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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대규모 아기사진 촬영업체 '피아체' 부도사태 그 뒷이야기 - 행신동 사진관 미가스튜디오를 가다

행신동에서 차를 타고 원흥지구를 가는 시골길을 가다보면 미가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온다.

건물안에 들어서면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차 한잔 하고 싶은 따뜻한 공간이 방문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1층에서 반가운 인사를 하고 2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하도 예뻐 살짝 앉아 창 밖을 내다 보면 가을빛 가득한 유리창에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담쟁이 잎들이 발길을 잡는다.

처음에 재능기부를 결정하고 고민이 많았죠. 직원들이 평소에 하던 일의 2배를 하게 되니 피로감을 호소하고 저도 이거 내가 좋은 일한다고 해놓고 너무 일을 벌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더라구요.”

  행신동 미가스튜디오 김도헌 대표의 솔직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김도헌이란 이름보다 동네에선 서랍이란 별명으로 친숙하다.

생애사진 앨범으로 유명한 대형업체 피아체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도가 났다. 피해자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 평소 알고 지내던 업계의 지인들과 의논하고 덜컥 결정한 것이 처음 생각과 다르게 힘이 부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찍어놓은 사진을 한 장도 찾지 못하는 피해자들과 12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큰 액수를 내놓고도 사진 앨범하나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상황을 눈감고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나도 사진을 통해 이윤을 내는 사람이긴 하지만 피해자들을 보니 안타까웠어요. 피아체의 경우는 업계에서 봐도 문제가 많은 경우였죠. 사업자가 무책임 한 거죠. 대부분의 사진업체들은 만약을 대비해 금액을 다 치루는 방식이 아닌 6:4 정도로 금액을 책정하거나 일부만 받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돈욕심에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이용해서 전액을 받고 책임지지 않은 거죠. 졸지에 소비자들만 추억을 잃어버린 셈이죠.”

  하지만 아내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어요. 우리가 사진을 통해 돈을 벌었는데 이번에 좋은 일 좀 하자고 하면서 걱정하고 고민하던 나에게 힘을 주었어요. 직원들도 묵묵히 제 의견을 따라 주었구요. 사진을 찍어주고 앨범을 만들어주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나의 재능을 사회에 다시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선착순으로 200팀을 받았구요. 지금도 매일 같이 사진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오셔서 사진촬영을 마치시면 고맙다고 눈물 흘리시는 엄마들도 있고 다시 찾아오겠다는 분들도 계셔요. 소중한 추억을 다 잃어버리는 줄 알고 충격을 받았던 많은 피해자들이 마음의 위안을 받고 돌아가시는 걸 볼 때 마다 힘들고 어렵지만 잘 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동창사이에서 지금은 든든한 인생의 반려자가 된 부인과 다정한 사진을 연출해달라고 했더니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지도 못한다.

에이,, 토란은 왜 이걸 취재하라고.. 별 일도 아닌데...”

멋쩍은 듯 이 기사를 제보한 토란 탓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들의 재능과 자산을 사회에 되돌려 보내려고 하는 부부의 소박하고 수수한 미소와 눈빛은 보는 사람에게 절로 미소 짓게 한다.

부부는 지역공동체인 동굴에서 3년째 사진교실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고 고양 우리학교에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을 20년째 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바램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다시 찾는 사진관을 만들고 싶어요. 진심으로 다가서면 단순히 사진을 찍는 일이라기보다 그 사람의 일생을 함께 하고 추억도 공유 할 수 있는 거죠. 한 가족은 첫째 성장앨범을 시작으로 이번에 넷째까지 오셔서 하신 분도 계세요, 제가 넷째는 비용도 거의 받지 않았어요

  고양시 행신동에 2001년에 이사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떠날 수가 없게 되었어요.”

  우리에게 사진을 찍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의 추억 속에서 사진관은 명절이나 졸업 등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단 10초의 순간을 위해 예쁜 옷을 차려입고 갔던 곳이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우리의 순간은 영원한 추억이 된다.

 사라져가는 동네사진관을 아쉬워 하며 누구든 쉽게 문을 열고 들어 올수 있는 사진관을 꿈꾸는 김도헌대표(서랍)의 사진관을 나서며 예쁜 옷 꺼내 입고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웃음을 지을 나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한참 웃는다.

 당신의 책상에 나의 액자 하나씩은 가지고 있나요?

                                                                              글 , 사진 가가멜(www.facebook.com/seongyu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