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불이 체험 학교 열리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배우며...
지난 8월 11일부터 시작되었던 중고등 대안 <불이학교>의 체험학교가 14일 끝났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러 갔습니다. 머리카락과 옷과 여기저기에 흰 페인트가 묻어있고 왠지 모르게 꾀죄죄 한 아이들이 짐을 다 싸고 학교 현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습니다. 좀 시끌시끌 했는지 학교 옆집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슬금슬금 나오셨습니다. 체험학교 담당 샘인 아삭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 학교 이제 시작한겨?"
"아뇨~ 아직 이사 다 안 했고, 얘덜은 입학하기 전에 학교 체험하러 온 친구들이예요. 오늘 끝나고 집에 가는 거예요."
"시끌시끌해서 지금 뭘 시작하나... 하고 나와봤는데 벌써 끝난겨? 사실, 여기 대안학교가 들어온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걱정이 많어~ 여기 있는 애들 보니깐 그런 거 같진 않은데,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쟎아~ 공사하는 것도 시끄럽고..."
"공사는 곧 끝나요. 다음 주 쯤 이사 끝낼 거고, 개학은 9월달에 해요. 동네 분들께 저희가 잘 해야죠~"
"애들이 꽉 막힌 도시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이런 시골에서 공부하는 게 훨씬 좋긴 하지~"
아주머니는 밥은 잘 해 먹었냐, 목욕은 어떻게 했냐... 따뜻한 걱정을 해주시면서도 '대안학교'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대안학교도 그저 그 학교가 거기에 위치해 있다는 것만으로 민원을 많이 받고 있죠. 대안학교가 장애인 등 일반학교에서 적응 못한 아이들이 가는 학교라는 인식 때문이죠. 이 이웃 아주머니는 막무가내로 싫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글구, 대안학교가 동네에서 질 적으로 연대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반드시 져야 할 책임이라는 생각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불이 체험 학교가 시작하던 11일 아침, 아이들이 어색하고 뻘쭘해 하면서도 바닥 매트를 갖고 집박스(?)를 만들던 생각이 나서 아삭 샘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 체험학교에서 집짓기가 있던데, 그건 왜 한거고 잘 됐나요?"
"아~ 그건 우리가 살면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게 뭘까... 고민했어요. 의/식/주가 제일 기본이겠죠. 그 중에 특히 집은 혼자서 만들기가 힘들죠. 함께 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합심해서 집을 지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식사도 함께 준비해서 먹는 프로그램을 짰어요. 저녁 시간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함께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집 지어 놓은 걸 보니 정말 놀라운데요... 아이들이 직접 설계하고 공사한 건가요?"
"이 프로그램은 사실 청소년 용으로 기획한 건데, 이번엔 약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래서 설계를 직접 하진 않고 선생님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아이들이 벽을 붙이고 장식하는 식으로 했어요. 주변에서 모아온 폐 목재를 가져다가 크기에 맞게 톱으로 자르고 못질해서 붙이는 작업이었어요.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 했지만 동시에 가장 재밌어 한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지 궁금했습니다. 집에서 탱자탱자 놀았을 것이 뻔한 초등 5~6학년 아이들이 불이 체험 학교에 와서 직접 집을 짓고 밥을 해먹는 것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제일 재미있었던 일이랑 제일 힘들었던 일이 뭐였어?"
래완 : "물총 놀이랑 집 짓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근데 집 짓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상유, 이안 : "맞아요~ 집 짓기가 제일 힘들기도 하면서 제일 재미있었어요. 첫날 망치질이랑 톱질 배우고 둘째날 나무 잘라서 벽 붙이기를 했어요. 그 다음 날은 페인트를 칠해서 완성했어요. 마지막 날 그 집을 들어서 옮겼는데 죽는 줄 알았어요. ㅠㅠ"
옆에 있던 한 선생님 "야... 솔까말, 선생님들이 다 했거덩!!! 나도 죽는 줄 알았어!!!"
"밥도 니들이 다 직접 해서 먹었대매~ 맛있었어?"
상유 : "조마다 메뉴 정하고 11만원 가지고 원당 시장에 장보러 갔다왔어요. 그 돈으로 점심 사먹고, 나머지로는 밥 할 재료 샀어요. 그리고 돌아와서 카레 해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실수로 소금을 반 통 부어버렸는데 그게 짠 맛이 잘 안나는 나트륨(?)이어서 그런지 먹을 만 했어요. 여기 오기 전엔 칼질 거의 못 했는데 여기 와서 칼질을 배웠어요. 깍뚝 썰기 완전히 마스터 했어요~ 근데 톱질도 배웠는데 그건 아직 어려워요..."
3박 4일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이 부쩍 큰 느낌이었습니다. 단체 사진도 찍고 데릴러 온 부모님한테 집 자랑도 하고... 불이학교를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끼리 인사를 하는 도중 썸 탄 이야기도 흘러나왔습니다.
"00오빠, xx 지못미~~~"
"xx 전번은 땄어???"
"피구할 때 남자가 여자 지켜주는 거였는데, 00오빠가 xx를 지켜주기로 했어요. '괜찮아~ 오빠가 지켜줄께~' 했는데 결국 xx가 맞았어요. 그래서 '지못미'라고 하는 거에요. ㅋㅋㅋ"
"yy랑 zz도 애인 됐어요~"
이야기의 주인공들 : "아!!! 쫌 하지마!!! 아니라구~~~"
20명의 참가 학생 중 몇 명이 불이학교에 입학할 지 모르겠지만, 입학 예정 여부를 떠나서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자꾸 부럽습니다. ㅠㅠ 그리고, 건축 설계를 전공한 저로서는 집이라는 걸 모형이 아닌 1:1 스케일로 만들어 보는 경험을 고작 초등학교 때 했다는 사실도 무지 부러웠습니다.(저는 졸업하고 설계사무소 들어가서 지어봤거든요.) 아삭 샘 말씀대로 그리고 '삶과 배움이 다르지 않다'는 불이학교의 뜻대로, 우리가 필요한 데 최소한 꼭 필요한 것들을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드는 경험을 한 아이들이 또 부러웠구요. 내년에 입학할 불이학교 6기 학생들을 기대해봅니다~
<불이학교>
주소 :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585-1
홈페이지 : http://burischool.org
전화번호 : 031-979-2012~3
이메일 : 12345ddong@naver.com
20140816 기사 깨굴 / 사진 가가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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