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우리학교 텃밭 작물 판매 수익으로 시원한 한때 보내.
지난 6월 3일, 고양우리학교 기운쎈 쌤의 한마디에 학부모 단체톡방이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일구는 텃밭에 작물들이 꽤 자랐는데, 6학년 국x준 군이 상추를 수확해서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 기본 가격 봉지 당 이천 원이라는 쎈 가격이었지만 (무게는 생산자 맘대로), 유기농 상표와 생산자명까지 기입된 딱지에 솔깃해진 부모들이 앞다투어 구매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제법 그럴싸하게 제작된 유기농 딱지에, 일부 학부모가 가수 이효리 씨의 유기농 파동의 재현을 염려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상품의 질을 꼼꼼히 따져서 방과후 시간에 직접 흥정을 해보라는 기운쎈 쌤의 제안이 무색하게도, 많은 부모들이 물건도 안보고 온라인 사전 예약으로 덥석 사들이는 바람에 달랑 다섯 봉지 생산된 상추는 순식간에 완판되었다.
애초에 판매 수익금의 10퍼센트를 노력 수당으로 달라고 국x준군이 제안했지만, 담임쌤인 기운쎈에 의해 단칼에 거절당하자 (돈보다는 칭찬이나 자부심 같은 무형의 대가로 노동의 보람을 깨우치고자 했던 기운쎈 쌤이 깊은 뜻이 있었으나), 국x준 군은 무인판매대 설치를 통해 나몰라라 판매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하니, 뛰는 스승위에 나는 제자랄까? ㅜ.ㅜ
상추 판매가 성황리에 마치자, 이를 지켜보던 재정소위장(생산자 국x준 군 아빠)이 텃밭 수익금을 전액 학교 재정으로 회수하겠다는 의지를 슬그머니 피력하였으나, 애들한테 앵벌이 시키느냐는 생산자 엄마의 버럭에 바로 꼬리를 내리기도 하였다.
국x준 군의 상추가 완판되자, 이에 고무된 6학년 김최x안 군의 신선초가 서둘러 출시되었다. 생산량이 적은 제품의 희소성을 믿고 한 봉지 1300원으로 판매가를 높게 책정하였으나, 이파리 몇 장 안들어있는 뻥 포장임이 노출되면서 가격이 1200원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과도한 판매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선초마저 온라인 사전 예약으로 완판될 조짐이 보이자, 학교 코 앞에 사는 고x현 군의 엄마 지우개똥은 현장 구매를 위해 서둘러 학교를 방문해서 결국은 득템에 성공하였음을 인증샷을 통해 공개하기도.
이 날, 고양우리학교 텃밭 작물이 예상외로 인기를 끌자, 요새 상품 아이템을 고민 중인 우리동네 협동조합 "써보니까 좋더라, 행신쿱" 영업팀에서 납품 제안을 보내기도 하였다. 실제로 행신쿱 상품으로 올라올지는 써본 사람들의 검증을 통해 결정될 듯하다.
이렇게 성황리에 마친 텃밭 작물 판매 수익금으로, 이튿날 체육시간에 고양우리학교 전교생은 6학년들이 쏘는 쭈쭈바를 먹으며 시원한 한때를 보냈다고 한다. 높은 단가 구매를 통해 쭈쭈바를 찬조해주신 여러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의 치밀한 공조 속에서 고양우리학교 아이들은 땀 흘려 농사짓는 보람과 수확의 기쁨을 마음 가득 누렸을 듯하다.
다음날 단톡방에 올라온 사과+신선초 녹즙 인증샷. 고양우리학교 농산물은 과연 행신쿱 상품으로 추천받을 수 있을까???
글 파랑/사진 기운쎈,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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