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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다른색안경 끼고 입양보기

모성애 신화 따로, 입양 편견 따로? 입양부모들이 아이의 생부모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내 아이가 이렇게 소중한데, 이런 아이를 포기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그러나 단지 그런 마음 뿐일까?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바탕에는'낳은 사람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응당 키워야 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그런 인식에는 사회적 약자로서 미혼모 개개인이 처한 구체적 상황들이 빠져 있다.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들 중 다수가 해체된 가정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헤아려보지 않는 것이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이렇게 우리는 모성애를 절대적인 것으로 믿는 데에 익숙하다.그러다 보니 입양을 보낸 미혼모들은 그들이 처한 다양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버린 나쁜 엄마'로 손가락질.. 더보기
낳은 사람이 키우는 것이 최선이다? 많은 이들이 입양을 언급할 때 흔히 덧붙이는 말이 있다.'낳은 사람이 키우는 게 최선이지만 그게 안 되면 차선으로 입양을 택하는 것'원가정은 최선의 가정, 입양가족은 차선의 가정이라면 생부모가 나타났을 때 언제라도 최선인 원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만일 돌려보낼 수 없다면 입양아는 차선의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말도 가능하다. 스스로를 차선이라 생각하는 부모가 키운 아이는제대로 된 자존감을 가질 수 없다.'원초적 상처'는 원초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저런 부모의 생각과 말 속에서 자라는 게 아닐까. 사회 전체 이슈로서 생부모가 기르는 것과 입양은 양자 택일할 문제가 아니다. 유사이래 낳은 부모가 기르지 못하는 상황은 늘 있어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한.. 더보기
입양부모라서 대단하다? 다엘이 초등학교 입학하고 첫 학년모임을 할 때였다.입양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 학부모가 대뜸 말했다."대단하시네요, 저는 제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입양부모가 자주 듣는 '대단하다'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통념을 반영한다.별 생각 없이 하는 얘기인 걸 알지만 듣다 보면 언짢은 게 사실이다. 내 자식이 아닌 남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서 대단한 거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입양가족이 된 후엔 한순간도 남의 아이일 수가 없는데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정상(?)가족과는 다른 임시가족, 일시적 가족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남의 아이'가 키우기 힘들다는 일상적 인식은 어디에서 왔을까.저변에는 '근본을 알 수 없는 아이를 어찌 자식으로 삼겠는가'라는 또다른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 더보기
불임이라서 입양했다? 입양가정 전체 통계에서 불임부부가 큰 비율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불임을 '흔한 입양동기'라 못박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불임이라서, 유산 되어서, 사별을 해서... 입양은 사연 있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택하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그러므로 연예인 차인표씨처럼 낳은 자녀가 있으면서 입양한 경우에 대해,칭송(?)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불임이란 말로 입양동기를 묶는 순간 그 안에 들어 있는 다양한 배경들은 무시된다.누군가에게 결혼한 동기를 묻는다고 가정해보자.'미혼이라서 결혼했다'는 답을 듣는다면 이상하지 않은가?출산 동기를 물었을 때 '피임이 불가능해서'라는 답을 듣는다면 어떨까? 불임이라 입양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입양이 성립되기까지 불임은 그에 앞선 상황이나 조건은 될 수 있으나 .. 더보기
나는 나의 뿌리를 알고 있다? 나는 나의 뿌리를 알고 있다? 입양부모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나 자신이 입양인이었으면 아이 심정을 더 잘 알 수 있었을 텐데...'아이의 마음을 쉽게 짚어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나는 나의 뿌리를 잘 알고 있나?' 부침이 많은 한국 역사를 살펴보면 얼마나 입양이 흔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어느날 내 집 앞에 놓인 업둥이를 받아들여 키우는 일,갖은 재난 속에 부모 잃은 이웃 아이를 내 자식으로 거두는 일,이런 일화들을 무수히 많이 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역사다.선대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입양이 낯선 일이 아닌데핏줄에 집착하는 현실 속에되도록 비밀입양을 고수해왔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비밀스런 사연이 도처에 있다면과연 내가 알고.. 더보기
입양가족은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이다? 입양가족은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이다? 입양부모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 아이가 나중에 따돌림 당하면 어쩌나?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놀림 받으면 어쩌나?'하는 것이다. 실제로 다엘의 학급 아이 하나가 '니네 엄마가 너 돈 주고 사왔지?'하고 놀린 적이 있었다.(초등 2학년 초) 이를 계기로 아이의 학급에서 입양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의 첫장면을 옮겨와 본다. 나: 다엘이 우리 집으로 오기 전 우리 가족은 입양가족이었을까? 아니었을까? 아이들:(자신있게) 아니었어! 나: 그럴 것 같지? 근데 우리집은 다엘이 오기 전에 이미 입양가족이었어. 아이들: (어리둥절한 표정) 나: 어떻게 된 거냐고? 나의 할머니, 즉 다엘의 증조할머니는 입양된 분이었거든. 그러니까 다엘이 오기 전에도 우리 가족은 입양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