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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아빠들의 합창 왜 하는겨??? 공동육아/대안교육 한마당, 10월 9일 호수공원에서 열려~


<아빠들의 합창> 왜 하는겨???

공동육아/대안교육 한마당, 10월 9일 호수공원에서 열려~



지난 10월 9일,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는 단체티를 입은 사람들, 공연 준비를 하는 사람들, 부스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바로, 고양과 파주에 있는 대부분의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대안학교, 그리고 교육/문화 단체들이 참여하는 <고양파주 공동육아 대안교육 한마당>(이하 한마당)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을햇살 짱짱한게, 날씨는 정말 죽였다.


햇수로는 10년째이고 횟수로는 8회째(신종플루, 지방선거로 두 번 개최 못함)인 한마당에 이리저리 엮인 사람들만 1000여 명이 될 것으로 꽃돼지 집행위원장은 추산한다. 이렇게 많은 이유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고양/파주 지역에 공동육아나 대안학교가 많은 까닭이다. 거기다가 작은도서관, 동네 동아리들이 합세했다. 주관단체가 12개, 참여단체가 9개, 후원단체가 19개다. 많기도 하다.


'삶과 배움이 춤추는 동네'... 이번 한마당의 캐치프레이즈다. 준비팀은 이번 컨셉을 '연합 난장 공연'으로 잡았고 그 목표는 달성됐다. 꽃돼지 집행위원장(불이학교 학부모)은 '그동안 각 터전별로 너무 자기네 터전에만 집중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합 공연을 중심으로 꾸몄다. 서로 소통하는 자리가 목표였다. 좀 어지럽긴 했지만, 각자 나름대로 즐기고 춤추고 위로하면서, 마지막에 서로 함께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공연을 했다. 연합 공연은, 각 터전별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좀 세게 밀어붙였는데 다들 잘 협조해줘서 할 수 있었다. 목표를 120% 달성한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중앙무대 뿐 아니라 난장무대를 두 개 더 두어 오전 시간에 작은 공연들을 소화했다. 여럿이 함께/도깨비 어린이집 <인형극>, 고양자유학교 동아리 <통기타 마을>, 불이학교 동아리 <K-pop & Girl's Hippop>, 하나인 학교 밴드 같은 학교 내 동아리와 아버지 극단 <가장자리>, 동네 뺀드 <봄날은 온다> 같은 동네 동아리들 공연이 난장/중앙 무대에서 풍부하게 이어졌다. 오후의 본 행사에서는 각 단체별 공연이 아닌 연합 공연을 주로 했다. 대동놀이를 시작으로 중등 대안학교 연합 <어쿠스틱 밴드>, 공동육아 어린이집 연합 <동요 합창>, 초등 대안학교 연합 <초등 합창> 공연이 벌어졌다. 광장을 에워싼 단체별 부스에서도 페이스 페인팅, 보드게임, 가방만들기 등 체험 마당이 열렸고, 광장 입구에는 단체들을 소개하고 대안학교 법제화와 관련된 내용이 전시됐다. 행사는 <대안학교 교사들 합창>과 한마당의 '꽃'이라 불리는 <아빠들의 합창>으로 마무리되었다.



▲ 집행위원장 꽃돼지 인터뷰 / 인터뷰 : 잠자리(특이하게 인터뷰이는 안 찍고 바닥만 찍음)



▲ 아자작(도토리 원장)의 안내로 대동놀이 하는 사람들



▲ 아자작(도토리 원장)의 안내로 대동놀이 하는 사람들



▲ 어린이집 연합 공연



▲ 초등학교 연합 공연


작년에 한마당을 준비하다가 취소 됐던 탓에 올해 한마당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와 호기심은 비교적 컸다. 꽃돼지 집행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지방선거 때문에 장소 구하기가 힘들어 취소됐다'고 얘기했지만, 한마당 사회를 본 괴물개도 공개적으로 말했 듯이 작년 준비 팀 내에서 한마당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힘들어 죽겄는데 이거 꼭 해야 하나. 한마당을 하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거 아니냐. 매너리즘에 빠져서 암 생각 없이 해대는 거 아니냐... 등.


나도 이번이 세 번째 참가라 궁금했다. 행사 취소로 이어진 작년의 문제를 이번엔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시켰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우리끼리 재미는 있었지만 머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정도일 듯. 준비팀의 컨셉대로 다양하고 풍부한 공간과 내용이 있었고, 참여한 학부모, 교사, 학생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하지만 사실 그게 큰 변화하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지나가던 시민들 혹은 일부러 방문한 '손님들'과 한마당 구성원들 사이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호기심에 둘러보긴 하지만 '쟤들끼리 잘 노는구나' 정도 생각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로 한마당을 방문한 최창의 전 교육의원은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 좋았는데, 같이 어울리긴 힘들었다.'라며 이 행사에 심리적 접근이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 <아빠들의 합창> '꿈꾸지 않으면'


▲ <아빠들의 합창>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특히, <아빠들의 합창>은 만감이 교차하게 만들었다. 이 합창은 고양파주의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대안학교에 아이를 둔 모든 아빠들 - 물론 무대에 안 선 아빠들 있음 - 이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나와 합창을 하는 거다. 첫 번째 한마당부터 시작됐던 전통있는(?) 행사다. 사회자 괴물개가 말한 것 처럼, 한마당 첫 회에 <아빠들의 합창>을 했을 때는 모두들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제까지도 한마당 관련해서 언론에 나면 항상 <아빠들의 합창>이 단골손님으로 다뤄졌다. <아빠들의 합창>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언론빨 때문에 계속 하는 걸까? 뭘 보여주고 싶은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아빠들의 합창>을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이른다. 이 코너가 주목받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감동받는다면 그 이유는 딱 하나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다른 아빠들과 달리 이 업계 아빠들은 육아에 '남달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란 걸 보여주는 거다. 근데, 실제로 그러한가? 실제로 그렇다면 당연한 걸 왜 저리도 티를 내야 하는건가? 내가 주변을 둘러보면 공동육아/대안교육 쪽에서도 대부분 - 비율은 좀 낮겠지만 - 엄마들이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엄마들이 있는 반면 배알 꼴려 하는 엄마들도 많다는 사실! 평소에 육아를 평등하게 나눠 담당했건 엄마가 주로 담당했건 간에 한마당 무대에서 주목 받는 건 아빠라는 점에서 그렇다.


체리(야호 어린이집 학부모)는 <아빠들의 합창>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먼저, 행사 마지막에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못마땅해요. 아빠들이 주인공이 아닌데 마지막으로 하니까 꼭 주인공 같잖아요. 그리고, 몇 번 봐서 그런지 식상하고 큰 감동이 없어진 듯... 선곡도 그렇고... 중고생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들을 했으면 더 신선하고 아이들도 더 감동 받았을 거 같아요. 연습을 빡세게 해서 더 멋지게 뽑던지... 저 정도 퀄리티라면 엄마들만의 공연도 중앙무대에서 했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라며, 덧붙여 '한마당이 전체적으로 아빠, 엄마 따로 공연하는 분위기인데 부부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은 별로 없더라구요. 애들 때문에 물론 함께 연습하고 공연하기 힘들 수 있지만 시도도 없는 모습이 좀 올드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그럼, 아빠들은 어땠을까? 이번에 처음 한마당과 <아빠들의 합창>에 참가한 아빠들과, 이러저러한 이유로 몇 년 째 참가하고 있는 아빠들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듯 하다.


올해 고양우리학교에 편입한 지수의 아빠 레오는 이번에 처음 참가했다. 연습에 참여하지 못해 당일 무대에 안 오르려 하다가 지수가 '아빠는 왜 안 올라가냐'는 말에 튀어 올라가더니 화려한 립싱크를 선보였다. 레오는 '정제되지 않은 아마추어 합창단이, 보는 이에 따라 최고의 합창이 될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합창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보아 주는 사람은 우리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이었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느낌 만큼은 어느 합창단 못지 않게 훌륭한 무대였다고 자부합니다. 근데,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관중 참여도도 좀 낮았던 거 같고... 우리들만의 합창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라며 감회를 밝혔다.


반면, 한마당에 세 번째 참가자한다는 삐딱이(도토리, 고양자유학교 학부모)는 이번에는 합창을 함께 하지 않았단다. '지난 두 번의 무대에 서며 회의가 느껴졌어요. 이게, 아빠들 공연하는 모습으로 육아를 함께하는 걸 보여주자고 시작했다던데... 전 그게 참 이해가 잘 안 됐고... 명색이 공연인데 연습도 안 하고 무대에 서는 것도 맘에 안 들고... 그냥 전에 했으니까 하는거 같아요. 이번엔 참여인원도 적드만요.'라며 '고의로' 무대에 서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언론빨을 포기 못해 계속 하는 거라면 머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는 <아빠들의 합창>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 하는지, 뭘 보여주고 싶은건지, 그 방식은 맞는건지 등...


집행위원장 꽃돼지를 비롯해 한마당을 함께 준비한 각 단위의 담당자들이 이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무지 고생한 걸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안다. 당일 행사 또한 준비팀의 컨셉대로 무리 없이 잘 진행됐다. 그 점에서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아빠들의 합창>을 비롯해서 '우리끼리 잔치' 분위기는 좀 더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 집행위원장 꽃돼지(불이학교 학부모)


▲ 집행위원들



▲ 개회선언을 한 강아지똥(불이학교 교장)



이번 한마당에 참여하고 후원한 단체들 리스트

* 주관단체 : 나무를 키우는 햇살, 도토리, 반딧불이, 야호, 여럿이함께, 도깨비, 고양우리학교, 불이학교, 하나인학교, 고양자유학교, 파주자유학교, 두드림자유학교
* 참여단체 : 책바람, 탐바루, 영주산마을협동조합, 고양청소년문화협동조합,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 함께살자, 지혜공유협동조합, 나눔연극작업소 '소풍', 아버지극단 '가장자리'
* 후원단체 : teais, 셀렉타(주), 건강지킴이 '수', 부부경희한의원, 세무법인 한결멘토, 정발산 사과나무치과, 수한의원, 법무법인 따뜻한변호사들, 노동당 고양파주당협, 서화한의원, (주)별터건축사사무소, 호락호락, 우리부리FC, 원당미성한의원, 자연에헤, 행신톡, 아기자신 미가스튜디오, 운정부부한의원, 자연에찬




















20141015 글 : 깨굴 / 이미지 : 깨굴, 잠자리, 가가멜, 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