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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우리동네에서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 할 수 있을까?

불이마을협동조합과 동네 사람들이 참여한 <공동육아/대안교육 인프라망을 활용한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최종보고회 열려.



불이마을협동조합에서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제출한 제안서가 지난 2015년 5월 18일, 덜컥 선정되었다. 전국적으로 공동육아와 대안교육 인프라가 풍부한 고양시 상황을 활용해서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검증해보겠다는 연구 제안이었다. 고양시 사람들이 고양시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인데 이걸 왜 서울시에서 돈을 대주는 지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암튼 선정됐다. 이 연구는 불이마을협동조합의 하니와 삶을 디자인하는 진로센터에 빨간모자, 불이학교와 고양우리학교의 딸기, 고양우리학교와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의 깨굴이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의 장수풍뎅이와 도토리, 정다운 전 조합원 드레곤,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이정아 대표, 아픈아이돌봄협동조합(준) 한정아님이 자문위원으로 도와주셨다. 물론, 연구의 핵심 근거인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신 동네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참고 기사] 아픈아이 돌봐주실래요? - 병아보육 연구팀, 수요자 설문조사에 이어 공급자 설문조사도 진행 http://hstalk.tistory.com/434


우여곡절 끝에 연구보고서는 무사히 나왔고 오늘 드디어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서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일단 공간부터 남다르다. 은평구 구기터널 근처에 옛날 질병관리본부가 있다가 떠난 자리를 서울시가 혁신파크로 리모델링해서 청년허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 입주해있다. 최종보고회가 열린 곳은 1층 회의실인지 로비인지 모를 트인 공간인데... 맨날 닫힌 회의실을 애용하던 장수풍뎅이는 매우 어색해했다.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할까?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는, 간단히 말하면 초등 이하 연령대의 아이들이 평소 감기 등 병이 났을 때 유치원이나 학교를 가지 못하는데 그럴 때 일시보육의 개념으로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1년에 평균 4.4회 정도 병이 나는데 1년에 1.9회 정도만 결석이나 조퇴를 한다고 답했다. 그렇게 결석이나 조퇴를 하면 조부모가 돌봐주시는 경우가 44.6%, 부부 중 한 명이 돌보는 경우가 39.9%이고 그냥 아이 혼자 병원을 가거나 집에 있는 경우가 7.3%로 나타났다. 부부 중 한 명이 아픈아이를 돌보게 되서 직장을 못 나가거나 조퇴를 할 경우 69.3%가 직장생활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아픈아이가 생겼을 때 공공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보육이 이루어지는 현실인 것이다. 실제로 설문응답자의 78.8%가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고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요청했으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시간당 7,452원에서 11,171원 정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공동육아나 대안교육을 경험했던, 혹은 현재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에 돌보미로 참여할 의향이 있을까?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참여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 35.5%, 의향이 없는 사람이 48.4%로 나타났다. 참여 의향이 없는 사람이 더 많게 나타났지만, 참여 의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연구진이 예상했던 것 보다는 높게 나왔다.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들은 임금조건이나 근무시간 보다는 사명과 가치, 출/퇴근 이동거리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종일근무제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게 더 좋다고 답했다. 임금의 경우 시급 8,893원, 한달 178만원 정도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낼 수 있다는 비용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었다.




반면, 서비스가 시행 될 때 아픈아이가 있는 집에서 보살피는 방식(자택방문형)과 일정한 시설을 만들어서 거기서 아픈아이를 보내서 돌보는 방식(시설형)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 61.2%가 자택방문형을 선호했지만 돌보미로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의 경우는 64.5%가 시설형을 선호했다. 자택방문형의 경우 아이가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이고, 아이가 시설로 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 전염성이 낮다는 점이 장점으로 나타났고 시설형의 경우 시설의 개방감과 공개성, 전문성이 장점으로 꼽혔다. 반면 자택방문형의 경우, 낯선 사람이 자택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시설형의 경우 전염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단점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두 방식의 장단점을 더 자세히 분석해서 혼합형으로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연구 의견을 냈다.


가장 중요한 건 운영기관 신뢰도!


한편,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든 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기관의 신뢰성이었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물론 돌보미로 참여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운영기관의 신뢰도가 서비스 성패의 열쇠라고 답했다. 이러한 맥락은 일반 보육이든 일시 보육이든 공공성을 확보한 보육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지자체가 주최가 되어 신뢰성을 확보하여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심층인터뷰를 한 결과를 보면 고양시의 보육 담당자도 이러한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양시가 의회 등 정책입안자 차원에서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예산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여 실제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또한, 여성가족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보건복지부 육아정보지원센터로 이원화 되어 있는 보육 서비스를 지자체 차원에서 통합/확대하여 여기에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를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아픈아이 돌보미 전문가에 대한 양성과 활용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픈아이 서비스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검증됐지만 이를 실제로 진행할 주체를 찾지 못한 점이다. 앞서 말한 것 처럼 고양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민간에서 먼저 시작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민간에서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를 발굴하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이 연구의 표면적 목적은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까지였지만, 이 연구를 제안하고 시작할 때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동네에서 실제로 이 사업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최종보고회는 하니의 사회와 빨간모자의 (재미없는) 브리핑으로 잘 마쳤다. 아픈아이 돌봄 서비스와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은 몇 분의 관객도 참여했다. 브리핑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 분들의 재미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 (플로어) 표본 자체가 약간 중고소득층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저소득층을 조사한다면 수요가 좀 더 늘 것 같다.


* (플로어) 대안 중에서 민간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추진할거면 공동체 사업으로 해서 공공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공 서비스로 추진되어야 한다. 공공에서는 민간위탁형을 선호하는데, 이러한 서비스는 민관 합작/융합 방식으로 가야 한다. 사회적 기업 모델로 추진한다면 광역형 플랫폼 모델로 가야 수익이 나올 것 같다. 공공망에 탑재해서 진입 벽이 낮추고 신뢰성이 높여야 한다.


* (플로어) 복지관 이용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복지관이 친숙하다. 그리고 공공이 접근하지 못하는 층을 위해서는 공동체육아 형태가 이루어져야 한다.


* (플로어) 일본 자료를 어떻게 분석했나? 내가 일본어 할 줄 아니까 나중에 필요하면 도와주겠다.

- 일본을 직접 가지는 못했다. 예산이 부족해서. 그런데 서울시의 선행 연구 중에 실제로 일본에 가서 조사를 해왔더라. 그 자료를 참고했다.


* (플로어) 구의 향후 활용 방안은? 추진할 주체가 있나?

-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많았다. 연구를 하다보니 아픈아이 돌봄이라는 영역이 사업화 될 만큼 수요층이 두텁지 않음이 확인됐다. 이 연구를 토대로 2단계 연구를 하고 실제 사업화를 추진하고 싶으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플로어) 고양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는데 여성이 직접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고 의제 발굴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 연구 주제가 매우 시의적절하다.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와 공동의 돌봄이 중요한데 이것이 사업화 되어야 한다. 아픈아이 돌봄을 주제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오류를 보완하여 추진하는 게 좋겠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고양시의 아동복지기금 활용을 시도해볼 수 있다.


* (이정아 자문위원) 일반적인 연구와 비교했을 때 연구용역비 대비 3배 정도의 일을 했다. 인건비 책정이 제대로 안되는 구조여서 연구원의 노동력을 갈취하는 과정이었다. 전반적으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투명한 연구 과정을 잘 따랐다. 다만, 설문조사 시 표본 수가 조금 부족하였으나 이 규모의 연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 (장수풍뎅이 자문위원)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아픈아이 돌봄에 대한 문제의식과 진행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고양시 일에 서울시가 지원을 해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 (딸기) 연구라는 걸 처음 해보는데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많은 걸 배우는 계기가 됐다.


* (깨굴) 연구를 같이 하긴 했지만 이런 연구가 필요한 지 의문이다. 아이가 아플 때 당당히 조퇴할 수 있는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고 더 중요하다.


* (빨간모자) 공동육아, 대안학교 부모들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가 이 사람들이 보육과 교육의 공공성에 대해 고민이 컸던 사람이다. 이 사람들을 통해 실제 사업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게 안된다면 좀 더 공공성이 확보된 지역 사업을 함께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이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것이 최대 성과다.


* (서울시 김건아 담당자) 서울시와 고양시의 차이점과 연계지점이 포함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다.







연구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첨부한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따운받아 보시면 된다.


연구보고서 자료 : 공동육아대안교육 인프라망을 활용한 병아보육 활성화 방안.pdf

프리젠테이션 자료 : 공동육아대안교육 인프라망을 활용한 병아보육 활성화 방안.pptx




20151110 글/사진 : 깨굴, 이미지 : 사회적경제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