다. 학생 인권 조례 시행 이후 좀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 용의 복장에 대한 세밀하고 엄격한 규정은 존재한다. 어느 해인가는 4월 초에 여름 날씨처럼.. 더보기
[in교사] 일등만 기억해서 고달픈 세상 [in교사] 일등만 기억해서 고달픈 세상 가끔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소란을 피우는 학생이 있다. 설득해도 나아지지 않을 때, 종종 상담실로 불러 한 시간 이상 얘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시간은 많이 걸리더라도 수업 분위기를 좋게 하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학생을 위해 수차례에 걸친 상담시간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렇게 만났던 한 학생은 엄마에 대한 불만을 잔뜩 쏟아냈다. “정말 엄마를 때려주고 싶다니까요.” 그 학생은 초등학교 때 엄마에게 상처 받은 일을 생생히 묘사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라고 했다. 식탁에서 엄마가 시험 점수를 물어봤단다. 대부분 90점이 넘었는데, 수학이 60점이라고 하자, 엄마는 갑자기 아이가 먹고 있던 밥그릇을 빼앗아, 앞에 있던 깍두기에 .. 더보기
평가만 남고 수업이 사라진 교실 [in 교사] 평가만 남고 수업이 사라진 교실 1년에 네 번 있는 정기고사. 시험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학생들은 당당히 자습을 요구한다. 고등학교는 내신이 입시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 요구는 더욱 정당해 보인다. 시험을 앞둔 마지막 한 두 시간까지 수업하는 선생님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런 자습에는 주로 지금껏 수업시간에 없던 질문이 빗발친다. 그러나 그 질문들을 듣고 있으면 나는 정말 슬프고 초라해졌다. 그래서 자습을 하도록 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라. 그렇지만, ‘...나와요?’ 로 끝나는 질문이나, ‘이거 해야 돼요?’라는 질문은 사절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질문을 바꿔서 이렇게 물어본다. “선생님, 이거 알아야 돼요?” 이 말의 진의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더보기
인성을 ‘인증’하겠다는 '인성교육진흥법' [in 교사] 인성을 ‘인증’하겠다는 '인성교육진흥법' 지난 해 말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의장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교육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학교 현장에서도 청소년들이 협동심과 배려심 등을 키울 수 있도록, 입시위주지식위주의 교육을 탈피해 다양한 인성교육이 실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의장 외에도 이 법 제정을 추진한 교총, 국회의원들, 혹은 교육부의 인터뷰를 보면,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에 인성교육에 소홀했다고 한다. 아마 우리 국민이라면 대부분 그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 정말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인성 교육에 소홀했다면,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무들이 하나 둘 말라 죽어가고 있는 울창한 숲에 잔뜩 병충해가 든.. 더보기
[in 교사] 일제고사 없이 불가능한 교육 [in 교사] 일제고사 없이 불가능한 교육 2008년 그간 1~3%의 표집된 학생만 치르던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국 해당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일제히 치르는 시험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일제고사였다. 이 시험은 특히 학교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성적을 공개하도록 하여 초중고등학교를 서열화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시행 당시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 이를 거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결국 일제고사를 보지 않을 자유를 학생들에게 고지했다는 이유로 7명의 교사가 해직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당연히 일제고사는 시행되자마자 전국의 학교들에서 많은 비교육적 행태를 양산했다. 각 시도 교육청 별로 일제고사 성적이 비교되었고, 또 그 안에서 각급 학교들끼리도 비교되었다. ▲ 2010년 일제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