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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깨는 청소년들의 학교신문

[불이학교 신문] 불이인의 양심을 측정한다, 불이무인매점 개설!

[불이학교 신문] 불이인의 양심을 측정한다, 불이무인매점 개설!

먹고 또 먹어도 배고픈 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매점의 이야기.




점심시간, 밥을 먹고 나면 경쟁이 벌어지는 이곳. 바로 이번 달부터 개설된 불이무인매점이다.


불이학교 도서관 측에서 개설한 이 무인매점은 2층 계단과 3학년 ‘호그와트’ 반이 마주한 복도 가에 위치해 있으며 매일 점심시간 1:30 부터 1:50까지 생협 과자인 ‘부셔먹는 라면과자’, ‘우리밀 짱’을 한정 수량 판매한다. 거래 방식은 바구니에 담긴 과자를 가져가고 통에 그에 맞는 가격의 돈을 넣는 형식이다. 수량이 많지 않은 관계로 1인 1봉지씩만 구입할 수 있다. 벽면에는 일간 손익계산서가 나와 있어 지난 날 얼마나 양심적으로 간식을 구입하였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양심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을 닫게 된다. 개설된 지 2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손익계산서를 보니 맞는 금액이 들어온 날도 있고 더 많이 들어온 날도 하루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많은 적자가 나는 상태이다. 더 많이 들어온 날은 소문에 의하면 3학년 모 군이 손익계산서에 나온 이익금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날도 누군가는 돈을 더 적게 낸 셈이다.



이 매점에서 판매 중인 간식의 판매금액은 잔돈을 줄이면서도 정가에 맞도록 재정했다. 수익을 내려는 구조가 아닌데, 불이도서관 담당인 아삭 쌤과 근로 장학생이 매점을 운영하는 매점의 목적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작년 2학기, 샘물쌤이 보기에 구터전에서 신터전으로 터전 이전을 한 후 넓은 불이학교 공간에서 계단 쪽의 복도가 사람들이 별로 오가지 않는 죽어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구독중인 신문을 그 곳에 두기는 하지만 학교의 공간이 넓다 보니 신문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그 곳을 가장 살리기 좋은 아이디어가 매점이었다. 실제로도 많이 들어왔던 학생들의 매점 재개설 의견을 고려하여 우선 3월에는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무인매점으로 운영하게 된 이유는 매점을 담당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기에는 교사들께서 맡은 업무가 많아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불이학교에서 많은 도난사건이 일어났는데 무인매점으로 우리의 양심을 돌이켜 보고 사건들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아삭 선생님은 전했다. 사실 돈을 내지 않거나 덜 내는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다. 물량이 한정적이라 더욱이 잡기 쉽지만 아직까지는 지켜보는 중이다. 만일 적자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돈을 덜 낸 학생을 잡거나 매점이 문을 닫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겠다.



매점 개설에 학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 말할 수 있다. 매일 점심시간에는 하루 열 봉지 내외의 적은 재고로 간식을 사수하려는 자들의 격렬한 쟁탈전이 있었고, 그로 인해 무려 3초 만에 매점의 재고가 바닥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대체적으로 매점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나 ‘돈이 없는데 매점이 나를 유혹한다’는 학생도 있었고 많은 학생들은 좋은 반응과 동시에 ‘구입하려는 친구가 너무 많아 과자를 구입하기는 커녕 보기조차 힘들다’ 며 ‘재고를 늘려 달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결국 매점 측에서는 여러 규칙을 만들었다. 이틀에 한 번 구매, 밥을 안 먹고 과자를 사거나 수입이 맞지 않을 경우 다음 날은 매점을 열지 않는다. 수요 증가와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이 규칙도 양심에 의해서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신뢰와 질서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불이매점을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이후에는 다양한 종류와 많은 양의 간식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 : 정진아 기자, 사진 최시은 기자 (불이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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