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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깨는 청소년들의 학교신문

[불이학교신문] 불이학교를 떠난 이들 어떻게 사는가?(1) -불이학교를 떠난 졸업생들의 이야기-

2015년,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불이학교를 채운다. 하지만, 그만큼 매일 보던 얼굴들도 떠나간다. 우리와 다른 길을 택하여 전학을 가는 학생들, 불이학교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낸 뒤 졸업을 하게 되는 졸업생들이. 그들은 자주 놀러온다는 말과 함께 떠나지만, 각자 바쁜 스케줄로 인해 얼굴 보는 것도 뜸해지고 간간히 들려오는 근황으로만 ‘아, 잘 지내는구나.’ 라고 어림짐작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많이 아쉬울 뿐.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다 알 수 없는, 떠난 이들의 근황. 그런 궁금증을 직접 물어보기 위해 기획하게 된 ‘불이학교를 떠난 이들 어떻게 사는가?’ 그 첫 번째는 졸업생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1. Q&A


1기 여학생들이 졸업한 지 1년이 되었다. 우리 불이학교의 첫 입학생이자 첫 졸업생들.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궁금한 점들을 모아 1기 여학생들 중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이유빈 양을 인터뷰하였다.



Q: 졸업한지 약 1년 정도 되셨는데 현재 무엇을 하며 지내고 계신가요?
A: 입시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불이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매일매일 가던 학교를 가지 않은지 1년이 되었어요. 처음 졸업했을 때는 되게 허전했는데 이제 익숙해진 것 같아요.

Q: 학교란 틀을 벗어나 제일 처음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A: 혼자 시간관리 하는 것. 아직도 잘 못하는 부분이에요.

Q: 대안학교를 졸업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좋은 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보다는 넓겠죠. 나쁜 점은 입시공부를 쫓는 게 좀 힘들다는 점? 그런데 사실 나쁜 점이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떤 환경이든 공부 하는 애들만 하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게 문제죠ㅠㅠ
  
Q: 다른 환경에서 불이학교를 바라보았을 때, 불이학교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A: 일반 학교나 사회에서 배우기 어려웠던 것들이나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입시 공부를 하기에 좀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Q: 불이학교가 5년제가 아닌 6년제였다면 지금과 어떤 부분이 다를 것 같나요?
A: 작년까지 학교에 있었겠죠? 그랬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진로를 결정했을지도 몰라요.

Q: 지금 가장 보고 싶은 후배는 누구인가요?^.^
A: 다 보고 싶어요,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올해 최고학년이 된 2기가 보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수능 준비하고, 그 이후에 실기시험까지 달릴 계획입니다.

Q: 후배들이 졸업 후 계획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A: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뭘 해야 하지? 어쩌지? 하는 걱정 잠시 접어두고,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찾아서 해보세요. 대학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라면 입시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겠지만 아직 확신이 없는 친구들은 학교 다니면서 해보지 못했던 거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ps.아쉽게도 1기 여학생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는 없었다. 바쁜 시간 내주었던 이유빈 양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보낸다.




2.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


1기 남학생들의 졸업식 후, 1기 여학생이었던 윤주희 양의 편지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그간 느껴온 감정과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말들을 적은 편지였는데, 읽어보지 못했던 재학생들은 지금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신기하게도 내가 몇 년 전을 그리워 할 때, 많은 친구들에게 자신 또한 그렇다는 말을 듣게 된다. 아, 여기서 그리워 한다는 건 막연히 만우절 장난, 길거리 공연 연습, 운동회, 인도 때의 재밌었던 일보다는 그 시절의 패기와 솔직했던 감정들을 말한다. 음,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 오래 산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겠다만. 아무튼 그 때의 우리는 모두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할 얘기가 뭐가 그렇게 많은지 잠들 때까지 핸드폰을 붙잡고 있다가 일주일 만에 요금을 다 써버리기도 했으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사소한 일로 세상이 끝날 것처럼 안절부절 못 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일을 참지 못해 화를 냈고,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답이 안 나오는 주제를 가지고 몇 시간을 토론했다. 한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다 누군가가 ‘어차피 같은 얘기 반복이다, 결과적으로 답이 안 나온다!’ 라는 말을 던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결과보단 이 과정이 중요한 거다!’ 라며 반박하고. 대략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1년. 내가 만났던 작은 사회는 매서웠고, 빨랐다. 낮선 환경에서 나는 ‘왜?’ 라는 의문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고, 내가 몇 년 동안 배웠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하루가 불편했고, 몸은 점점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낮선 환경에 적응해갔다. 작은 사회는 여전히 매섭고 빨랐지만 익숙한 곳이 되어있었으며, 심지어 편안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큰 실망을 했다. 결국, 한참을 혼란스러워하다 나는 마음을 비웠다. 아니, 고민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휘둘리지만 말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그 생각이 옳은 건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공부에는 도움이 됐지만,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라니. 듣기만 해도 힘이 빠지는 말이 아닌가. 이런 힘이 빠지는 생각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고, 당연한 일들을 시도조차 못 하게 만드는 작은 사회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왜 대안교육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조금은 확실히 알게 되었고, 대안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작은 사회 속에서 내 기준을 세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 정~말 부끄럽지만!!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의 패기와 감정들이 그립다.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슬퍼하기도 한다. 지난 4년 동안 나는 너무나 큰 선물을 받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학교를 졸업하게 될 후배들도 나와 같은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학교와 인연을 맺게 해주신 부모님, 그리고 모든 학교 사람들에게 늦은 감사 인사를 보낸다.


ps. 인터뷰를 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가 가진 질문에 좋은 답변이 되어주었다. 언젠간 졸업하게 될 우리 재학생들에게 어느 조언보다 와 닿지 않았을까.



3. 마무리하며


1기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불이학교에서 처음으로 졸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들, 어쩌면 재학생들의 미래이다.
남 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 호는 전학을 간 학생들의 근황을 알아볼 예정이다. 이 기획기사를 통해 지금 다른 길을 고민하고 있는 재학생들에게, 또 학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 정리 장예린, 송윤서, 김예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