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과 함께 가는 기다림과 진실의 버스 출발 이틀 전 상훈씨는 집 거실에서 토요일 김장을 하겠다고 결정한 부인에게 팽목항 행을 읍소하는 1인시위를 감행했다.
지금은 아이 셋의 엄마지만 그녀는 상훈씨가 대학시절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와서 한눈에 반해버린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티격태격하지만 남편이 하는 일을 마음깊이 지지해주고 본인도 동네에서 협동조합 일이나 강연을 챙겨 듣는 등 상훈씨보다 소리 없이 강한 민주시민이다.
행신톡에 기사화되는 등 사진 한장이 고양시의 sns를 도배하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심지어 김장을 도울테니 함께 가자는 글이 쇄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12월6일 토요일 아침 팽목항에 가는 버스에 오른 것은 상훈씨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다.
그리고 여섯시간을 걸려 도착한 팽목항에서 무지개가 이 부부의 첫 방문을 반기었다.
"참 마음이 안 좋네. 내가 고향이 진도잖아"
사람들에게 익숙한 손짓으로 진도 주변바다를 가리키며 섬의 이름과 맹골수도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상훈씨는 진도가 고향이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실천에도 열심이었다.
고양시에서 출발 할때 챙겨간 노란펼침막을 설치하는 그의 눈가는 어느새 붉어져있었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폐속으로 들어오는 둣하여 긴 한숨을 푹푹 내쉬며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부부는 침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부인 은미씨의 이야기를 잠시 들을 수 있었다.
"혜인이 아빠가 몇년전에 에잇! 이 놈의 세상 더러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냥 돈이나 벌어야겠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걱정은 됐지만 할 말이 없었죠. 그런데 4월16일 이후로 다시 세상에 발을 내놓은 것 같아요"
팽목항을 뒤로 하고 고양시로 돌아오는 동안 부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일요일 아침, 집안이 분주해졌다. 그동안 집안어른들 도와서 일손이나 거들었지 김장을 혼자 해보기는 처음인 것이다.
상훈씨의 전화기가 울렸다. 금요일에 김장을 함께하기로 한 가가멜과 영란씨다.
상훈씨는 "에이, 오지마" 하면서도 웃음이 터진다.
시끌시끌 한바탕 김장이 끝나고 은미씨가 준비한 수육에 술상이 벌어졌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훈씨의 입에서는 자식자랑, 부인자랑이 한없이 이어진다.
은미씨는 민화를 그리고 해금을 배운다. 상훈씨는 원래 붓글씨가 취미였다고 한다.
이 부부는 묘하게 닮아있다.
왁자지껄 시끌시끌한 1박2일을 마감하며 이 시대를 사는 모든 부부가 그러하겠지만 이 부부에게도 유쾌한 희망이 있음을 알수 있었다.
백범 김구가 마지막 죽음을 맞았던 경교장복원사업에 앞장서는 상훈씨와 큰 소리를 내진 않지만 세월호 문제에 있어 그 누구보다 진지한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은미씨.
이 부부를 배우고 싶다.
사진, 글. 가가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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