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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in교사, 교사 속마음 디비기

[in 교사] 어떤 꿈을 꿀까? [in 교사] 어떤 꿈을 꿀까? 어려서 장래 희망을 물으면 특별히 되고 싶은 게 없어서 난처했다. 꼭 대답해야 할 때는 ‘훌륭한 사람’이라 했다. 어른이 된 뒤 어린 딸과 함께 본 ‘곰돌이 푸’ 만화에 등장하는 소년, 크리스토퍼 로빈이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어른들은 왜 꼭 우리에게 무엇이 되라고 할까? 그냥 가 되면 안되나?’ 대충 이렇게 기억한다. 한때는 정부에서 이런 교육 지침을 홍보하던 적이 있었다. “모든 교과목을 잘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한 가지만 잘하면 잘 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런 주장은 지금도 종종 듣는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뭔가 석연찮다. 그래서 가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꼭 뭘 잘해야 하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 더보기
[in교사]쓰레기 교과서 [in교사] 쓰레기 교과서 ‘시험이 끝난 뒤 버려지는 교과서’ 2011년 트위터에 올라왔던 사진이다.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은 1954년 1차 공포된 이래 5년~10년에 한 번씩 7번 개정됐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교육과정을 수시 개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계속 바뀌고 있다. 그때부터 학교에선 거의 1,2년에 한 번씩 새로운 교과서를 선정했던 것 같다. 교과서 선정은 1~2달 정도 시간을 갖고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다양한 교과서가 학교에 모두 구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동 교과 선생님들이 검인정 교과서를 과목별로 훑어본다. 문학만 해도 14종 상하 28권, 국어, 독서와 문법 등 그 외의 교과까지.. 더보기
[in교사]보충수업 잔혹사 [in교사] 보충수업 잔혹사 고등학교 교사로 출발한 나의 교직 생활을 돌이켜 보면, 싸워보기도 전에 패한 자의 삶이란 생각이 든다. 교단에 처음 섰을 때,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보충수업(방과후 수업)이었다. 보충은 정규 수업 시작 전이나 끝난 뒤 0교시와 7,8교시에 진행됐고 방학 중에도 계속됐다. 학생들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켜 주고픈 교육적(?) 열망을 이해한다손 쳐도 이 수업을 강제하며 수업료를 받는 것이 너무나도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학교에서 첫 해에 바로 담임을 맡았다. 이미 임시직으로 있으면서 학교의 어두운 면을 경험했고, 당시는 조금만 부조리를 거부해도 바로 빨갱이로 낙인찍히는 시대였기에, 새로 간 학교의 첫 1년은 죽었다 하고 지내자고 다짐했.. 더보기
[in교사] 사랑이어도 안 괜찮아 [in교사, 교사 속마음 디비기] 사랑이어도 안 괜찮아 떠올리기에도 부끄러운 기억들이 있다.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억도 그 중에 하나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하나하나를 정말 사랑하셨다. 어린 나이이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선생님이 우리들의 활기, 호기심, 웃음을 귀엽고 예쁘게 여긴다는 걸 알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웬일인지 나는 그 해의 첫 시험을 무척 잘 봤다. 담임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눈에 띄는 신뢰와 기대를 보내셨다. 다음 중간고사 영어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감독으로 들어오셨다. 영어선생님이었던 그분은 내 시험지를 자주 들여다보셨다. 그리고 시험 도중에 말씀하셨다. “이 녀석들 묵음되는 철자를 빼고 써?” 나는 얼른 고쳐 썼다. 내 얘기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 주시는 힌트라 생각했.. 더보기
[in교사] 선생님, ‘칼퇴’하시네요? [in교사, 교사 속마음 디비기] 선생님, ‘칼퇴’하시네요? 서울의 고등학교 교사 출근시간은 8시 이전, 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점심시간까지 근무시간에 포함되므로 8시간 일하고 나면, 퇴근 시간은 4시 30분 전후. 많은 직장인들이 한참 일할 시간에 교사들은 퇴근시간을 맞는다. 하교하는 학생들과 섞여 정시 퇴근하는 교사에게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자연스레 농담을 건다. “칼퇴하시네요?” “에,에,에~칼퇴! 칼퇴! 칼퇴!” 농담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깝다. 2008년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은 학교선택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간 자율학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분은 매일 많은 수의 교사들도 밤 10시까지 남아 자율학습 감독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와중에 학교 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분회 선생님들 .. 더보기
[in교사] 새벽1시에 아이 행방 찾아달라는 학부모... [in교사, 교사 속마음 디비기] 새벽1시에 아이 행방 찾아달라는 학부모... 교육학 이론에 따르면 성직관, 노동직관, 전문직관의 세 가지 교직관으로 교사를 볼 수 있다. 한국사회가 교사를 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교사는 방학 때 놀면서 월급 받고 나태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정년을 보장받는 개혁의 대상이기도 하고, 학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해야 마땅한 존재이기도 하다. 담임반 아이가 쉬는 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팔이 부러져서 보건실에 데려가 응급처치를 하고 학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실 수 있냐고 했다. 학부모는 담임이 아이를 데리고 가야지 왜 학부모가 가야하냐고 화를 내셨다. 다음 시간 수업도 있고 점심 급식 지도도 해야 하고 오후에도 수업이 있는 상황이.. 더보기
[in교사] 아이들을 위한, 미래의 ‘좋은’ 일자리 [in교사, 교사 속마음 디비기] 아이들을 위한, 미래의 ‘좋은’ 일자리 연간 200만원이 조금 못되던 대학 등록금이, 10년 만에 천만 원 남짓까지 치솟은 2010년, 봄. 입시 압박으로 늘 파행을 겪기에,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아 피해 왔던 고3 수업을 맡았다. 그리고 참 많이 고민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 중 이미 상당한 좌절감에 빠져있는 다수가 앞으로 가게 될 길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대학 등록금 인상에도, 졸업생들이 전하는 대학 교육의 질은 별로 좋아진 것 같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2008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했다. 대학들은 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노골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상아.. 더보기
[in교사] 친하게 지내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in교사, 교사 속마음 디비기] 친하게 지내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중학교 담임을 하면 빈번하게 겪는 일 중 하나가 여학생들 사이의 관계 문제다. 보통은 이런 식이다. 서너명의 여학생들이 친하게 지낸다. 그러다가 한 명과 나머지의 사이가 틀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뒷담화가 원인이다. 혼자가 된 여학생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당연히 혼자가 된 학생은 힘들다. 나머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는 그 아이를 괴롭히지도 함부로 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한다. 그래도 원래 친했으니 다시 친하게 지내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담임교사가 인위적으로 학급의 다른 학생들과 갑자기 친.. 더보기
[in교사] 공교육과 사교육이 경쟁한다? [in교사] 공교육과 사교육이 경쟁한다? 교직 생활을 하다보면, 학생들의 어이없는 행동에 놀랄 때가 있다. 그러나 어이없어 보이는 행동에도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학생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얘기를 좀 들어주기만 해도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한 명의 교사가 만나는 학생들은 너무나 많고, 한 해가 다르게 늘어나는 행정 잡무는 학생들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10년 전 쯤의 일이다. 한 학생이 자꾸만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기에, 옆으로 가서 어깨를 두드려 깨웠다. 꿈쩍도 안 하던 그 아이는 흔들어 깨우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선생님도 학원에 가서 새벽 4시까지 공부해 보세요. 우 씨~” 당시는 10시 이후 학원 금지법이.. 더보기
[in교사] 좋은 교사 vs 나쁜 교사? 종이 한 장 차이 [in교사] 좋은 교사 vs 나쁜 교사? 종이 한 장 차이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학생 훈계 한다며 흉기 체벌한 교사’라는 기사를 봤다. 제목만으로도 경악스러운 기사의 내용은 이러했다. 익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바둑을둔 학생과, 이를 구경하던 학생 네 명을 교사가 과일 깎던 칼로 체벌을 했고, 그 과정에서 한 학생이 허벅지에 4센티 정도의 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기사를 읽으며, 나는 이 사건의 복잡한 원인이 기사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고등학교는 야간 자율학습을 한다. 서울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자율’학습이란 것은 말뿐이고, 강제로 전체 학생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간 자율학습 동의서에 학생 사인을 받기는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