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강당 가득 채운 눈물과 분노...
감동의 밤이었다.
유가족들 모셔놓고 객석이 비어 썰렁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한 것이 무색하게 덕양구청 대강당이 가득 메워졌다.
반년 동안 열심히 서명운동을 해온 분들은 물론 각 단체와 정당 분들, 평범한 학부모와 주부들까지 평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참 많이 와주셨다.
유가족으로는 세희양 아버님과 주현군 어머님께서 오셨는데, 두 분이 말씀을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모습이 보였다. 화장품에 향을 덧입히는 조향사가 되고 싶어했던 세희의 아버님은 서해 훼리호 사고 때 의경 신분으로 사고현장에서 근무하셨는데, 왜 사고가 나고 구조를 못했는지 안타까워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참사를 겪고 나니 그때 유족들이 특별법을 만들어서 사고를 예방했다면 딸을 잃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처럼 비극을 겪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원망하지 않도록 꼭 특별법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아버님은 또 서해훼리호 사고를 목격한 탓에 세희 남매에게 수영을 가르쳐주었고, 익사할 리는 없겠다고 안심했는데 결국 익사하고 말았다며, 부모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자식을 지키려 한들 국가의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식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다.
기타도 잘 치고 프라모델 조립에도 각별한 솜씨를 가졌던 자동차 연구원 지망생 주현이의 어머님은 부모님들이 바라는 건 보상이 아니라 안전뿐이며,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앞서서 열심히 싸울테니 함께 해달라고 호소하셨다.
두분 말씀 중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울었고, 특히 객석에 앉아 계시던 건우군의 이모님이 나오셔서 사고 이후 보고 겪은 일들과 밤마다 잠못 이루고 전화해서 우는 건우 어머니 소식을 전할 땐 울음바다가 되었다.
1부 진행을 맡은 역할 때문에 애써 냉정을 지키던 나도 건우 어머니가 너무 견디기 힘들다며,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여덟살바기 건우 동생을 키워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엔 왈칵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1부에서 가족분들의 말씀을 듣고 그 아픔과 슬픔을 공감한 후, 2부에서는 그간 고양시민들의 세월호 서명, 농성 등 활동상을 ppt로 보여주고, 시민들이 손수 응원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을 기증하고, 맞잡은 손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고양시민의 다짐을 낭독했다.
마친 후 저녁식사를 하면서 주현 어머님과 세희 아버님께 소감을 여쭤보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고, 고양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열심히 뛴 것도 알게 되어 감동 받았고 큰 힘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애초 간담회를 추진한 목적이 3차에 걸친 야합으로 힘이 빠져있을 가족분들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드리자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뿌듯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다는 분도 있고, 지역에서 한 가지 주제를 위해 이렇게 여러 단체와 노조 정당들이 연대한 일은 오랫만이라며 놀라는 분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연대의 힘을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지켜나가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먼 길 달려와 침체된 분위기를 일으키고 심기일전하게 해주신 주현이 부모님과 세희 아버님, 대책위 김혜진샘, 짧은 시간 동안 손발 맞춰 간담회를 성공적으로 치뤄낸 기획단과 준비모임, 어린이도서연구회, 전교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노조, 느티나무 도서관, 고양우리학교, 불이학교, 고양교육네트워크, 동녘교회, 국민TV, 한살림, 덕양햇살 아이쿱, 마을학교,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현수막과 포스터를 보고 찾아오신 시민들, 그리고 궂은 일 도맡아 소리없이 해낸 화정팀과 미관팀 식구들에게 감사의마음을 담아 큰 박수 보낸다.
20141030 글/이미지 : 솔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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