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조사원의 1일차 일기를 옮겨 보았습니다.>
그의 어깨는 주눅들어있다.
노동당 고양파주당협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 조사 첫날.
동네에서 담장도 높고 가끔 주차공간이 없어 잠시 차를 대면 어김없이 주차경고스티커가 떼기도 힘들정도로 붙는 당 사무실 옆 아파트 단지를 용감하게 찾아갔다. 행신동 지역에는 제법 규모있는 아파트단지가 꽤 들어서 있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아파트에 입주해있다.
"안녕하세요! "
반갑게 인사하고 경비노동자의 임금개선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라고 최대한 밝은 얼굴로 설명했지만 바로 퇴짜다.
어라!! 그럼 다음 경비실로 이동!
근무하신지 3개월이 되신 경비노동자께서 미심쩍은 얼굴로 어디서 나왔다고요? 몇번을 되물으시더니 경비복 윗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들고 작성을 시작하신다.
근무조건도 좋고 임금도 적당하시단다.
그런데 임금액수와 임금형태, 임금의 종류에 대해서는 체크할수 없다고 하신다.
그리고 나오려는 조사원의 뒷통수에 한말씀하신다.
"그건 관리사무소 가서 해달라고 하고 따져야지.. 경비서는 사람이 뭔 말을 하겠어?"
"네" 하고 문을 나섰지만 마음이 무겁다.
그의 어깨는 주눅들어 있었고 그의
눈동자는 주변을 여러번 살피고 있었다.
같은 단지에 다른 동 경비실문을 두들겼다.
마침 식사중이신 아저씨께서는 "응 거기 놓고 가. 밥먹고 해줄께" 하신다.
"네" 하고 얼른 문을 나온다. 그의 초라한 밥상을 내가 보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지나서 다시 경비실문을 두드린다.
"응.. 여기 해 놨어.."
"아이쿠 감사합니다."
그런데 반만 작성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으셨다.
"여기 나머지도..." 모기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뜻밖이다.
적지 않은게 아니라 할말이 많으시단다.
그리고
그 노동자의 자조섞인 목소리가 경비실을 가득 채워간다.
"휴게시간이 있으면 뭐해. 여기서 꼼짝도 못해. 택배 받아야지. 입주민들 잔소리 들어야지.."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근로계약의 불공정, 임금의 부당함, 근무시간의 문제점, 휴게시간의 불편함 등으로 이어진다.
그저 그렇게 아파트경비노동자는 한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관리소장의 무시무시한 지시와 입주민들의 비인간적 눈총을 받는 수감자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문을 나서며 짙은 한숨이 나온다.
아무것도 해줄수 없을것 같은 나의 어깨도 주눅들어있었다.
조사원을 믿으니까 다 애기하셨다는 경비노동자는 자꾸만 우리 아버지의 어깨와 닮아있어 더 마음이 답답했다.
행신톡과 노동당고양파주당협, 고양파주일반노조는 아파트경비노동자가 분신자살한지 1년, 최저임금100%적용 후 경비노동자의 노동현실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조사하고 조금이나마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기여하고자 합니다.
10월말까지 경비노동자 실태조사는 계속 됩니다.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글 : 행신톡
나름대로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