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10시, 덕양구청 소회의실에서는 마을학교 주최로 '고양시 대안학교 합동 설명회'가 열렸다. 멀리만 느껴지는 대안학교에 대해 궁금한 점을 확실히 풀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설명회는 마을학교 주최, 고양시 대안교육 협의회 주관으로 마련됐다. 대안학교가 궁금하지만 대안학교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은 1년에 몇 번 없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듣고 보고 질문할 수 있는 자리인 '학교 설명회'는 각 학교마다 년 1~2회 진행된다. 여러 대안학교를 비교해서 알아보려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대안학교들을 찾아다니며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마을학교 특강은 처음으로 대안학교들이 함께 모여 마련한 자리였다. 대안학교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궁금증을 확실히 풀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덕양구청 소회의실은 남는 자리 없이 꽉 찼다. 합동설명회에 직접 참여한 대안학교는 고양시 대안교육 협의회 소속 불이학교(중고등), 고양우리학교(초등), 고양자유학교(초중고등), 고양발도로프학교(초등), 한걸음학교(발달장애청소년)였다.
고양시에서 공동육아, 대안학교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강아지똥(이철국, 불이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의 '대안교육의 출발과 역사, 철학의 현재적 의미'라는 주제의 특강으로 문을 열었다. 대안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어른의 태도'를 강조했다. 약간 혼나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며 독립된 개체이니 어른의 틀로 이해하려 하면 안된다는 게 핵심이었다.
발표 자료 보기 : 고양시합동설명회_강똥특강.pptx
이어서 다섯 학교의 대표들이 각자 자신의 학교를 설명했다.
초등대안학교인 고양발도로프학교는 김민준 이사장이 발표에 나섰다. 신체와 정신, 영혼의 조화로운 교육을 기치로 내건 발도로프 교육에 대한 소개를 했다. 특히, 한 선생님이 1학년에서 8학년을 계속 가르쳐서 아이의 기질과 발달에 대해 부모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된다는 점, 감각을 열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예술 교육을 기반으로 지적인 교육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수업은 집중과 반복으로 재 기억의 과정을 거치는 '에포크'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영어, 수공예, 물그림, 도예 체육, 음악, 합창 등의 과목들이 있다. 대내리 마을 공동체 안에서 경험하고 함께 하며 이루어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양발도로프 학교 설명회는 11월 10일에 다시 한 번 진행된다.
홈페이지 : https://cafe.naver.com/sanaraeschool
발표 자료 보기 : 고양시합동설명회_고양발도르프학교.pptx
행신동에 위치한 초등대안학교인 고양우리학교는 송기운(기운센) 샘이 발표를 했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잘 기억하도록 하는 행위가 아닌 아이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지지해주는 행위라며, 시험과 교과서가 없고 엄~청 긴 노는 시간을 통해 배움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또한 교사와 아이들, 교사들 간, 아이들 간, 부모들 간 등 구성원 간 긴밀하고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작은 학교'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고양우리학교는 10월 1일부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설명회는 11월 10일에 한다.
홈페이지 : www.gowoori.org
발표 자료 보기 : 고양시합동설명회_고양우리학교.pptx
고양자유학교에서는 김소연(초승달), 권현수(키팅) 샘이 나왔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12년제로 확대된 과정을 소개하며 모든 교육 과정에는 '가난, 우정, 대화'의 컨셉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수업들, 부모와 떨어져 살기, 자급자족, 나와의 대화를 위한 여행, 총회 등을 포함한 학사 일정이 있으며, 특히 오늘 오후에 진행되는 소리빛누리 축제에서 학교의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초등 과정인 '싹터' 과정은 놀이와 몸 활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중고등 과정인 '꿈터' 과정은 2주일 간 도보 여행, 악기 심화 수업, 인턴십 과정 등이 있다.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jayuschool
발표 자료 보기 : 고양시합동설명회_고양자유학교.pptx
중고등 대안학교인 불이학교에서는 최성옥(메아리) 교장샘이 작년에 이루어진 불이교육 2.0 개편의 '대안성의 강화'를 중심으로 소개에 나섰다. 교육이란, 아이들이든 부모든 불안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균형, 여행과 독서, 자기주도적 교육, 평화교육, 진로교육, 살림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입문 시기인 1학년, 자아발견의 시기인 2학년, 청소년 도약 시기인 3학년, 성장과 융합 시기인 4학년, 청년 입문 시기인 5학년 과정을 소개했다. 오늘 오후에는 졸업작품 발표회가 이어진다.
홈페이지 : http://burischool.org/
발표 자료 보기 : 고양시합동설명회_불이학교.pptx
발달장애청소년 학교인 한걸음학교에서는 정인수(장승) 대표교사가 나섰다. 발달장애, 지적장애 청소년과 함께 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교육을 통해 자립하는 삶을 추구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혼자서 일할 수 있고 생활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그 터전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승전자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는 한걸음학교는 지역 사회와도 함께하며 '우리가 이곳에 함께 살고 있어요'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생생한 학교 현장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수업을 소개하며 장애와 비장애가 통합되는 교육 목표를 강조했다.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hangeoreumschool
발표 자료 보기 : 고양시합동설명회_한걸음학교.pptx
각 학교의 소개와 설명을 마친 후 청중의 질의가 이어졌다.
Q : 불이학교의 융합 수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A : 고등학교 과정에서 가장 심도깊은 수업이고 교사도 5명 투입되는 수업이다. 우주의 탄생, 인간의 출발, 언어의 출현, 문화의 발달 등 빅히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점토판에 수메르 언어를 만들어보거나 후배들에게 수업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Q : 불이학교와 고양자유학교의 경쟁률은 얼마나 되나?
A : 불이학교는 면접을 통해 선발을 하지만 불이학교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대부분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불이학교의 역량 부족으로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존재하고 그럴 경우 다른 특수 학교를 소개한다. 고양자유학교도 인원이 크게 몰리지 않기 때문에 경쟁률은 큰 의미가 없다.
Q : 불이학교와 고양자유학교는 검정고시 준비를 어떻게 하나?
A : 불이학교는 따로 준비시키지 않는다. 검정고시가 매우 쉬워서 불이학교 교육 과정만 충실히 따르면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해 매우 높은 점수로 통과하곤 한다. 고양자유학교도 불이학교와 비슷한 상황이다.
Q : 불이학교와 고양자유학교의 비용은 어떻게 되나?
A : 불이학교는 급식비 포함 월 58만원이다. 학교 입학을 위한 출자금은 600만원이며 졸업 때 300만원은 돌려준다. 고양자유학교는 월 54만원이며 예탁금 300만원, 발전기금 400만원이고 예탁금은 졸업 시 돌려준다.
Q : 불이학교의 자퇴율은 얼마나 되나?
A : 불이학교의 경우 중등에서 고등으로 진학할 때 자신의 진로를 찾아 다른 학교를 가는 친구들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계속 다닌다. 고양자유학교의 경우 부모님들의 상황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있고 초등에서 중등 진학 시 공교육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겨서 공교육을 가는 경우도 있다. 중등에서 고등 진학 시는 학생들이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우가 생긴다.
Q :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양자유학교를 갈 경우 자리가 별로 없지 않나?
A : 학년 별 16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고양자유학교 출신이 진학하더라도 16명이 꽉 차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티오가 있다. 하지만 편입이 흔하지는 않은 편이다.
Q : 불이학교에서 문학, 글쓰기, 토론 수업이 전체 수업 중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가?
A : 5년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되며 토론 수업은 2학년 때 시작된다. 이후 4, 5학년에서는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고 자신에 맞는 수업을 스스로 선택하기 때문에 수업 비중을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Q : 고양발도로프학교는 12학년이 아닌데 다른 곳은 12학년인 곳이 있나?
A : 있다. 국내에도 상급과정(~12학년)까지 있는 학교가 있으며, 함께 모여 상급학년을 올리는 작은 학교들도 있습니다. 안양, 부천 등
Q : 불이학교와 고양자유학교의 교사 이직률이 높나?
A : 고양자유학교의 경우, 대안학교 교사의 이직률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정확한 통계수치를 말할 수 없지만, 대안학교 교사들은 공교육 교사와는 달리 상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과 맞는 대안학교를 찾아 이직하는 경우가 존재하며 필요하기도 하다. 불이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다. 불이학교는 이직률이 낮았었지만 최근 이직이 늘었으며 이는 사회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전체 차원에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Q : 불이학교의 평화여행은 어떤 것인가?
A : 평화여행은 평화감수성 수업의 한 과정이다. 1학년 때부터 내 안의 평화, 우리 사회의 평화, 세계의 평화에 대한 수업을 해 나가면서 그 활동의 일환으로 네팔, 인도, 베트남 등을 방문한다. 반드시 해외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가서 배우는 점이 많다.
Q :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대안학교 고등부를 가면 적응이 가능한가?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A : 대안교육의 아이들도 공교육의 아이들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고양자유학교의 경우, 일반학교에서 고양자유학교로 넘어올 때 큰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도 학부모도, 대안학교를 가려는 기본적인 동기는 뚜렷했으면 좋겠다. 불이학교도, 준비된 아이들이 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이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채 학부모의 의도로만 대안학교로 옮기는 경우는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행사를 마치며 마을학교의 백상진 소장은, '대안교육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므로서 대안학교를 보내는 것이 하나의 합리적인 선택임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올해 10주년을 맞은 어른들의 학교 '마을학교'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maulschool
행신톡 페이스북 생중계 동영상 보기 https://www.facebook.com/haengsintalk/videos/349833755843017/
180915 글 : 깨굴, 사진 :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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