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부모와 학생 그리고 사회적 진출>에 대해 엄기호 교수님이 교육을 해주셨습니다. 불이학교 학부모, 예비신입생 학부모, 학생들, 관심있는 동네 주민들이 강연을 들으러 오셨습니다.
엄기호 교수의 말씀...
우리는 왜 애들에게 교육을 시키는가? 아이들에게 '성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얘기하나? 여기서 '행복'은 매우 private한 영역이다. 공적 영역이 아니다. 이게 맞나?
공부 신화.
학부모 세대는 '공부하면 된다'는 신화가 뼈속같이 박혀있다. 지금의 학부모 세대는 대안교육을 보내든 일반학교를 보내든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는 신념이 있다.
이런 영향을 받은 아이들은 '공부의 안점함'을 알고 있고 한편 실제 '타석에 나가려고'하지 않는다. 사회라는 실전에 나가면서 아이들은 불안장애 같은 심리적 문제가 생긴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학교를 졸업하면 어떻게 되는가? 2015년 이 사회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성장'이다. 성장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서사적 생애사'다. 내 삶은 하나의 잘 짜여진 인생, 자신이 자신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파편화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 경험의 연속성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겪음'이라는 경험이 바탕이 되서 미래를 바꾸는 것, 그것이 성장이다.
능동성과 수동성 중 배움은 수동성에서 온다. 그래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게'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겪게' 하는 것이다. '한다'고 정신없는 교육이 아니라 그걸 통해서 '겪는' 것이 뭔지가 중요하다.
놀이동산...
본전을 뽑기 위해 놀이시설을 끝없이 탄다. 자이로드롭을 탄 기쁨(경험)을 느끼고 나누는 공간이 아니다.
뷔페..
본전을 뽑기 위해 끝없이 먹는다. 맛있는지 맛없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런 느낌(경험)을 나누거나 취향의 방향을 설정하지 않는 공간이다.
대안교육은 놀이동산이나 뷔페가 아닐까??? 아이들이 뭔가 더 체험해야 하고 시도해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서 '수동적 겪음'이라는 '경험'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겪음'을 통해 성장한다. '함'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겪음을 통해서 얻는 것은 '교훈'이다. 이를 통해 경험의 연속성이 생겨나고 그게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경험 = 낯섬...
경험은 나의 생활 테두리에 들어와 있지 않은 낯설고 모르는 타자와의 만남이다. 타자로 이루어진 것이 '세계'이다.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움의 의지가 생긴다.
우리나라 교육 상황을 보면 너무나 동질적이다. 대안학교, 혁신학교, 자사고, 외고 등 동질적인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심지어 군대를 가서야 이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체험학습같은 '구경'하는 경험이 아니라 낯선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경험이 교육의 과정이고 성장의 과정이다. 이로서 '나 중심성'이 깨지고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즉, 타자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 성장이다. 자의식 과잉으로부터 나타나는 '나 중심성'을 깨야 한다.
그러면 성장을 위한 교육, 공부는 뭔가?
공부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가르칠 순 없고 배워야만 하는 것, 즉 삶의 기술이다. 학교를 공부하는 곳일 뿐 아니라 삶의 공간이라고 여기는 대안학교는 그런 면에서 좋은 곳이다. 하지만 '위험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래서 가르칠 수 없는 것을 '커리큘럼화' 혹은 '유사 교과과정화' 해서 가르치려 한다. 인성교육, 태권도 교육, 애인 사귀는 법 등...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하나는, 가르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것, 즉 지식교육이다. 가르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도약을 통한 성장 : 예를 들면 어느날 갑자기 시를 잘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 이것은 타자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너무나 멋진 시를 만남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다. 도약이 일어나려면 본질에 가까워져야 한다. 애인을 찼을 때 보다 애인에게 차였을 때, 즉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당했을 때' 사랑이라는 본질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단계론적 성장 : 자연과학의 경우 도약을 통한 성장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 부분은 대안교육이 매우 취약하다. 미분, 적분을 꼭 알아야 하나. 김장 하는데 왜 그게 필요하냐는 식의 인식이다. 삶의 테크닉을 '실용'으로만 이해하는 방식이다. 삶의 테크닉은 실용,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타자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술), 삶의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는 기술인데 자연과학적 교육은 이 세번째에 해당된다. 인문학적 언어와 자연과학적 언어를 함께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몽골의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와~ 멋지다...'라며 돗자리 깔고 바로 술을 먹는가(문과 출신들), '저렇게 많은 별이 이렇게 질서정연하다니...'라며 세네시간 감탄하는가(이과 출신들). 전자는 감탄이고 후자는 아름다움이다. 이 둘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부는 왜 하는가? 삶을 향유하기 위해 한다. 시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은 삶을 향유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삶은 낯선, 모르는 타자로 가득차 있다. 모르는 게 뭔지 알아야 하는 지혜, 그리고 모르는 게 뭔지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모르는 게 뭔지 말하는 사람을 환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내가 모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자연스럽게 절제할 수 있다.
지혜, 용기, 절제를 공동체가 추구해야 하는 덕목임을, 그런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임을 알게되는 과정이 교육이며 그것을 가르치는 행동이 '훌륭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과정이 교육이다.
이제는 대안교육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서 '행복'이 아니라 '훌륭함'을 이야기해야 한다. 공동선을 추구하는 과정과 체제가 '리퍼블릭'(공화국)이다. 공화국의 시민을 만드는 대안교육이 되면 좋겠다.
-------------------------------
<강사소개> 엄기호 교수
‘경계를 넘는’ 연대와 인권, 교육의 문제에 깊이 천착해온 인문학자이자 문화학자, 출판계에서 ‘파워라이터’ 통하는 엄기호.
인권연구소 ‘창’의 연구 활동가, 교육공동체 ‘벗’의 편집위원이며, 대학에서 학생들과 공동으로 ‘진리와 맞서 사유를 확장하는’ 수업을 실험하고, 개인의 권리를 넘어 인권 담론을 급진화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분입니다.
저서로는 『닥쳐라, 세계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등이 있습니다.
'행신톡 늬우스 > 이시각 행신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시각 행신동] 21단지 앞에서 도시관리공사의 업무직 차별대우 항의 시위 중 (0) | 2016.01.12 |
---|---|
[이시각 행신동] 눈 오는 중~ (1) | 2015.12.03 |
[이시각 행신동] 고양우리학교는 김장 중~ (2) | 2015.11.21 |
[이시각 행신동] 행신동의 늦가을 (1) | 2015.11.12 |
[이시각 행신동] 정류장 막고 있는 현수막... (0) | 2015.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