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지나간 하늘에 남는 기다란 꼬리. 일명, ‘비행운’이라 부르는 구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전 학부생 시절에 비행운을 처음 봤을 때, 잽싸게 사진을 찍어서 기상청에서 매 년 주최하는 기상사진전에 냈다가 그만 똑 떨어진 아픈 기억이 있다. 사진 인화비도 못 건졌다고 애석해했지만, 비행운이 생기는 원리에 신기해하며 학구열에 불을 붙이던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
비행운은 비행기 연료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증기 때문에 생긴다. 석탄, 석유 같은 탄소 연료가 연소(즉, 산소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들게 되는데,
석탄, 석유 (CH 뭐시기...) +O2 ==> 에너지 + H2O + CO2
이 때 배출되는 수증기 형태의 물이 상공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물방울로 엉겨붙어 생기는 것이 비행운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떤 비행기는 꼬리가 생기는데, 어떤 비행기는 왜 안생기나요?”
헉.. 그러고보니, 비행기가 지나간다고 해서 항상 뒤에 꼬리가 남는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경험적으로 여객기가 꼬리 구름 달고 가는 건 잘 못 봤던 것 같은데, 비행기 종류에 따라 연료나 연소 방식이 달라서인가, 아니면 비행 고도 차이 때문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능력치 밖에 있는 질문인 걸로 일단락하려던 찰나. 제주도 공항에서 결정적 장면을 포착했다.
<2015년 10월 14일 제주국제공항. 해당 항공사 PPL (간접광고) 아님.. ^^;;;>
어떤 비행기는 꼬리가 생기는데, 어떤 비행기는 안 생기는 게 아닌(!) 거였다.
비행운은 그때그때 주변 환경에 따라 생길 수도, 안 생길 수도 있다. 비행운을 흔히 보는 계절은 주로 대기가 안정한 겨울철인데, 대기가 안정할 경우 위아래로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수증기와 그 외 (구름씨 역할을 하는) 먼지들이 잘 흩어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먼지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물방울로 자라게 되고, 비행기가 지난 자리에 꼬리 구름처럼 남게 될 수 있다.
반면, 대기가 불안정해서 위아래층 혼합이 쉽게 일어나는 여름의 경우, 비행기 배기가스 성분은 쉽사리 흩어지게 되고, 당연히 꼬리 구름도 잘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들의 차이에 따라 비행기가 날아간 직후에 꼬리 구름이 생기기도,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생기기도, 아예 생기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비행기의 종류가 구름이 생길 조건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큰 여객기의 경우,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자잘한 소용돌이(터뷸런스) 또한 강할 것이기 때문에, 대기층이 아주 안정한 경우가 아니면 자체 터뷸런스에 의해 퍼져나가면서 구름으로 자라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너무 작은 경비행기의 경우, 배기가스의 양이 적어서 구름으로 자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비행기 종류가 꼬리 구름의 형성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비행기가 지나갈 당시의 주변 대기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위에 사진이 찍힌 날의 대기 상태는... "무척이나 안정했을 것이다." 라고 짐작해 볼 수가 있겠다. ^^
다음에 비행운을 발견했을 때, 그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고, 혹시나 주변에 뭉게구름이 마구마구 피어올라있다면 (뭉게구름은 공기의 상하층 움직임이 강한 상태이므로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증거), 행신톡에 제보해주시라. 위에 주절거린 설명이 틀렸다는 뜻이니, 사과의 뜻으로 사과라도 보내드릴지;;;;
글/사진 파랑
'나름대로 칼럼 > 동네 기상학자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뜬구름이야기] 가을 하늘은 왜??? (1) | 2015.10.01 |
---|---|
우리 동네 기상학자의 뜬 구름 잡는 이야기 (1) | 2015.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