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호 신문까지 연재되던 불이학교 교사칼럼의 뒤를 이어 이번 22호부터 불이학교 학부모님들의 칼럼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불이마을협동조합 운영위원장님의 칼럼으로 시작되어 각 학년대표, 소위원회 위원장님들의 칼럼이 이어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 2월 14일 불이학교 1기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늠름한 1기를 보니 마음이 너무 뿌듯했습니다. 사회에 나가게 되는 우리 1기를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이야기 해 주었지만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좀 아쉬웠는데 이렇게 글로 전달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즐겁습니다. 이번 주에도 축구를 통해 영규, 진혁, 준범, 정호, 동훈, 지완이를 만났습니다. 아직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회인이라는 생각보다는 불이학교 학생으로 대한 것 같습니다.
저도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어 가고 있고, 제 후배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딧는 많은 사회초년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해 주고 있고, 해 주고 싶은 말을 우리 불이학교 졸업생들에게 그리고, 우리 불이학교 재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 곳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삶의 후배들에게 세 가지 정도 전해 주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멘토를 찾아라!’
어떤 분야에서든 나보다 잘하는 사람, 나보다 못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 기준이 나이기 때문이지요. 그 중에서 자신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멘토를 찾고, 그 멘토에게서 배우는 것이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저는 두 명의 멘토가 있습니다. 첫 번째 멘토는 제가 군대 제대 후 대학을 가기 위해 대입준비를 하던 시기에 만났던 일곱살 많은 분이였습니다. (당시 제 나이는 스물 다섯이었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생활을 통해 백치가 되어 버린 머리와 무모한 의욕만 가지고 시작했던 수험생활에서 만난 멘토였습니다. 당시 나이 많은 사람들끼리 모여 수험공부를 함께 하였고, 그분을 통해 공부를 하는 방법, 즉, 문장을 읽는 방법, 단락을 읽는 방법, 글을 읽는 방법, 교과서 전체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결국,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은 전체 구조 속에서 단편적인 내용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그 연관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행간의 의미를 추론해 내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15~16시간씩 8개월을 공부하였고, 대입시험 후 서로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알 수 없으나 그분에게서 배운 공부방식을 통해 제 삶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멘토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님입니다. 2007년 감정평가사 시험에 떨어진 후 3개월의 실직생활이 있었고, 그 후 지금의 사장님을 만나 현재까지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장님에게서 세상의 모든 일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정부조직이나 거대한 기업체뿐만 아니라 작은 김밥집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을 통해 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이후 세상일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미지의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 일도 결국 사람과 하는 일이고,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에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 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한번 밖에 살아갈 수 없는 삶이기에 언제나 낯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서 배우고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처음 가는 길이 낯설지 않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멘티를 만들어라!’
멘토를 찾는 것이 자기 삶의 방향을 찾는 일과 삶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멘티를 만드는 것은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입니다.
저는 제가 멘토에게서 배운 것과 제 스스로 알게 된 것을 멘티에게 전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 멘티들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동료들, 후배들, 집에서는 윤서와 윤서엄마, 밖에서는 제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된다면 제가 아는 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2년 전에 시작된 우리부리축구단, 그리고 그 해 여름부터 합류하기 시작한 1기 영규, 정호, 준범, 진혁, 지완, 동훈이... 처음에는 손발이 맞지 않아 매일 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씩 서로가 아는 것을 알려주고 익히면서 실력이 늘어 이제는 어느 팀도 무시못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조기축구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요. 하하 축구를 통해 한주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축구를 통해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보다는 사람과의 소통을 통한 완성된 팀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인지하고, 서로의 공간에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매우 긴장된 상황에서 필요한 순발력과 기민한 판단력, 그리고 그것을 실행시킬 수 있는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너무 축구이야기만 했네요. 이렇게 1기들과 축구를 하면서 우리 모두 성장하게 되었고, 우리들의 일요일 오전은 풍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인연도 소중하게 생각하라!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습니다. 아마 만기가 이 글을 보면 자기계발서에서 보는 상투적인 말이라고 비판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젊었을 때는 제 중심의 사고를 하고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기적이고 오만하게 되고, 사람과의 관계가 피상적이게 되었고, 제 자신의 삶도 얕아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와 관계하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삶의 무게가 있고, 나만큼의, 아니 그 이상의 고민과 삶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작은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을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모든 관계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 이전의 피상적이고 사물화되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말랑말랑해지고 살아 있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아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앞으로의 제 삶의 방향을 찾게 되었고,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결국, 나의 삶은, 우리의 삶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이 글을 적으면서 제 자신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불이학교에서, 불이마을협동조합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신 불이학교 신문제작부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글 : 꽃돼지
'나름대로 칼럼 > 깨는 청소년들의 학교신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이학교신문] 불이학생들은 진화하고 있다! - 강사쌤 인터뷰 2탄, 김재용 선생님 (2) | 2015.06.22 |
---|---|
[불이학교신문] ‘욕’, 너는 얼마나 쓰니? - 불이학생들의 욕 문화를 파헤쳐 보다. (0) | 2015.06.16 |
[불이학교신문] 강사선생님 인터뷰(1) : 댄스쌤 엄혜숙! - 파워풀과 큐트를 동시에 소유 하고 계신 불이 댄스쌤! 과의 인터뷰 한판 (0) | 2015.06.13 |
[불이학교신문] 불이학교를 떠난 이들 어떻게 사는가?(1) -불이학교를 떠난 졸업생들의 이야기- (0) | 2015.06.10 |
[불이학교 신문] 뜬금없는 랜덤 인터뷰-형쌤 (0) | 2015.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