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당동에 "함께 하는 가게" 문을 열었어요.
"가게에 앉아 있으면 나이드신 할머니가 슬그머니 들어와서 의자에 앉으세요.
처음엔 무슨 말씀을 하시나 못 알아들었는데 자꾸 듣다보니 본인 남편이야기, 예전에 땅부자였던 시절 이야기, 집안 형편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대학 나와서 잘사는 자식들 이야기예요.
옷을 사러 오신다기 보다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오시는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특히 노인들은 너무 외롭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게에 와서 한참 자신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려 애쓴다는 바루 사장님은 가게가 물건을 사고 파는 공간을 넘어서 마음을 주고 받는 동네사랑방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신다.
바루사장님은 십년 넘게 옷을 판매해 온 의류유통노동자셨다.
"의류유통에서 십년 넘게 정말 빡시게 고생하다가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그만 두었어요. 의류유통 쪽 일은 정말 열악해요. 그 쪽 일하는 사람들이 그래요. 군대, 학교에서조차 받아 보지 못한 차별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다 받아본다고, 노동법의 보호는 받아볼 수도 없고 인권따위는 매장 안의 화려한 조명과 옷보다 못해요. 인권의 사각지대, 화려한 조명아래서 예쁜 옷을 입고 서서 일하지만 속은 시퍼렇게 멍든 2등 노동자일 뿐이에요."
그렇게 일을 그만 두고 쉬고 있던 차에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이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회적기업 "두레협동조합"을 결성하고 "함께 하는 가게"를 낸 것을 알게 되어 선뜻 2호점을 내기로 결심했다.
"옷을 순환시키는 것은 자원의 생명연장이고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해요. 흔히 입고 버리는 면티 한장을 만들려고 해도 나무 몇그루를 베어야 하잖아요."
가게 유리창엔 "함께 나누면 자원생명이 연장됩니다" 라는 글귀가 크게 눈에 들어온다.
"협동조합을 통해 유통의 새로운 방식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제가 만드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할수 있고, 마음편하게 일 할수 있어 좋아요"
2002년에 노사모 회원이 되었다는 바루사장님은 올해도 노무현대통령 6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봉하에 다녀 왔다.
남편은 고양시세월호실천 모임 회원으로 1년 넘게 끈질기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지역실천을 하고 있다.
"올해는 봉하에 정말 가길 잘했다 싶더라구요. 노건호씨 발언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몇년 동안 답답했던 갈증이 싹 씻기는 것 같았어여. 봉하가는 길도 멀고 힘들게 가서 추모행사만 하고 올라오는 게 뭔가 찜찜하고 아쉬웠는데, 올해는 정말 본전생각 안 나는 봉하 길이었어요."
가게는 토당동 빌라촌 사이에 있다. 동네엔 언제 부터인가 외국인이 많이 보이고 저소득층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을 불리워지고 있지만 바루사장님의 생각이 다르다.
"동네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게 눈에 보여요. 하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동네이기도 해요. 80년대에 멈춘듯한 골목길 사이로 걷다보면 아파트와 빌딩만 잔뜩 차있는 곳보다 훨씬 정감있고 사람사는 것 같은 훈훈함이 있어서 좋아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동네에 관심을 갖고 조금만 지원한다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옷을 몇개 골라 가게 문을 나서는 손님에게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환하게 미소짓는 바루사장님은 6월10일 오늘이 결혼 25주년이라고 한다.
"항상 결혼기념일은 시청광장에서 보냈었는데 올해는 메르스때문에 사람들이 안 모인다네요."
마주 보며 함께 웃으면서 가게정리를 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유리창 밖에서 바라보면서 저렇게 나이들어가는 것도 참 멋진 일이구나, 저렇게 넉넉한 품으로 동네주민들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하는 가게 아래에는 기정떡을 맛있게 만드는 떡방앗간도 있다.
함께하는 가게가 있는 골목에 들어서면 낡은 간판이 걸린 상점들이 즐비하고 참기름 냄새 고소한 방앗간도 있다.
함께 하는 가게가 사람냄새나는 길, 살맛나는 골목길을 만드는데 크게 한몫하길 기대해본다.
글, 사진 가가멜
토당동 능곡교회 바로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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