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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책바람, 두 번 담 넘은 강아지똥의 교육빅뱅을 디비다.

책바람, 두 번 담 넘은 강아지똥의 교육빅뱅을 디비다.





책바람 독서 토론회에 3년째 꾸준히 출몰중인 곰치입니다. 제 별명이 곰치인지 곰취인지 햇갈리는 분들이 많아요. 여기에는 나름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처음 책바람 모임에 나가던 날 저더러 별명을 지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곰취>로 불러달라면서 그럴듯한 설명까지 덧붙였어요. “여러분, 곰취나물 아시죠?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진한 향에 곰삭은 맛을 자랑하는 곰취... 제가 사람으로 치면 바로 딱 그 맛입니다...”

그랬더니 같이 있던 책바람 회원들 반응이 뭔 줄 아세요? “곰취... 발음이 조금 어려우니 그냥 곰치 어때요? 곰치 그 놈아가 못생겨도 맛은 좋아요.. 속풀이 해장국으로 끝내주거든요.. 말 해놓고 보니 생긴 것도 곰치 닮은 것 같은데....?”

술꾼들이 많이 모인 책바람 뒷풀이 자리에서 이미 대세는 기울었지요. 술꾼들에게 곰취나물이 땡기겠어요? 곰치 해장국이 더 땡기겠어요? 그때부터 저는 계속 <못생겨도 맛은 좋은> 곰치로 불리고 있답니다. ㅠㅠ

책바람 모임은 격주에 한번씩, 화요일 저녁에 모이지요. 초기엔 10여 명 넘게 모였는데, 최근에는 줄곧 6-7 명을 넘지 못하네요. 한가지 신기한 것은 토론할 때보다 2차 뒷풀이 자리에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지요. 2차 뒷풀이는 12시 전에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어찌보면 토론보다 2차 뒷풀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3년째 꾸준히 출몰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하나 있어요. 책을 안 읽고 가도 마치 읽은 것처럼 태연히 토론하는 천진무구한 자세... 상당히 고난도 테크닉이지요.^^ 그러다보니 3년 출몰하면서도 끝까지 완독한 책은 많지 않군요. 모든 회원이 저 같지는 않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지난 10월 21일 저녁에도 어김없이 책바람 모임이 열렸지요. 최근 바람 빠진 분위기대로 모두 6명이 모였네요. 나무, 덩이, 강똥, 여름, 신참 회원 한 분, 마지막에 곰치까지.. 신참 회원이 새로이 참석하는 경우는 참 드물었는데 이 날은 특별한 날이네요. 게다가 이순신 장군 관련 책까지 쓰신 필자이신데, 제가 그만 별명을 깜빡 했네요.. 죄송!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어요. 우리 대안교육계의 좌장이라 할 강아지똥 이철국 선생님이 쓰신 <교육빅뱅>을 읽고 토론하는 날이었거든요. 물론 저는 이 날도 책을 읽지 않고 독서토론에 임하는 꾸준함을 견지했지요. (강똥 선생님 죄송해요~~) 강똥 선생님이 먼저 책을 쓰신 배경과 핵심 주제를 차분히 설명해주셨는데, 솔직히 저는 그날 강똥 선생님 말씀에 감동 먹었어요..

강똥 선생님 왈.. “제 인생은 크게 두 번의 담을 넘었다. 첫 월담은 공교육에서 대안학교로 옮긴 것이다. 공교육 15년 생활 이후 현재 대안학교에서 15년 생활중이다. 그래서 저는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서로 장점을 받아들이며 발전해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 월담은 인문학에서 자연과학으로 입문한 것이다. 50세 넘어서 인문학 책을 버리고 자연과학 책만 공부했다. 137억년의 우주과학, 40억년의 지구과학,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를 다루는 뇌과학을 순차로 공부하였다. 그래서 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조화, 균형잡힌 세계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교사를 하면서 아이란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교육의 3주체는 교사, 부모, 학생이다. 그중에서도 교사가 핵심주체이다. 교사가 자주 바뀌면 학교는 불안하고, 교사가 중심을 잡아주면 학교는 튼튼해진다.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맡기면 불안하지만, 교사 전체가 협력하여 부족함을 서로 보완해야 한다.”

강똥 선생님은 현재 대안교육이 정반합의 단계를 밟아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표현하시더군요.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는 거 아니냐는 논란, 학업을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 가치교육을 주입식으로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 등을 극복하여 왔다는 것이지요.

또 대안교육이 너무 사회참여가 강하다는 비판과, 정반대로 너무 끼리끼리만 모이는 섬 같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면서 대안교육의 공통의 구호는 “지역사회에 섬이 되지 말자”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안학교는 외부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강동 선생님의 책을 읽고 가지는 않았지만 대안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의문점에 대해 열린 자세로 토론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한국의 대안교육이 밟아온 길, 현재 처한 위치,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까지 대충 밑그림을 알게 되었지요. 이 모든 것이 강동 선생님이 워낙 머릿속에 모든 쟁점에 대해 잘 정리를 해놓고 계신 덕분이겠지요. 

강똥 선생님의 마지막 정리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사회는 제도화된 공적 사회와 개별화된 사적 개인 중간에 시민사회 영역이 튼튼히 자리잡는 방향으로 성장해가야 합니다...”

책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토론을 통해 더 많이 배우는 책바람... 1차 토론 모임도 중요하지만 2차 뒷풀이 모임이 더 진지한 책바람... 책바람에 많은 새로운 분들이 참가하여 신바람을 불러넣어주실래요? <못생겨도 맛은 좋은> 곰치가 기다립니다.


20141027_글/이미지 : 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