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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처녀막은 '막'이 아니다! 고양우리학교 부모 성교육

처녀막은 '막'이 아니다! 고양우리학교 부모 성교육




12월 13일 고양우리학교에서 '성! 터놓고 얘기해요' 부모 성교육이 열렸습니다.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박혜정 샘이 무려 2시간 20분의 긴 강의를 해주셨어요.

우리 아이들은 순진하다??? - 어른들의 착각

박샘은 먼저 우리 아이들이 '순진'하지 않고, 부모들이 집에서 아이에게 성교육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게모르게 성교육을 하고 있다는 얘기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텔레비젼에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면 지가 알아서 눈 가리고 안 보는 행동을 하니깐 우리 애는 순진해요~' 아니죠. 그 아이가 '키스'가 뭔지 모르면 눈을 안 가리겠지만 그게 뭔지 '어렴풋이' 알기 때문에 눈을 가리는 겁니다. 그니깐 '순진'한 게 아닙니다. 박샘이 학교에서 성교육 할 때 '콘돔', '섹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초등 5,6학년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귀를 막고 난리가 난답니다. 이 아이들은 순진해서 이런 반응을 보일까요? 그게 아니라 '콘돔', '섹스'라는 게 뭔가 '더럽고 이상한 것'이라고 이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아이들은 '순진'한데 '이 세상이 더럽고 이상해서 문제'라는 인식은 빨리 버려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들이 모르는 사이 이미 '성'이 대해 알고 있지만 그것이 더럽고 이상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문제입니다.

선녀와 나무꾼 중 누가 나쁠까? - 다른 시선으로 보기

선녀와 나무꾼 동화를 다시 봅시다. 이 동화의 첫 페이지는 나무꾼의 시선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녀가 아이 셋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간 이야기를 하면서 '나무꾼이 불쌍하다', '선녀가 나쁘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부모들은 그걸 별 여과 없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나무꾼의 눈이 아닌 선녀의 눈으로 보게 되면 나무꾼이 몹쓸 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구의 입장에서 판단하냐에 따라 상황은 확 바뀐다는 거죠. '성'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성이 아름다우려면 삶이 아름다워야 한다 - 기존 성교육의 한계

주변의 성교육을 보면 다들 '성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성은 '섹스'일텐데, 우리의 삶에서 그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 회사에서 어떻게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할 수 있을지, 싸운 친구와 어떻게 화해할지... 이런 일상적인 생각들을 훨씬 많이 하지요. 부부나 애인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구요. 그렇기 때문에 성 자체만 놓고 아름답다고 하는 건 모순입니다. 일상이 아름답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전제되어야 그 일부분인 성도 아름다워 지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성교육의 또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꼬마 여자아이들에게 '내 몸은 내가 지켜요! 아이를 낳는 나의 몸은 소중해요! 수영복으로 가려지는 곳은 소중하기 때문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만지려 하면 '안돼요!', '싫어요!'라고 해야 해요'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그렇다면 남자 아이들은 어떨까요?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 같이 생각합니다. 왜냐면 자신들은 '아이를 낳는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수영복으로 가려지는' 몸 이외의 부분은 그럼 소중하지 않나요? 똑같이 소중하죠. 이런 부분적이고 여성에 집중된 성교육은 매우 위험합니다. 왜냐면 인권이 전제된 성교육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이를 낳는 몸이건 아니건, 수영복으로 가려지는 부분이건 아니건, 모든 인간의 몸은 소중하다는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죠.

사춘기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전부인 시기??? - 사춘기 성교육 어떻게?

부모들과 사춘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사춘기 아이들은 마치 모두가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만 채워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성교육 자료를 보면, 연애의 스킨쉽 단계를 주욱 늘어놓고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갔는지, 어디까지만 할 것인지 물어본답니다. 거기 나온 그림을 보면 가관입니다. 손 잡고 있는 그림, 키스를 하는 그림, 가슴을 만지는 그림, 같이 누워있는 그림 등... 아이들은 이걸 보고 뭘 생각할까요? '난 요기까지만 갈꺼야'라고??? 아니죠. '아... 연애는 저런 단계를 거쳐서 하는구나. 나도 해보고 싶다~ 저렇게 못하면 난 이성으로서 자격이 없는거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춘기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되고 늘어나는 시기지요.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관심사는 아이들마다 매우 다르고 연애의 진행 방식도 다 다릅니다. 근데 어른들은 '연애'에만 촛점을 맞추고 그 진행 방식을 떡하니 공식화해주죠. 그래서 아이들의 연애관과 성에 대한 인식은 '왜곡'됩니다. 사춘기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일부분일 뿐이고 사실은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춘기 아이들의 성교육은 성에만 국한되면 안됩니다. 특히, 성에 관해서는 매우 개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숨기면 숨길수록 아이들의 호기심은 더 커지게 되고 왜곡되기 십상입니다. 드라마를 같이 볼 때,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눈을 가리는 아이에게 '어머 얘, 쟤덜 키스해도 되는지 서로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막 키스를 하네. 저런 애덜, 섹스할 때도 안 물어보고 하다가 결국 성폭력 생긴다~'라고 하면 어떨까요? 야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야동은 나쁩니다. 야동이 나쁜 이유는 '야해서'가 아닙니다. 그게 '뻥'이고 '폭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짜피 사춘기 아이들이 야동을 보는 것을 부모가 막지 못한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게 왜 나쁜지 열어놓고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실제로 섹스를 저렇게 오래(약 2시간) 하는 건 인간으로서 불가능하고 카메라 각도를 잡기 위한 체위도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배우들은 갖가지 노력을 합니다. 팔뚝힘을 길러서 카메라 각도에 맞는 체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5분 후 사그러든(실제로는 삽입 후 5분 후면 사정하는 것이 평균적임. 그게 조루가 아님!!!) 성기를 다시 세우기 위해 스탭에게 도움을 받거나 비아그라 같은 약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니깐 완전히 연출된 상황이라는 거죠. 또한, 야동에서는 대화가 없습니다. 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으며 자기만 잘하면 상대가 좋아한다는 공식이 전제됩니다. 때문에 매우 폭력적입니다. 이러한 야동의 나쁜점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못 보고 못 듣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들을 지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죠.

피임교육도 중요합니다. 요즘은 피임 방법을 몰라서 임신하는 게 아니라 섹스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피임에 대해 언급을 하지 못해서 임신합니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는데 남성이 섹스를 요구할 때 젊은 여성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콘돔 있어???'라고 묻는 것... 그래서 헤어졌다는 실제 예도 실감나게 들어주셨습니다. 즉,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암묵적인 권력 관계가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어렵다는 거지요.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그래도 그런 훈련을 해야 합니다.



짧은 치마 입은 여자 잘못이다??? - 피해자 유발주의

일반적 성교육의 내용이나 실제 성폭력 사건이 났을 때 양상을 보면 여전히 피해자인 여성의 잘못이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인 남성은 멀쩡히 있는데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나댕기고, 술을 마셔서 취하고, 지하철에서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리지 않아서(실제 지하철 역에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리라고 그림으로 제시되어 있음)라고 말합니다.
'빨강 모자'라는 동화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여자 아이가 늑대에게 잡아 먹힌 이유는 '엄마 말을 듣지 않아서'입니다. '늑대가 나빠서'가 아니라요. 게다가 이런 소녀를 '금발의 남성'이 구해줍니다. 모든 게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주의'를 보여주는 동화입니다. 실제로 판본에 따라 늑대와 소녀가 한 이불을 덮고 함께 누워 있는 그림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땐 남성들이 기분나빠해야 마땅합니다. 남성도 '이성적인 인간'인데 마치 '성욕 하나 참을 수 없는 짐승' 취급을 당하고 있으니까요.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주인공이 '줘도 못 먹는 남성' 취급을 받았을 때 '준다고 다 먹는 게 아니야! 나도 취향이 있다고!'라고 말해야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성적으로 가장 탁월하면 가장 남성답다는 의식과 가해자의 시선으로 성폭력을 바라보는 현실 때문에 그것이 이상한 말처럼 들립니다.

처녀막은 '막'이 아니다, '질주름'일 뿐이다.

이러한 인식에는 여성의 처녀막에 대한 왜곡된 환상이 전제됩니다. 처녀막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없어지면 여자로서의 인생 끝나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 처녀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게 '막'이면 막혀있단 얘긴데 실제로 그럴 경우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왜냐면 생리혈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역류되기 때문이죠. 처녀막이라고 불리는 걸 들여다보면 막이 아닌 도너츠 모양(가운데가 뚫려있는)의 주름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그 조직은 인체에서 가장 회복이 빠른 조직입니다. 입술처럼요. (입술을 매일매일 뜯는 저로서는 매우 공감이 됨) 그니깐 존재하지도 않는 '처녀막' 타령이나 한 번 없어지면 끝이라는 '비과학적' 타령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지요. '처녀막이 손상됨'이 아니라 '질주름에 상처남'이라고 표현해야 맞습니다.

성교육 못하겠으면 걍 전화주세요~ 1366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오는 것 같긴 한데... 근데 박샘 말처럼 아마 지금은 끄덕끄덕 하지만 집에 가면 다 까먹을 것 같고, 게다가 실제 상황에 맞닥드리면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듭니다. 그럴 땐 전화를 하세요. 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전국 공통 번로는 1366이고,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는 031-919-1366입니다. 이렇게 하세요.
1. 031-919-1366으로 전화한다.
2. 부모가 상황을 설명한다.
3. 아이를 바꿔준다.
4. 그러면 상담원이 아이에게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5. 전화를 끊고나서 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 달라고 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간단하죠?


성교육 받은 부모들은 다들 눈이 땡글땡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듣고, 강의가 끝나자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당당하고 멋진 박샘의 에네르기에 반한 것 같아요. 아주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성교육과 함께,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지 않으면 결코 성폭력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에서처럼, 이 세상을 나뭇꾼의 시선으로만 봐 왔다면 이제는 선녀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건 아이들에게만 교육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긴 교육이 끝난 후 사실 제가 한 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다들 헉헉대고 계셔서 패스했습니다. 그건 위의 내용과는 좀 다른 이야긴데, 강사님께서 '양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하신 것에 관해섭니다. 위의 이야기는, 물론 '남성'과 '여성'의 틀 안에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세상에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성과 여성이 아닌 여러 다양한 성이 존재합니다. LGBT라고 불리는 성이죠. 레지비언, 게이, 바이, 트렌스젠더... 사실 이 4개 외에도 다양한 성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성 정체성은 사회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보수적인 국가통계에서도 3%로 잡힙니다. 현실적으론 10%라고 여겨도 과언이 아니죠. '양성평등' 성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성인 중에도 반드시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을거란 얘깁니다. 그리고 저 이야기들을 '남성'과 '여성'에서 더 확대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본다면 성소수자에게도 당연히 해당되는 이야기구요. 그래서 '양성평등'이란 용어보다는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박혜정 샘 동의??? ^^*


20141215 글/사진 깨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