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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깨는 청소년들의 학교신문

[불이학교신문] 결혼이란? (feat. 불이학교)

시간이 좀 지났지만 불이학교신문 제26호(2015년 9월 24일 발행)에 실린 기획 기사를 싣습니다.

2015년 2학기가 시작됐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4번째로 맞이하는 2학기이니 새 학기의 설렘 같은 건 이미 날라 가버린 지 오래이다. 인도 준비로 바쁜 4기들과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2기 사이에 껴서 느긋한 학교생활을 즐기는 3기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번 학기가 마냥 여유롭지 만은 않다. 개학 한지 2주일 정도지만 정말 다채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무지개 학교와 연합 체육대회, 원신동 마을 축제, 도난 사건까지 불과 2주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런 다채로운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손샘의 결혼식이다. 손샘은 물론 불이가족 모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내가 결혼을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했을 듯하다. 그런 학생들의 궁금증을 달래주기 위해서 학생들과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해 오신 우리의 부모님들께 설문 조사를 해보았다.
 불이학교 학생에게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알기 위해 진행했던 결혼 설문지에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뽑아 보았다. 그중 뽑힌 남녀 8명 중 5명과 함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과연 멀고도 어려운 주제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대담, 설문 정리 최우석, 장예린 기자



Q. 본인이 결혼하고 싶은 이성으로 뽑힌 소감이 어떤가요?
A군 :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어요.
B군 : 좋죠. 좋은데 궁금하다. 누가 뽑았을지.
진행자1 : 다른 분들은 소감이 어떠세요?
C양 : 몰라. 아무 생각도 안 드는데.
D양 : 우리 학년 전체 중에서 C양이 신붓감 1위에요.
E양 : 우리가 상상을 해봤어. ‘우리가 남자라면 어떤 여자를 채갈까?’ 근데 C양은 다정하지는 않지만 챙겨주고 집안 살림 잘 해. 가끔 예상치 못한 곳에서 C양이 세심할 때가 있어.
D양 : 다들 순하고 집안 살림 잘 할 것 같은 사람만 모였네요.
E양 : D양은 별로 순하지 않은데.
D양 : 집안 살림은 잘 할 것 같이 생겼잖아.
E양 : 억척스럽게(웃음).
D양 : 맞아. 나 며느리감 1위야.

Q. 본인이 지목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군 : 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B군 : 저는 머리 색깔이요.
E양 : 아니야. 그래도 머리 색 말고도 뭔가 매력이 있으니까 지목됐겠지.
D양 : 내가 지목된 이유는 분명히 쓸 사람이 없어서..? 형쌤이 나 쓰신거 아냐?(웃음)
C양 : 근데 나는 진짜로 쓸 사람이 없는데 눈앞에 내가 있어서 쓴 것 같은데.
진행자2 : E양은 왜 뽑힌 것 같아요?
E양 : 나 진짜 왜 뽑혔지? 아. 근데 내가 연애보다는 결혼하기에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그런 게 있잖아. 연애하기에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기에 좋은 사람. 내가 연애하기엔 좀 재미없는 사람인데. 오래 살기엔 좀 괜찮은 사람인 거 아닐까.(웃음)

Q. 여러분을 결혼상대로 뽑은 사람들의 배우자 이상형 1위가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양 : 같이 살기 위해서는 성격이 진짜 중요하지. 일단 말이 통해야 하잖아.
C양 : 외모는 얼마 못 간대.
B군 : 근데 성격 안 맞으면 진짜 짜증나.
진행자1 : 아 그러면 여기엔 다 성격 좋은 분들만 오신건가.
진행자2 : 성격 좋고, 외모 출중하고, 지식까지 겸비한 분들 인거지.(웃음)
진행자1 :: 그럼 외모는 다들 괜찮다고 생각하시는지?
D양 : 그건 인정할게요.(웃음) 아니 이건 뭐 농담이고, 외모는 얘 아닐까요? (A군 지목)
진행자1 : 그럼 A군은 외모밖에 볼 게 없다는 거잖아. 너무해.
D양 : 아니야. 성격도 좋아.

Q. 결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 해 주세요.
C양 : 난 결혼하기 싫은데.
A군 :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빠가 행복 하고 싶으면 결혼 안 하는 게 좋다고 하셔서.
E양 : 근데 보통 부모님들은 결혼하지 말라고 하시잖아.
E양 : 너무 늦게 하면 그게 또 안 좋대. 아기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잖아.
D양 : 결혼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애 낳는 것 때문이잖아. 아이와의 나이차이, 아이를 기르면서 힘들지 않을 체력 같은 것들 때문에. 근데 애를 낳지 않을 걸 생각하면 나중에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 난 웬만하면 결혼을 안 하고 싶은 주의라서. 왜냐하면 시댁식구 챙겨야 되고, 아무래도 여자가 더 힘들잖아. 애를 낳으면 애도 키워야 되고. 본인의 삶을 챙기지 못할뿐더러, 집안 살림도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되잖아. 난 반복하는 삶이 싫어.
B군 : 근데 결혼 안 하면 나중에 외롭지 않을까.
D양 : 그래서 나는  성격이 맞는 사람과 동거 하는 정도만 하고 싶어.
C양 : 나도 그런 게 좋을 것 같아.
B군 : 뭔가 결혼하면 구속될 것 같아요.
B군 : 저는 결혼을 해도 아이는 절대로 가지고 싶지 않아요. 나는 구속되지 않고 싶어.
E양 : 나는 근데 솔직히 결혼 하고 싶어. 내가 힘들 때 나눌 수 있는 파트너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난 애도 낳고 싶어. 첫 째는 아들로 낳아서 내가 못 다 이룬 오빠의 꿈을 내 딸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 물론 그 때 나에게 남자가 있어야 하겠지. 어쨌든 난 결혼 하고 싶은데.
C양 : 난 별로 결혼 하고 싶지 않아. 애도 별로 낳고 싶지 않아. 주변에 동거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재밌게 사는 것 같아서 딱히 결혼은 안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
B군 : 늙으면 하고 싶은데.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D양 : 진짜 늙었을 때라도 내가 이 사람이랑 꼭 살아야겠다 싶으면 애는 안 낳아도 알콩달콩 살다가 같이 죽는 거지.
E양 : 누구나 그런 생각은 있잖아. 나이에 상관없이 잘 맞는 사람,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랑은 나이에 상관없이 살고 싶을 것 같은데. 사람이 중요한거지.

Q. 결혼이란?
C양 : 하기 싫은 것.
A군 : 필요하면 하는 것.
E양 : 결혼이란 나에게 아직은 결혼식 뷔페.
D양 : 이건  맞는 말이야. 내가 결혼 안 하고 싶은데 또 결혼 하고 싶은 이유는 결혼식을 하고 싶어. 생에 한 번 결혼식장에서 드레스 입고.
B군 : 되게 피곤할 것 같은데.
E양 : 모두가 축하해주는 분위기도 좋은 거잖아. 근데 결혼하려면 돈이 진짜 많이 든대. 결혼식이랑 신혼여행까지 합해서 1억이 넘는대.
A군 : 그냥 집을 사는 게 낫겠다.
D양 : 결혼식이 의미가 있는 거지. 딱 한 번 하는 건데.
E양 : 사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단촐 하게 하고 싶은데 부모님들은 친척들 부르고 기본적인 것들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단촐 하게 못 한다고 하더라. 어른들에겐 결혼식에 대한 상징이 강하대.

Q. 마지막으로 ‘결혼’으로 이행시를 지어주세요.
E양 : 네가 해 봐.
진행자1 : 결혼보다는 혼자가 낫다.
A군 : 결정하기 힘들면 혼자 살래요.
E양 : 결국 인생은 혼자 사는 것.
진행자2 : 결혼상대 1위로 뽑힌 사람들이 다 결혼하기 싫어하네요.
B군 : 우리가 아직 결혼을 생각하기에 이른 나이라서.
D양 : 연애 한 번 못 해봐서 이러고 있는데.
E양 :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할 거 아냐.





결혼이란 무엇인가?- 이미 그것을 해본 이들의 조언


이번에는 학부모님들께 드린 질문들!
이 기사는 불이 학교 학부모님 20여분이 익명으로 작성하신 설문지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 결혼한 나이와 시기
결혼 하신 나이는 30살과 27살이 각각 4표로 가장 많았고 가장 일찍 하신 나이는 26살 가장 늦게 하신 나이는 32살로 나왔다. 결혼하신 시기는 봄과 겨울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 질문: 결혼의 장단점
결혼의 장점으로는 주로 배우자를 통한 안정감과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결혼 생활을 통해 가족이 주는 에너지와 포근함을 통해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결혼의 단점으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 또한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보다는 누군가의 ‘엄마’나 ‘아빠’ 불리는 때가 많아지면서 ‘자신’을 잃어버릴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고 또 한 사람과 오랜 기간 동안 원만하게 지낼 수 있을까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결혼의 장단점에 대해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말들 아래에 적어 보겠다.
(주옥같은 말씀이 너무 많지만 다 실지 못 한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

결혼의 장점
* 예쁜 아들을 얻었다. - 4기남자母
* 아이들로 인한 성취감, 행복감, 안정감, 제일 큰 장점은 나의 성숙!!! -3기여자母
* 하나가 아닌 둘이 기대어 친구 같은 관계가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2기남자父
* 인생과 시간을 같이 설계하고 내 뜻과 다른 사람과 깊이 맞추는 방법을 터듯해 간다. -3기여자母
* 부모님의 간섭에서 독립할 수 있다. -4기여자母
* 알아가는 중 -2기여자父
* 도를 닦을 수 있다- 2기여자母

결혼의 단점
* 무식한 아들을 얻었다. -4기남자母
* 얽매임, 많은 노동(자녀양육의 어려움) 결론>결혼은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3기여자母
* 혼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나만 생각 할 수 없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 -2기여자母
* 혼자 살 때 보다 더욱 깊은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버림받음, 모멸감) -3기여자母
* 대부분 뻔한 인생을 살게 된다. -4기여자母

세 번째 질문: 이상적인 배우자
리더쉽, 유머러스, 따듯함, 편안함, 소통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모두가 같이 생각하고 계신 부분은 바로 존중과 책임감이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외향적인 모습보다는 심리적으로 의지가 될 수 있는 배우자를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반대로 그런 이상적인 모습이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갈등이 생길 때, 터놓고 대화해 해결 할 수 있는 사람 -4기여자母
* 살다가 어려운 일이 생겨도 크게 낙심하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 -3기남자母
* 부족한 나를 성장시켜주는 배우자.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배우자. -2기여자母
* 인생의 맛을 여행에서 음미하며 인생의 계획과 진행을 성실하게 마주하는 시간 -3기여자母
* 함께 대화, 생각을 나눌 수 있는(말 그대로 이상임 ㅋ) -3기남자母
* 지금 내 남편 -4기남자母

네 번째 질문: 결혼 생활 중 재밌었던 에피소드
출산과정에서 남편이 탯줄을 자르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요통이 심하게 와서 산모와 함께 드러누움. 아기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젖을 먹이고 싶었는지 (ㅋㅋ) 젖몸살까지 앓았음 -2기여자母

* 고기 적당히 먹으라고 얘기해도 안 듣다가 TV에서 육식에 대한 다큐 보고 단번에 한 달에 한 번 먹자고 함 -2기여자母
* 신혼 때 가난했을 때, 결혼 1주년 기념일 때, 큰 맘 먹고 마트에서 와인 한 병을 샀는데 집에 오는 봉지를 떨어트려 와인 병이 ‘와장창’ 동네 슈퍼에 가서  3천원 짜리 포도주 사서 기념했던 기억이 나네요. -3기남자母
* 부부싸움을 하고 서로 이야기를 안 하자, 아이가 화해시키려고 아프다고 꾀병을 부렸던 일. 그래서 화해할 수밖에 없었다. -4기여자父
* 친정 시골에서 병충해 약을 치라고 장모가 시켰는데 제초제를 뿌려서 과수나무를 다 죽인 일.  -4기여자母
* 사춘기 아들 땜에 부부애가 돈독해졌을 때. 매일 같이 편먹음 -4기남자母


다섯 번째 질문: 결혼생활 팁
* ‘다름’을 ‘인정’하고 빨리 ‘포기’하라 -4기남자母
*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2기여자母
* 무조건 내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한 걸음 뒤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기-4기여자母
* 각자의 개성과 생활패턴을 인정할 것. 끊임없는 이벤트 필요! -2기여자母
*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 해선 안 된다. -4기여자母
* 참고 이겨내면 뭔가 좋아지겠지 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한다. -2기남자父
* 1.대화로 해결 (내가 잘못한 거) 2.세뇌로 해결 (내가 잘한 거) -4기남자母


마지막 질문: 결혼이란?
*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가는 것 - 4기여자母
* 시간이 흐를수록 편하고 재밌는 생활금고 -2기여자母
* 00(자녀이름)의 존재 이유 -2기여자父
* 새로운 탄생, 족쇄 장착(?), 사람배우기의 정점, 인간관계의 시험장 -2기여자母
* 해봐야 아는 것(안 해보면 모르는 것) -4기남자母
*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결혼해서 안 해도 후회인지는 잘 모름) 가족을 이루는 최소 단위- 2기남자父
* 대박과 쪽박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4기여자母
* 제도일 뿐,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4기남자母
* 예측불가! -3기남자母



글을 마치며  부족한 설문이지만 센스 있게 답변해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재밌고 인상 깊은 답변들이 더 많았지만 다 반영하지 못 한 점도 양해를 구한다. 손쌤 결혼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