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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짧은 늬우스

행신동 주민들, 토요일 박근혜 퇴진 촉구 잔치 작당...

지난 토요일에 콩강연이 끝나자 사람들이 얼른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원래는 콩강연 뒤풀이에서 벽돌(고양우리학교 운영위원장)이 막걸리를 쏘기로 했지만 몇몇이 막걸리를 뿌리치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바람에 공식 뒤풀이는 사라져버렸다. 아시다시피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수 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마음은 굴뚝같지만 행신동에서 서울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10명 정도만 서울에 갔다. 서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박근혜 퇴진의 외침도 뜨거웠다. 하지만 행진 시작 후 광화문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히고 나서는 정말 하염없이 구호만 외치는 재미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시민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열기는 뜨거웠지만 재미없었던 광화문 집회...

이러지 말고 우리가 동네에서 놀던 가락으로 서울이 아닌 우리 동네에서 박근혜 퇴진 잔치를 해보면 어떨까. 멀리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함께 할 수 있고, 딱딱한 집회가 아닌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공연과 외침으로 만들어지는 잔치.

행신톡 대표인 토란의 이런 제안에 동네 사람들이 적극 호응했다. 평소 동네에서 대안학교며 도서관이며 동아리 등의 활동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친구 추가를 하면서, 잔치 준비를 위한 채팅방엔 순식간에 48명(11월 2일 15시 현재)이 모였다. 집회 신고도 잽싸게 하고 홍보물도 만들어 뿌리고 있다.

잔치 이름은 '키보드질로는 속이 안 풀리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박근혜 퇴진 촉구 동네 잔치 <야 근혜? 퇴 근혜!>'다. 길다. 하지만 컨셉은 명확하다. 이런 시국에 뭔가 외치고 싶으나 멀리 나가긴 힘들고 인터넷 댓글로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집 앞 거리에서 만나자는 거다. 만나서 얼굴 보고 박근혜 퇴진을 함께 외치자는 거다. 두들기면 소리가 나는 뭔가를 가지고 나와 함께 두들기며 마음 속 맺힌 분노를 드러내자는 거다.

댓글은 충분히 달았다. 이젠 거리에서 만나 외치자, 박근혜 퇴진!

박근혜 퇴진 촉구 동네 잔치는, 이번주 토요일 3시에 동네 술집 다담이 앞에서 열린다. 한 시간 반 정도 자유로운 발언과 공연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위원장을 맡았다가 얼마 전에 '불법적으로 짤린' 둘리(권영빈 변호사)가 '이제는 말해주마'라는 제목으로 특별 연설을 한다. 그런데 이 외에는 특별히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다. 모인 사람들이 그때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이나 노래나 연주나 포효나... 그 무언가를 하면서 잔치가 완성되어 갈 것이다. 이 잔치의 준비물은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아무거나'다. 기타든 북이든 쓰레기통이든 빈 페트병이든... 그런 게 없으면 두 손이라도...

잔치가 끝난 후엔 햇빛마을을 한 바퀴 돌아 가라뫼 안길을 거쳐 서정마을에 간다. 동네 사람들에게 박근혜 퇴진의 외침을 전달하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여정이다.


고양시에서는 11월 9일(수) 저녁 6시반, 화정역 광장에서 '고양시민 촛불 문화제'가 예정되어 있다. 때문에 나흘 전 주말에 열리는 5일 행신동 잔치는 고양시의 촛불 행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61102 깨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