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햇빛21단지 경비노동자, 올해 휴게시간 늘고 임금 올라간다???

햇빛21단지 경비노동자, 올해 휴게시간 늘고 임금 올라간다???
최저임금 100% 적용 피하기 위한 편법에 불과해...



행신톡은 작년 11월 25일, '아파트에 사세요? 사람이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사실일까요?'라는 제목의 회오리 글(http://hstalk.tistory.com/179)을 실은 바 있다. 내용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수난과, 2015년부터 경비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100%(2014년까지 90% 적용이었음)과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이 글은 '더 중요하게는 2015년 최저임금 100% 지급을 앞두고 내가 살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가 해고라는 편리한 수단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갖자.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자. 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자고 하자. 그것이 우리가 아파트에 ‘사는’ 모습이다.'라고 끝맺고 있다. 

그렇다면 2015년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의 경비노동자들은 어떻게 될까? 작년 12월 29일, 햇빛마을 21단지 내에 이와 관련된 공지가 나붙었다. 주된 내용은, 임금 상승으로 인한 관리비 상승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을 늘이겠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휴게시간은 식사 시간 등을 포함한 것으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시간이다. 정확히 어떤 점이 변화되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햇빛마을 21단지 관리소장을 인터뷰했다.


Q. 현재 일하고 있는 관리 노동자의 근무 현황은 어떻게 되나?
A. 경비직 노동자가 14명, 청소원이 11명, 기계전기실 노동자가 4명과 관리사무소 직원이 있다. 경비직 노동자는 휴게시간이 주간에 점심시간 1시간, 저녁시간 1시간, 야간에 4시간해서 총 6시간이다. 급여는 약 142만원 정도 된다. 휴게시간을 위한 휴게실이 지하에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그곳에서 쉬는 사람도 있고 그냥 경비실에 머무는 사람도 있다.


Q. 2015년에 바뀌는 근무 조건은 어떻게 되나?
A. 인원 감축 없이 모든 노동자들이 그대로 근무하지만, 경비직 노동자의 경우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각각 1시간 씩 늘여서 휴게시간이 총 8시간이 된다. 급여는 공지에 나간 것 처럼 최저임금 100%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분 7.1%가 반영되어 총 19%가 늘어 170여만원이 되어야 하지만 휴게시간이 늘기 때문에 그보다 적다. 


Q. 2015년에 늘어나는 경비직 노동자 임금에 따른 관리비 상승은 어느 정도 되나?
A. 최저임금 100% 적용, 최저임금 인상분 7.1%를 휴게시간 확대 없이 반영하면 가구 당 약 5~6000원 정도 늘 것인데, 이게 부담스럽다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견에 따라 휴게시간을 2시간 늘여 임금 상승분을 최소화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약 2000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본다.


Q. 관리비 상승에 대한 입주자들의 의견은 수렴했나?
A. 안했다. 동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총 9명 중 8명이 참여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하였다. 그런 일을 일일이 입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도 복잡하고, 관리비 상승에 대해서는 의견이 극과 극으로 대립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 없이 회의에서 결정했다. 회의에서도 동대표들의 의견이 엇갈렸으나 4개의 안 중 현재의 안을 타협안으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작년 경비업체 위탁과 관련해서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 게약 해지를 하고 그로 인해 재판을 진행한 적이 있어서 관리비를 상승시킬 경우 입주민들의 반발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 근무조건 변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입장은 들어봤나? 휴게시간에 제대로 쉬고 있는지도 알고싶다.
A. 공식적으로 상의한 건 아니고 통보를 했다.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경비직 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이라는 게 사실 제대로 쉬는 시간이 아니긴 하다. 관리소장 입장에서는 휴게시간에 업무를 보지 말고 휴게실에서 휴식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입주민들이 '휴게시간'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민원이 있으면 경비직 노동자가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 불만을 표시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차단기의 경우 노동자가 휴게시간일 경우 차단기를 열어놓는데 왜 열어놓냐고 민원 제기하는 입주민이 많다. 휴게시간에 대한 설명을 해도 설득되지 않는다. 그래서 입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자 이번에 일부러 휴게시간에 대해 따로 공지를 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결론적으로는 경비직 노동자들의 해고 없이 임금은 일정 정도 상승하고 휴게시간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리소장이 말한 것 처럼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된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편법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한 경비노동자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상황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사실 '편법'이다'고 답했다. 결국 19%의 정당한 임금 상승을 보장받지 못하고 편법적인 휴게시간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입주민들과 노동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단독적으로 결정한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이웃한 햇빛마을 19단지의 경우는 또 다른 방안을 선택했다. 총 5개의 경비실 중 2개의 경비실을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즉 야간 시간에는 원래 5명의 노동자가 상주하던 방식을 3명이 상주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이로 인해 총 임금 상승을 줄였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을 했을 때 보상받는 최소한의 임금이다. 그런 최저임금을 이제까지 다 주지 않고 90%만 지급하도록 한 법도 웃긴 거지만 올해부터 100% 적용해야 하는 법을 편법적으로 억제해 그걸 다 지급하지 않는 상황도 정당하지 못하다. 이러한 바탕에는 근본적으로 입주민들의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나 수도, 가스 등의 요금은 그대로 내면서 자신의 집을 관리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어떻게든 깎아보려는 인식이 아닐까. 물질에 대한 비용보다 노동에 대한 비용 지불이 더 깎기 쉽다는 인식이 아닐까. 우리 동네에서 함께 일하고 살고 있는 경비직 노동자를 비롯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은 언제쯤 제대로 된 댓가를 받게 될까.


만약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공지판을 자세히 보자. 어떤 편법적 수단이 경비직 노동자들의 노동의 댓가를 폄하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도 그 폄하에 암묵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보를 기다린다.


20150107 글 : 깨굴 / 인터뷰 : 깨굴, 홍원표 / 사진 : 깨굴, 햇빛마을 21단지, 햇빛마을 19단지 공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