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중고등 대안 <불이학교> 1기 드디어 졸업하다!
지난 2월 14일, 불이학교에서는 1기 남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전 학년 학생, 부모들이 다같이 모여, 이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조촐한 잔치가 마련되었다.
내년에 졸업을 앞둔 부모이자, 작년 이맘때, 1기 여학생들의 졸업식 (이번 1기와 같은 기로 입학했으나 한 학년이 높았던 기수)이 주마등처럼 스쳐서, 개인적으로는 졸업식이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기억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작년은 구 터전 운동장에서 졸업식이 이뤄졌었다. 하여 2시간 내내 살 속까지 파고드는 찬 기운, 메아리의 애절한 졸업식 기념사, 4 명 여학생들의 졸업을 맞는 감회의 한 마디 등이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었던 그 날의 기억이 강렬하다. 지금 생각하니, 마치 30년 고이 키운 딸아이 몹쓸 남자한테 시집 보내는 부모 마음 같은 안타까움 비슷한 무엇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졸업식은 새 터전의 2층 강당에서, 온기 가득한 공간이 먼저 달랐고, 선생님들의 표정도 작년의 그것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또한 학생 각자의 개성을 분출할 기회가 많았었던 탓인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특히 단체복까지 맞춰 입고 나온 남학생들은 더없이 의젓했고, 거의 3시간을 그들의 몸짓에, 소리에, 흠뻑 취해서, 충분히 즐기다 온 느낌이 새롭다.
사회는 그 전날 1기들과 학교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시느라 힘드셨을
형샘이 맡으셨다. 그의 패기와 개그적 멘트는 언제 들어도 새롭고 흥겹고, 아무튼 항상 기운을 업시키는 마력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불꽃처럼 관객과 청중을 집중시키는 열정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선생님들께서 졸업생들을 위해 합창하신 ‘불이 새 출발생을 위한 노래’는 몇 몇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가지신 (예를 들면 샘물쌤) 분들과, 샘들
각자 방학 내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연습하여 선보이신 다양한 악기 연주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졸업식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엿보이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기도 했다.
이날 특별히, 지난 5년 동안 비공개로 가지고 있었던 1기들의 소장 영상 중 일부를 공개 했는데 과연 1기들의 4차원적 모습이 그대로 농축되어 한바탕 폭소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졸업학생들에 대한 소개는 졸업생 중 한 명씩 형샘이 무작위 뽑아서, 뽑힌 학생에 대한 주요 영상을 소개하는데 내용은 그 학생이 하고 싶었던 활동과 특기사항 등이 보여지고, 이어서 졸업을 맞이 하는 가족들의 느낀점 및 바라는 바가 이어졌다. 특히 형샘이 영상위로 던지시는 그간의 회한, 애증 어린 그 학생에 대한 회고의 한 마디는 그간의 희로애락을 짐작하게 하고, 그의 사랑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영상이 끝나고, 형쌤의 우렁찬 목소리로 학생이름이 호명되면, 씩씩하게 걸어 나온 학생은 본인이 5년 전에 묻어두었던 타임 캡슐 속 편지를 꺼내서 읽어준다. 그 대목이야 말로 본인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얼마나 자랐는지 혹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실감나게 해주는 대목인 듯 했다. 이어서 교장샘 이신 강똥이 서계신 무대의 오른쪽 끝으로 가서 고운 한복으로 차려 입은 아삭께서 건네시는 강똥즙 (아삭이 정성들여 발효시켜 예쁜 병에 담아 둔 매실주)을 마시고, 이내 강똥께서 졸업장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불이만의 멋진 졸업식임에 손색이 없다.
학생을 둔 부모로서, 학생가족들의
메시지를 보내는 영상 속에서 졸업을 맞이하는 부모이기에 학생에게 전달하고픈 축하, 불안감, 기대감들을 갖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 주어 그런 안타까움이 혼자만의 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우리는 알기에 앞으로 펼쳐질 1기들의
모습을 쭉 지켜보고 싶다. 불이
학교 학생들이 불이를 떠난 새로운 사회에서도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더 큰 공통점을 발견하고, 경험해 나가기를 말씀하셨던 강똥샘의 교육빅뱅의 한 면모를 실현해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20150220 글 : 불이학교 2기 예빈맘
김용희 / 사진 :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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