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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짧은 늬우스

크~은 거북이 입양하실 분 구해요!

초등대안 고양우리학교 아이들이 4월 쯤 근처 성사천에서 놀다가 무지막지한 걸 발견했습니다. 마트에서 보던 귀엽고 작은 놈이 아니라 얼굴 크기 만한 크~은 거북이였습니다. 개구장이 아이들은 이 신기한 거북이를 곧바로 학교로 데리고 왔죠. 리버쿠터라는 거북이 종륜데 살펴보니 생태계 교란종으로 공식 지정되어 있진 않지만 우리나라 토종이 아닌데다 다분히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종류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이 거북이를 다시 성사천에 보내지 못하고 결국 학교에서 키우게 되었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이라고는 하나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버림을 당한 불쌍한 생명이기에 아이들을 이 놈을 정성껏 돌봐줬습니다. 근데 여름 방학이 돼버렸네요. 돌봐줄 사람이 없어진다는 뜻이죠. 아이들은 두 번에 걸쳐 진지한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놈을 학교에서 키우는 걸 포기하고 '무료로' 분양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근데 분양 포스터를 보니 엄청난 말들이 써있네요. 

큰~ 어항이 필요하다고 하구요.(다행히 학교에서 쓰던 통을 함께 드린답니다) 몸집이 더 커질 것인데 생태계 교란종이니 꼭 집에서만 키우랍니다.  물갈이는 최소한 3일에 한 번씩해줘야 한다니 한 부지런 해야겠네요. 먹이를 안 먹어도 최대 1년은 살 수 있느니 하루에 먹이를 너무 많이 주지는 말아달라는 비교적 반가운 말도 있긴 하네요.

그 중에 압권은... '이 거북이가 죽을 때까지 평생 책임질 수 있는 분'을 기다린답니다. 거북이가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데(포스터에는 수명이 40년이라고 되어있군요) 그럼 거북이가 아니라 사람이 죽을 때까지 평생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

이 포스터가 고양우리학교 학부모 채팅방에 공개되자 여러가지 논란이 일었습니다. 
'무료로 분양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돈을 얹어줘도 모자랄 판이다', '해외 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원래 살던 데로 돌아가게 해주자', '방학 때만 맡아줄 사람을 찾아보자', '생태계 교란종이어도 공릉천 같은 데 풀어놓으면 짝이 없어 외로워서 죽을거 같으니 생태계 교란은 일어나지 않을거 같다. 그러니 자연의 순리에 맡겨서 자연에서 살다 죽게 냅두자', '사람이 죽을 때까지 키우는 건 너무하니 좀 키우다가 식용으로.....', '하루를 살아도 자유 속에 살게 하자', '냉정하게 봐서 안락사 밖에 답이 없는 거 아니냐', '간이 튼튼한 토끼를 구해 그 거북이 등에 태워주자. 그러면 용궁으로 갈거다'... 등...

학교에서 고양시청과 중앙정부의 야생동물 담당기관에 알아본 결과, '교란종은 잡히는 대로 안락사시키나 이 녀석은 아직 지정 전이므로 메뉴얼이 없으니 니들이 알아 해라...'라고 했답니다. 용봉탕 집에도 알아봤는데 '애완용은 안 받는다'고 했답니다. 용봉탕 집에 전화했을 때는 여자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울고불고 날리였다네요.

일단은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이 크~은 생태계 교란종 거북이를 입양하실 분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의견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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