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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깨는 청소년들의 학교신문

[불이학교신문] ‘욕’, 너는 얼마나 쓰니? - 불이학생들의 욕 문화를 파헤쳐 보다.

5월 15일, 다양한 기수의 학생들과 나누어 본 욕에 대한 이야기


요즘 10대 청소년들의 욕 사용 수준이 심각하다는 정보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못 느꼈는데 요새는 초등학생들도 자연스레 욕을 사용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종종 들려오는 청소년들의 욕 소리가 이제는 익숙할 만큼 어느새 욕 문화는 청소년들 사이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일상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욕 문화, 그렇다면 중, 고등학생의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불이학교는 어떠할까? 불이학교의 욕 문화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전 학년 욕 대담을 열었다. 불이학생들의 욕 사용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불이 학생들이 생각하는 ‘욕’이란 과연 무엇일까?
(각 기수에서 대표로 한 두 명씩 나와 대담을 했으며 각 학생의 이름은 가명 처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Q. 먼저, 다들 맨 처음 욕을 알게 된 계기, 혹은 경로가 어떻게 되시나요?
석호(3기):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지내면서 쓰게 되었죠.
병태(6기): 제 친구들로부터 접하게 되었어요. 그 때 애들이 음담패설과 욕을 굉장히 많이 썼었거든요.
견우(5기): 초등학교 선배들이요.
규현(3기):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애들이 교복도 입고 하니 가오(?)가 좀 있었어요. 그러면서 허세로 욕을, 일부러 세보이려고 썼거든요. 그 속에 있다 보니 저도 쓰게 된 것 같아요.
지혜(2기): 저는 4학년 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 때 전학을 갔는데, 반 친구들이 욕을 쓰고 있었고, 왕따도 있었어요. 그런데 애들이 저한테 막 그러는 거예요.  “왕따 당하기 싫으면 너도 욕을 해.” 라고.
모두: 헐, 그걸 직접적으로 얘기 했단 말이야?!
순이(5기): 전 5학년 때 좀 안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애들이 욕을 썼었어요. 11년 동안 평범하고 순수하게 살던 제가 12살이 돼서 욕을 쓰게 되었죠.....

Q.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접하게 되었구나.. 또, 다르게 접한 분들 계시나요?
갑돌(5기): 전 엄마요. 어렸을 때부터 욕을 듣고 자랐어요. 
나정(4기): 제가 어렸을 때 언니들이 욕을 엄청 쓰는 것을 봤었어요. 무슨 뜻인 진 모르지만 안 좋은 뜻은 맞는 것 같아서 쓰진 않다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혼자 있을 때? 쓰게 됐어요. 많이는 안하지만. 쓰더라도 친한 친구들끼리만 쓰는 것 같아요.
돌쇠(5기): 게임에서 접했어요.
용준(4기): 저는 아빠께서 비속어가 나오는 영화를 보실 때마다 옆에 있었어요. 그 때 알게 됐어요.


Q.
가족들한테도 접하게 된 경우도 많네요? 미디어를 통해 접한 사람도 많고요. 지금 다들 욕을 쓰는 분들이신데, 평소에 자주 쓰는 욕이 있으실 것 같아요.
지혜(2기): 저 욕 자주 쓰는 사람 아닌데요?!
석호(3기): 올해 들었던 말 중에 제일 웃겼어요.
모두: (폭소)

Q. 그래서, 자기가 자주 쓰는 욕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익명이니까 편하게!
갑돌(5기): ‘존나’랑 ‘씨발’?
견우(5기): 주로 ‘존나’나 ‘좆’을 쓰는 것 같아요.
석호(3기): 어떤 말을 할 때 그 말을 강조하기 위해서 ‘존나’나, 앞에 ‘개’를 붙여서 많이 써요.
나정(4기): 저는 그냥, 발이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면 아프잖아요. 그럴 때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씨발!’이 나와요. 혼자선 그러고, 친구들이랑은 가끔씩 ‘닥쳐’, ‘꺼져’를 쓰고요.
돌쇠(5기): ‘씨발’, ‘지랄’, 어.......
모두: 되게 많은가봐(웃음)
순이(5기): 평소엔 자주 안 쓰는데 화날 때, 게임하다 죽을 때 '뭐 같은 년', '씨발', '병신', ‘개같네’, ‘존나’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병태(6기): 특정 욕을 자주 쓰진 않고 다양한 욕을 골고루 써요.
지혜(2기): 저는 문장으로 나열해서 쓰는 편이에요. 니 주둥아리를 어쩌고 식으로.
용준(4기): 욕을 하는 것 보단, 상대에게 기분 나쁠 시비투로 얘길 해요.


Q. 대부분 쓰는 욕이 비슷하군요. 자주 쓰는 욕은 특별히 없지만 다양한 욕을 때마다 쓰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그럼 그 자주 쓰는 욕의 뜻은 아시는지.
모두: 그럼요, 다 알죠.

Q. 다 아시는데도 그 욕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두: 습관 된 게 제일 커요. 입에 붙어버렸죠.
나정(4기): 지방에선 사투리를 쓰잖아요. 그런 것처럼 욕은 저희가 말할 때 쓰이는 추임새랄까.
병태(6기): 욕을 하면 아드레날린이 분출돼서 화날 때 화를 좀 덜어줄 수 있고, 실제로 아플 때 욕을 하면 마찬가지로 아드레날린이 분출돼서 덜 아프다고 해요.
석호(3기): 그냥 저희 나이대의 말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욕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요.
규현(3기): 대체할 단어가 있다 해도, 뭔가 어색해요.
순이(5기): 그렇다고 애초에 바른 말만 쓰는 분들 보면,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아요.
모두: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훨씬 더 강조하는 거죠.

Q. 자신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표현하기 위해, 기분을 확실히 표현하기 위한 건가요?
모두: 그렇죠.

Q. 그렇다면 혹시, 욕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규현(3기): 저는 최대한 대체할 단어를 찾아서 썼어요. ‘존나’를 ‘몹시’라던가, ‘매우’라던가. 처음엔 어색해도 쓰려고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물론 그 말이 입에 붙어버렸지만.
지혜(2기): 저는 불이학교 와서 많이 나아졌어요. 선생님도 그렇고 제가 욕을 쓰면 옆에서 충고를 해준 친구 덕에 말이죠.
병태(6기): 저희 기수 대표께서 아주 철저히 통제하세요. 그래서인지 불이학교 입학 후엔 거의 욕을 안했어요.
견우(5기): 말 자체를 안 하는 거죠. 말하면 습관적으로 욕이 나오니까, 아예 말을 안 해버리는 거예요.
순이(5기): 그린쌤의 욕 수업을 듣고 좀 줄여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가진 못했지만.

Q. 욕을 쓰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먼저 좋은 점!
규현(3기): 욕 자체가 뜻이 나쁜데 좋은 점은 없죠. 아까 말한 쓰는 이유가 있을 뿐.
석호(3기): 아까도 나왔지만 그냥 감정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견우(5기): 휴지라는 단어는 딱 휴지란 뜻을 담고 있는데, 그 화난 정도를 ‘화났다’로는 표현이 안돼요. 그 땐 ‘빡쳤다’라고, 그걸 대체 할 단어는 없어요.
대부분: ‘화났다’ 보단 ‘빡쳤다’가 보다 더 저희의 화난 정도를 깊게 표현해주잖아요. ‘화났다’를 넘어선 화가 ‘빡쳤다’인거죠.

Q. 좋은 점은 없지만, 아까 말했듯이 감정 표현을 더 확실히 하기위해 쓰게 되는군요. 그럼 나쁜 점은 뭐가 있을까요?
규현(3기): 욕을 쓰지 않는 친구에겐 좀 불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욕 자체가 비속어인데 좋을 게 없죠.
나정(4기): 욕 뜻 중에 좋은 뜻을 담고 있는 욕은 없으니까.

Q. 욕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에겐 바보 멍청이가 욕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그건 아무것도 아닐 수가 있죠. 자신의 욕의 기준이 있다면?
순이(5기): 저는 많은 욕을 쓰지만, 그래도 정해놓은 선이 있는데 그게 패드립(부모 욕)이에요. 다른 욕은 몰라도 패드립은 절대 하지 말자.
갑돌(5기): 저도 패드립이요. 아주 심한 패드립.
나정(4기): 정말 화가 날 땐 쓰는 건 몰라도 말 시작할 때랑 말끝마다 욕을 붙이는 건 좀 불쾌하더라고요.

Q. 우리 불이학교의 욕의 수준, 강도는 어떻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이 쓰는 편인지, 적게 쓰는 편인건지.
갑돌, 규현: 정말 안 써요. 불이학교는 착한 거예요 정말.
나정(4기): 저는 오히려 여기 와서 더 쓰는 것 같아요. 전 학교가 대안학교인데 거긴 진짜 완전 통제하거든요. 오히려 불이학교가 더 자유로운 걸요.
지혜(2기): 전에 다니던 학교에 따라 기준이 다를 것 같아요.
순이(5기): 많이 안 하고 하고는 잘 모르겠지만, 불이학교는 제제는 있잖아요. 제가 전에 다니던 학교는 제제가 없었거든요.


Q. 전에 다니던 학교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것 같네요. 일반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불이학교가 욕을 안 쓰는 편이라 하고, 대안 학교를 다닌 친구 중엔 불이학교가 많이 쓴다고 하고... 각 기수마다 욕을 썼을 경우에 하는 대처법이 있나요?

6기: 날마다 정해진 벌을 따라야 해요. 월요일엔 모든 이에게 사과하기 등등. 
5기: 묵언수행이요 묵언수행.
4기: 저희는 욕보단 다른 문제가 있어서요. 지각이라던가......
3기: 일단 담임선생님이 샘물쌤이시죠. 딱히 대처법 같은건 없는 것 같아요. 욕 듣는걸 싫어하시는 샘물쌤에게 혼나는 것만으로도 겁이 나서..
2기: 저흰 이제 나이도 많으니까 알아서 욕하지 말잔 분위기예요. 그래도 쓰는 친구가 있을 때, 예를 들어 그 친구가 “아 존나 빡쳐!” 하면 그린쌤께서 “넌 얼마나 빡치면 좆이 나오니 여자애가~” 라고 하세요. 그럼 되게 민망하니까 안 쓰게 돼요.
욕의 뜻을 확실히 인식하게 해주는군요.

Q. 자, 이제 끝이에요. 돌아가면서 오늘 대담을 마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혜(2기):  각 기수가 얼마나 욕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애들이 다 잘 말하는 분위기였던 게 좋았어요. 음, 불이학생들이 이제 욕을 안 썼으면 좋겠네요.
갑돌(5기): 갑돌이가 참 멋진 것 같아요.
돌쇠(5기): 제가 욕을 많이 한다는 걸 알았어요. 다른 사람들도 많이 안 했으면 좋겠네요.
견우(5기): 다 같이 얘기해봐서 좋았고요. 우리 다 잘 고쳐서 바른 입이 됩시다.
석호(3기): 다른 기수의 얘기를 들어봤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순이(5기): 이 자릴 통해 욕을 줄진 않겠지만, 때가 되면 없어지리라 믿어요.
나정(4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욕에 관한 입장을 들어봐서 좋았어요.
병태(6기): 6기는 욕 때문에 절하는 사람이 없도록 바라고 있어요.
용준(4기): 제가 욕을 하게 된 계기를 이번 대담을 통해 처음 해본 건 같아요. 욕을 자제해야겠죠.
바쁜 와중에도 대담에 참여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학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불이학교신문 송윤서, 정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