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톡에서는 올해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이 바라는 총선 공약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누구든지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및 기고글은 hs_talk@hanmail.net으로 주세요~
동네 말고 국가 차원의 공약이 필요해!
우리 동네에 새누리당이 창릉천 정비 예산을 확보했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김태원 국회의원이 확보한 예산일 것이다. 작은 글씨를 보면 2016년 올해 예산 뿐 아니라 앞으로의 총 사업비도 써있다. 국회의원은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니 2016년 예산 이외의 사업비는 아직 미확정인데 현수막에 적시했다. 이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는 현수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국회의원이 뭐 하는 자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하는 현수막이기도 하다.
고양신문의 국회의원 선거 페이지(http://election.mygoyang.net/)에 실린 총선 예비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지역 개발에 대한 것들이다. 덕양지역에서는 서울-문산 간 민자고속도로 문제, 기피시설 문제, 원당․능곡 뉴타운 문제, 교외선 복선 전철화, GTX 등 교통 문제, 능곡․행신역 역세권 활성화 문제, 하천 정비 문제 등의 이슈가 공약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 제도에 관한 문제나 노동 정책에 대한 문제 등 지역을 벗어나 국가 전체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후보는 몇 안 된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왜 뽑는가.
물론 지역에서 뽑은 선출직 의원이니 지역 문제를 손 놓고 있으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시의원도 있고 도의원도 있는데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지역 개발 문제를 최우선으로 거론해야 할까? 적어도 내가 국회의원을 뽑는 건, 국회에 가서 국가 전체의 문제를 잘 다루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실제로 국가 전체의 문제를 입법화 하고 예산 심의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단지 주민들의 표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국가 전체의 문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지역적 문제만 다루는 공약에 동의할 수 없다.
이 글의 초반에 언급한 하천 정비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가의 하천 정비 사업은 매우 여러가지가 있다.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부터 국토부의 고향의 강 사업까지 다양하다. 이 사업을 국회의원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단지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하천에 사업 예산을 따오고 그것을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하면 그만인가. 아니다. 하천 정비 사업의 본질을 파악․분석해서 문제가 있다면 사업을 비판하고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
현재의 하천 정비 사업들은 일종의 4대강 사업 후속 사업이다. 각종 하천 정비 사업의 내용과 그 예산이 늘어난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업들은 기존의 하천을 수질정화나 식생복원 등 환경적 차원에서 개선하려기 보다는 인간이 활용하기 위한 친수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진입로를 만들고 호안을 조성해서 직강화 하고 산책로를 만든다. 이 때문에 수생동․식물의 서식처가 파괴된다. (물론 진짜로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도 간혹 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하천의 경우 주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을 만드는 것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도 않은 하천에 그런 사업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경 파괴다.
이런 지천 사업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서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업의 수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예산도 커지고 있다. 이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던 토목건설업자들을 다시 먹여살리기 위한 후속사업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4대강 후속 사업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사업을 지역에 유치했다며 자랑스럽게 현수막을 내거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태원 국회의원이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어서일까? 아니다. 다른 지역 야당 국회의원도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 당 성향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총선 공약 - 시의원 공약이 아니라 - 이라면 적어도 국가 전체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여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해결책인지 밝히는 공약이 우선되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인구 감소 현상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와 노동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우리나라 미래를 바꾸는 교육 문제는 어떻게 혁신해나아가야 할지, 이 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런 게 먼저 제시되어야 국회의원 급 아닌가. 그리고 나서 부수적으로 지역 개발 공약이 나와야 한다.
왜냐면 시의원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니까...
기고 : 최김재연(행신동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