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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돈보다 사람이 귀한 사회로 바뀌어야” - 2014년 최악의 사고, 고양종합터미널 대형 화재

[고양신문] 중고등 대안 불이학교의 교사인 그린(박성린)의 이야기가 실렸네요.

“돈보다 사람이 귀한 사회로 바뀌어야”

2014년 최악의 사고, 고양종합터미널 대형 화재

[1204호] 2014년 12월 24일 (수) 17:29:42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중상자 2인 통원치료 중… 가려움·불면증 여전히 고통
“대형 참사 교훈 됐으면” 시 고양터미널 사고 백서추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 피해자인 박성린(39세)씨는 지금도 가끔 6개월 전 사고현장의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린다. 대안학교 교사인 박씨는 당일 학생들과 강화도로 캠프를 떠나려던 참이었다. 고양터미널에 먼저 도착한 제자 민지(17세, 가명)양과 함께 지하에 있는 약국에 비상약을 사러 내려가던 그는 에스컬레이터를 두 계단쯤 내려가자마자 아래에서 올라오는 유독가스를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민지 손을 잡고 계단 위로 뛰었어요. 그 순간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확 오르면서 열기가 느껴지더라구요. 어느 순간 같이 뛰던 민지도 어디가고 없고….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 에스컬레이터 앞에 누워있더라구요. 한 4~5분을 기어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소방관에게 구출됐죠.”

정신을 잃고 난 뒤 눈 뜬 곳은 부천병원 중환자실이었다. 손을 놓쳤던 민지양은 다행히 다른 소방관이 발견해 함께 구출됐다. 가방을 멨던 등 일부를 포함해 다리와 엉덩이, 허벅지 부위 60~70%의 화상을 입은 박씨는 그후 3개월 동안 화상수술과 치료과정을 거친 뒤 현재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재활치료는 내년 6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개인 안전의식만으로 예방 못해
지난 22일 행신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성린씨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밝은 모습이었다. 퇴원 후 주 1~2회 정도 통원치료만 받고 있다는 그는 이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복직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가끔씩 바람도 쐴 겸 학교에도 다녀간다고. 하지만 사고 휴유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9개 정도의 화상약을 하루에 두 번씩 바르는데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에요. 아직 불면증도 남아있고 밤에는 가려움증 때문에 실리콘 패드를 대고 압박붕대로 감은 뒤 잠을 청하죠. 체력도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특별한 일 없으면 외출은 자제하고 집에서 쉬고 있어요.”

CJ푸드빌 개점을 앞두고 무리한 공사 진행으로 인해 발생했던 고양터미널 화재사고로 사망자 8명 외에 뇌사상태 1명, 중화상 2명, 뇌신경손상 1명의 중상자가 발생했으며 골절과 연기 질식으로 112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참 사 이후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됐던 피해보상문제는 각계각층의 도움과 유가족들의 노력, 그리고 CJ측의 전향적인 태도로 인해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기업공동대책위 측은 사망자 8명의 가족에게 각각 3억2000만원의 위자료를 일괄 지급했으며 중상자로 분류됐던 박성린씨와 민지양에게는 치료비와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화재사고 이후 언어장애, 거동불편을 호소했던 중국교포 이모씨의 경우 지난 17일 본국으로 출국하기 전 최성 시장을 찾아 꽃다발을 전하며 감사함을 나타냈던 내용이 SNS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 행히 치료비 보상 문제가 빠르게 매듭지어져 부담 없이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하는 박성린씨. 하지만 협상 초기에는 사고 피해자들과의 대화를 돈 문제로만 접근하려는 업체 측의 태도를 보며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그는 “결국 사람목숨보다 돈이 우선되는 사회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대형 참사를 개인들의 안전 불감증 탓으로 돌리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안전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안전의식만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 올해 고양시의 가장 가슴아픈 사고로 손꼽히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 당시 긴박한 현장의 모습들. 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고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깊은 상흔으로 남아있다.


2년간 합동점검 한 차례도 없어
경찰수사발표에 따르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하 1층 CJ푸드빌 푸드코트 개점준비 공사에서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새어나온 가스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불이 나기 전 지하 1층에서는 여러 건의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지상 아울렛 쇼핑몰과 푸드코트 개점에 따른 마감기간에 쫓기면서 하도급업자에게 안전교육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관리업체 또한 작업공정을 관리하지 않고 안전에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 관리감독소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달 참사 직전까지 2년간 합동점검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혐의로 시 건축담당 공무원 A(50세)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합동점검 업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고양시 전·현직 과장 등 공무원 6명의 비위사실에 대해서도 경기도와 관련기관 등에 통보했다.

사고 이후 주변의 안전문제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고 말하는 박성린씨는 “건축물 등에 대한 안전규제가 강화돼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 체계적 재난대응체계 구축키로
한편 고양시는 이번 고양터미널 화재사고를 교훈삼아 내년 안전 분야 예산을 30% 이상 확충하고 각종 재난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 홈페이지와 SNS, 스마트 앱을 연계하는 사이버 재난상황실을 설치·운영하는 한편 초기대응 재난기동반을 가동해 사고 발생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 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의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최병길 안전총괄과장은 “고양시에서 일어난 큰 재난인 만큼 왜 문제가 발생했고 무엇을 바꿔야할지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안에 백서가 발간되면 정부 부처에 전달해 현행법상의 문제점이나 개선사항, 장비인력확충 등 종합적인 대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