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름대로 칼럼/다른색안경 끼고 입양보기

낳은 사람이 키우는 것이 최선이다?

많은 이들이 입양을 언급할 때 흔히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낳은 사람이 키우는 게 최선이지만 그게 안 되면 차선으로 입양을 택하는 것'

원가정은 최선의 가정, 입양가족은 차선의 가정이라

생부모가 나타났을 때 언제라도 최선인 원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만일 돌려보낼 수 없다면 입양아는 차선의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말도 가능하다.


스스로를 차선이라 생각하는 부모가 키운 아이는

제대로 된 자존감을 가질 수 없다.

'원초적 상처'는 원초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저런 부모의 생각과 말 속에서 자라는 게 아닐까.



사회 전체 이슈로서 생부모가 기르는 것과 입양은 양자 택일할 문제가 아니다. 

유사이래  낳은 부모가 기르지 못하는 상황은 늘 있어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한

입양을 원하는 부모는 항상 부족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시설에는 늘 입양 안 된 수많은 아동들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개입양이 겨우 터를 잡고 국민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미혼모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입양만 장려하고 미혼모의 양육 기회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입양에 대한 홍보와 지원을 미혼모 지원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미혼모와 입양가족을   대립  관계로 몰아가고

입양과 반입양의  구도를 정착시키려는  흐름이 있다.

그 일환으로 국가의 입양 지원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5월 11일 입양의 날을 '싱글맘의 날'로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미혼모와 입양 지원을 병행해야 함에도 하나를 빼앗아 다른 하나에게 주자는 것이다.


정부의 입양지원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된 것은 10여년 남짓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미혼모 양육이 더 많았던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설에는 아이들이 많고

이들을 백퍼센트 미혼모가 양육하거나 입양 보낼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지금 이 생명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야 한다.

시설의 집단양육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하는 연구 결과는 이미 오래전 입증됐다.


여러 영역에서 자기 복제를 하는 좀비의 주문, 

'낳은 사람이 키우는 게 최선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이런 병적인 주술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에서 해결책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이 답하는 게 첫걸음이 될 거라 믿는다.


"낳은 부모, 입양부모 중 누가 더 최선의 부모인 논하고 싶은가?

그냥 최선을 다하는 부모가 키우는 게 최선인 거다.

자꾸 주문 외우기 놀이 하지 마시고 정직하게 사시라!"



20150510 글쓴이: 디토



다음 이야기:  모성애 신화 따로, 입양 편견 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