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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고양신문] 인권위 고공농성 중인 고양시민 최정명 아내 권현숙 씨

“하루하루 힘들지만 남편이 자랑스러워”
인권위 고공농성 중인 고양시민 최정명 아내 권현숙 씨

[1236호] 2015년 08월 25일 (화) 12:48:29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기아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진행중인 최정명씨가 아내 권현숙 씨에게 보낸 사진.

불법파견 정규직화 농성 71일
원청 묵묵부답 하청 해고징계
식사반입조차 수차례 끊겨
주변사람들 응원 큰 힘이 돼

서울시청 맞은편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 위에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7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 최정명(45세), 한규협(41)씨. 이중 최정명씨는 2003년부터 12년째 행신동에 살고 있는 고양시민이기도 하다.

지 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측은 즉각 항소했고 정규직 노동자가 다수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465명 신규채용’ 방식에 합의했다. 이에 두 노동자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6월 11일 광고탑 농성을 시작했다. 아찔한 고층빌딩 높이에 폭 1.8m의 공간. 한낮이면 태양빛을 온전히 받아 서 있기조차 힘든 곳이지만 이들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면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알릴 길이 없다”며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 규직 지위 인정판결을 내렸지만 정몽구 회장은 여전히 불법파견을 하고 있고 정부는 이 문제를 눈감고 있잖아요. 더 이상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고공농성에 들어간 거죠.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내 권현숙씨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사태는 진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공농성이 40일이 지날 때쯤 기아차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재협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협상내용을 뒤집을 수 없다며 강경입장을 나타냈다. 국회의원들과 종교계, 사회 각계 인사들이 농성장을 방문하고 사태해결에 나섰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사이 최정명씨의 집에는 회사 측이 보내온 내용증명서, 남대문경찰서의 출석요구서, 전광판 광고업체의 손해배상서류들이 하나씩 쌓여갔다. 아내 권현숙씨는 행여나 아이들이 볼까 서류들을 숨기며 남몰래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달 16일부터는 업무방해 명목으로 매일 100만원씩 벌금이 부과됐으며 급기야 19일 최정명 씨가 소속된 기아차 하청업체는 최씨에게 해고징계까지 내렸다.

농성기간에 식사반입이 중단된 것도 벌써 두 차례. 전광판 광고업체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밥을 올려 보내던 노조원들의 옥상출입이 가로막혔다. 가족에게는 음식반입을 허용했지만 그마저도 8월 10일부터는 전면 차단당했다.

권현숙씨는 “업체 사장이 문을 쇠사슬로 걸어 잠그고는 가족이고 뭐고 아무도 안된다며 올라갈거면 돈(사용료)을 가지고 오라고 으름장을 놨다. 밥은 먹게 해달라고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건 험한 소리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의 중재로 다행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식사반입을 책임지고 나섰지만 언제 또다시 식사반입이 끊기게 될까 권씨는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다.

권현숙씨는 일주일에 두 번 빨래를 전달하기 위해 농성장을 찾는다. 집에는 마침 방학을 맞은 12살, 7살 아이가 있다. 두 아이는 아빠의 고공농성 사실을 모른다. 아빠가 너무 바빠 집에 못 들어온다고만 알고 있다. 권씨는 “아빠가 계속 안 들어오자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큰아이가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린 어디로 가야하느냐’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나마 권현숙씨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다.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고양희망연대는 매주 화요일 SNS를 통해 최정명, 한규협씨를 응원하는 인증샷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요일마다 지역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지방문에 나서고 있다.

권씨는 “저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이 문제에 남편이 강한 의지를 갖고 싸우는 모습이 대단해보이고 자랑스러운 마음”이라며 “꼭 승리해서 다른 비정규직에게도 희망을 안겨주는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