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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도서관은 맛있어

'머나먼 세월호' 특조위 활동한 둘리의 생생한 기록...

우리동네 둘리(권영빈 변호사)가 소중한 책을 냈다. 

둘리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소위원장을 한 사람이다. 지금은 선체조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런 큰 일을 하고 계신 분이라 세월호 참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거나 의견을 낼 일이 있을 때 꼭 둘리한테 연락을 하곤 했다. 작년 8월 21일에는 둘리를 직접 동네에 모셔다가 간담회를 하며 속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참고기사 : http://hstalk.tistory.com/568)

하지만 둘리나 동네 사람들이나 뭔가 2% 모자란 느낌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특조위에서 현직으로 일하고 있는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게다가 특조위는 불법적으로 '강제 해산' 되어 버려서 공식 보고서조차 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조사를 통해 축적해 온 자료도 다 흩어져버렸다.

이제 둘리가 입을 연다. <머나먼 세월호>라는 따끈따끈하고 뜨거운 책을 통해서...

<머나먼 세월호>는 특조위에 대한 아쉬움이자 세월호 진상조사 과정의 생생한 기록이며, 방해 세력이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진상규명 노력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꾸러미다. 구체적으로는, 특조위 위원 인선과 임시사무실로 출근한 이야기부터, 광화문 광장 노숙농성, '상하이샐비지'의 세월호 인양작업, 침몰 해역 현지조사, 피해자 조사신청 접수, 진도 현장사무실, 100만개의 해경 주파수공통동신(TRS) 녹음파일 발견, 특조위 강제 해산 등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저자인 둘리는 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4월 5일(수)부터 만나볼 수 있다. 빌려보지 말고 많이 많이 사시고, 입소문도 쫙쫙 내주시길 바란다.

이 책은 '세월호 특조위'에서 활동했던 하나의 소위원회 위원장의 기록이다. 필자는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의 상임위원으로서 특조위의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의 중책을 맡아 활동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정부/여당의 조직적인 방해로 어렵게 조사활동을 하다가 공식적인 '종합보고서'와 '백서'를 작성/발간하지 못한 채 강제 해산되었다. 물론 특조위가 해산당하기 전에 급히 작성된 다른 보고서가 하나 있기는 하나, 그것은 정식요건을 갖춘 본격적인 보고서가 아니었다. 필자는 특조위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특조위의 활동을 기록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기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6년 말부터 틈틈이 특조위의 활동 과정을 차분하게 돌아보며 이 책을 썼다.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은 2015년 1월 1일에 발효되었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 예정자를 비롯한 5명의 상임위원과 12명의 비상임위원 등 17명의 위원들은 2014년 말부터 특조위 설립준비단을 구성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5명의 상임위원이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것은 2015년 3월 5일이었다. 특조위 운영을 위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정한 <시행령>이 발효된 것은 5월 11일이었고, 조사관들의 공개 채용이 끝나고 특조위 예산이 처음 배정된 것은 8월 4일이었다. 최장 1년 6개월로 정해진 특조위 활동이 본격적으로 개시된 것은 <세월호 특별법> 발효 후 7개월이 지난 뒤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법> 발효일을 기준으로 18개월을 계산하여 2016년 7월 1일 특조위 활동을 종료시켰고, 3개월 후 특조위 자체를 해산시켰다.

필자가 야당추천 상임위원으로서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이 된 것은 오로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 여야간의 정치적 합의에 의해서였다. 맡은 일은 주로 전원위원회와 진상규명소위원회 활동, 그리고 진상규명국 소속 조사관들의 업무 지휘 감독이었다. 다른 소위원회로는 안전사회소위원회와 지원소위원회가 있었지만, 필자는 그들의 업무에 대해 충분히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업무 성격상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특조위 전체 활동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또 2015년 여름부터 필자가 특조위 정례브리핑을 담당했던 것도 특조위 전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하나의 계기였다.

특조위 활동은 전원위원회가 각 소위원회 활동의 종합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서 진상규명 조사활동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되었다. 조사해 달라고 신청받은 사안의 대다수가 진상규명 조사사건이었고, 특조위 청문회나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국회 의결요청 안건도 진상규명소위원장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필자는 진상규명의 주무 소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조사 과정의 독립성, 객관성, 투명성을 유지하려고 힘썼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및 인명구조 실패 원인을 객관적/과학적으로 조사함으로써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제기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특조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다만 특조위가 강제로 종료되면서 애초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필자는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이 책을 서술하려 했는데, 진상규명소위원장으로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본문에서 '필자' 또는 '나'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날짜와 숫자, 인명과 지명 등은 당시 특조위의 공식 홈페이지, 중간점검보고서, 각종 보도자료 및 정례브리핑 자료 등에서 일일이 확인하여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했다. 진상규명소위원장의 입장에서 주로 서술했지만, 특조위 전체 활동을 다루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내용의 객관성을 고려해서 특조위 활동과 관련된 개개인의 인물평이나 에피소드는 다루지 않았다. 다만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나 평가가 들어간 대목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비판이 제기된다면 그것은 필자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전반을 정리한 책으로는 이것이 아마 최초일 것이다. 필자가 특조위 활동과정에서 겪은 일들은 여기에 쓴 것 외에도 많지만, 그런 것은 다른 분들의 기록을 통해서 새롭게 알려질 수도 있고, 또 다른 기회에 필자가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장차 새로 구성되어야 할 2기 특조위의 출범과 활동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양된 세월호 선체에서 하루 빨리 미수습자 9명을 수습하고, 철저한 후속 조사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남김없이 규명되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헌신해 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졸고를 어엿한 책으로 만들어주신 도서출판 펼침과 주변 관계자들, 그리고 추천의 글을 주신 '4.16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님과 <서울신문>의 문소영 부장님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특조위 활동을 하는 동안 필자를 격려하고 따뜻하게 응원해준 아내 마명숙과 두 딸 예강, 희현에게도 고마움과 깊은 사랑을 전한다.


2017년 3월
전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소위원장 권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