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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고양신문] 작은 교회, 세상을 품다 생명·평화 운동을 세상속에서 실천하는 동녘교회

작은 교회, 세상을 품다

생명·평화 운동을 세상속에서 실천하는 동녘교회



환하게 웃고 있는  동녘교회 가족들



12월이 찾아오면 대개의 교회들은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바빠지지만, 색다른 일을 벌이기 위해 부지런을 떠는 교회가 있다. 행신동에 자리잡은 작은 교회인 동녘교회는 12월에 찾아오는 세계 인권의 날을 전후해서 인권편지쓰기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인권을 위해 펜을 들어요’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이 행사는 국제적 인권운동 단체인 국제 엠네스티(Amnesty)에서 매 년 선정하는 각국의 인권 억압 사례들에 대해 해당 나라의 정부를 대상으로 항의 편지를 써 보내는 운동이다. 한 통의 편지가 무슨 힘이 있겠냐 싶지만,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보니 해당 정부에 압력으로 작용해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가 30%가 넘는단다. 편지 한 통이 억울하게 희생될 뻔한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벌써 5년째 지속하다보니 교인들이 너 나 없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작년까지는 국제 엠네스티에서 직접 편지봉투를 제작해 배포했지만 올해에는 동녘교회에서 자체 제작했음에도 총 900여 통의 편지를 작성해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과 청소년을 합쳐 70여 명의 교인이 모이는 작은 교회가 감당하는 일 치고는 놀랄만한 숫자다. 알고 보니 교인들 각자가 자신이 속한 크고 작은 모임이나 조직 안에서 수년째 편지쓰기 행사를 적극 전파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웃을 향한 지속적 관심

   

인권편지쓰기뿐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려는 동녘교회의 관심은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된다. 매년 겨울마다 벌이는 연탄나눔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연탄나눔 행사들이 주로 12월에 이뤄지는데, 정작 연탄수요계층들은 4월까지 연탄을 때기 때문에 동녘교회에서는 매 년 2월에 연탄나눔을 펼친다. 이 역시 교인들이 속해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봉사자들을 확대하여 참여한다.
재작년부터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아무래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이었다. 다양한 단체들과 연계하여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트라우마를 보듬는 일들이 올해에도 지속된다.
또 한 작년부터 시작된 동녘 어린이 사랑방 활동을 좀 더 확대하여 교우들의 자녀들과 함께 인근 지역의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함께 돌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 아이들에게는 공부에 앞서 정서적인 돌봄이 더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넓은 의미의 가족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렇듯 동녘교회는 사회를 향한 예민한 촉수를 항상 열어두고 도움과 연대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순발력있게 손을 내밀고 있다.

세상과 소통 가능한 신앙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동녘교회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일반 교회들과는 차별화되는 신앙적 토대를 흔들림없이 다져왔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신앙’의 추구다. 그러한 요청은 자연스럽게 형식화된 기독교 교리의 한계를 넘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예수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생명과 평화의 나라를 꿈꾸었던 예수의 삶을 따르는 실천적 신앙으로 표출되었다. 동녘교회의 김경환 담임목사는 교회의 신앙 목표를 경천존지애인(敬天尊地愛人)이라는 말로 집약했다.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궁극적 존재로서의 하늘의 뜻을 섬기고, 지구에 뿌리내리고 사는 모든 생명체들을 귀하게 여기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연약한 이들을 보듬고 사랑하자는 뜻이다.


평신도 중심의 영적 성찰

   

사회적 실천에 방점을 둔 교회라고 해서 내면적 성찰을 등한시 할 것이라 여기면 오산이다. 깊이있는 성찰의 힘야말로 실천력을 담보하는 가장 든든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동녘교회 식구들은 묵상을 통해 떠오른 깨달음을 밴드 등을 통해서 서로 주고 받는 일에 익숙하며, 각자의 신앙 이해를 풀어내는 소통의 자리도 자주 갖는다. 영적 성찰의 핵심은 교인들 스스로가 주체적인 신앙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기독교 전통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절(拜)예배를 시도하며 몸의 영성과 마음의 영성을 아우르기도 했다.

생태적 삶에 대한 고민

   

하늘뜻에 관한 관심이 평신도 중심의 영적 성찰로 이어진다면, 땅에 대한 관심의 중심에는 교회의 모든 식구들이 함께 참여하는 텃밭운동이 자리하고 있다. 자본의 폭력성에 맞서 최소한 먹거리만큼이라도 자급적이면서 생태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벌써 수년째 텃밭에서 땀을 흘려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텃밭을 가꾸며 동녘 식구들은 몸과 삶의 변화를 다양한 차원에서 경험했다. 생태적 감성을 키울 수 있었고, 노동을 감당해내는 건강한 몸을 단련시켰고, 소산물을 나누는 과정에서 공공적 가치도 실현했으니 그들이 텃밭에서 길러낸 것이 단순히 농산물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성경에는 기본적으로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상이 담겨있다. 바꿔 말하면 땅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한 정신으로 출자와 노동량에 상관 없이 생산된 농산물을 교회 식구들이 다 같이 나누고, 남은 생산물을 판매해서 얻어진 수익금은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올해부터는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 체험교실도 확대할 계획이다.


삶의 자리에서 확장되어가는 교회
이렇듯 동녘교회는 신학적 위치와 실천적 태도에 있어서 교회가 품어내는 반경의 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하늘의 뜻을 헤아려, 예수의 정신을 따라 실천해내는 모든 일들이 바로 생활 속 교회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작지만 세상을 품는 교회는 그렇게 씩씩한 몸짓으로 이웃을 향해 환한 미소를 건네고 있다.




나지막하지만 강단있는 음성으로 동녘교회에 관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들려 준 김경환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