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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칼럼/깨는 청소년들의 학교신문

[불이학교신문] 불이학생들은 진화하고 있다! - 강사쌤 인터뷰 2탄, 김재용 선생님

불이학교의 시작부터 함께한 선생님은 많지 않다. 강아지똥과 메아리, 수학 강사로 처음 인연을 맺은 샘물 쌤 외에는 모두 5년이 지나는 동안 합류하게 되신 분들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이의 시작부터 함께 하신 강사 선생님이 계시다. 바로 철학을 가르치고 계시는 김재용 쌤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불이학교와 인연을 맺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용 쌤과의 서면 인터뷰를 가져보았다.



Q. 불이학교를 어떻게 아셨으며, 수업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불이학교가 세워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논어> 책을 쓰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제가 직접 전화해서 수업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오래 이어질 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

Q. 현재 동양철학, 서양철학 수업을 하시는데 수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A. 현재 3학년은 동양철학, 4학년은 서양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동양철학 1학기에는 <논어>를 함께 읽고 그 안에 있는 의미를 나누고 있죠. 2학기에는 그 밖의 다른 동양철학에 대한 개론 수업입니다. 서양철학은 1년 동안 시대순으로 각 철학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간단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Q. 철학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철학 공부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 플라톤이 누구인지, 이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런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철학이라는 것은 철학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를 공부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철학의 목적은 바로 세상과 사회, 인간과 우주에 대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기 위한 것입니다.

Q. 다른 불이학교 선생님과 차별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선생님만의 교육철학이 있으신가요?
A. 책 읽고 공부하자. 제 소신입니다.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은 공부하는 사람이고,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가기 위한 한정된 공부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안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나면, 아니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으시길 강하게 주장합니다.

Q. 별명을 따로 안 만드시나요?
A. 별명을 만들 기회를 놓쳐 버렸네요. 학생들이 ‘논어샘’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그냥 그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서양철학이나 종교학을 가르칠 때에도 그냥 ‘논어샘’이라고 부르더군요.

Q. 선생님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궁금합니다.
A. 한 마디로 스타였습니다. 서울 시내의 모든 학교에서 저를 보기 위해 학생들이 매일 같이 교문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곤 했습니다. 지방에서도 올라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덕분에 서울 시내의 교통체증이 큰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제 우월한 외모만 바라보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에 가끔씩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저의 뛰어난 두뇌에 감탄하셨고, 그런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곤 했습니다.

Q. 학교 초창기 때부터 지금까지 5년동안 불이학교를 지켜보셨는데 변화를 느끼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갈수록 학생들의 외모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진화론이 옳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습니다. 인류는 진화한다. 다리도 길어지고 머리도 작아지고 있다. 뇌가 작아지는 것은 사소한 부작용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년마다 학생들의 특성이 다른 부분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도 그 특성은 변하지 않더군요. 졸업한 아이들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대안학교의 장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겠죠. 지금 5학년은 (교사와 선배, 후배들의) 불의를 참지 못하는 깐깐한 측면이 있죠. 그 어떤 학년보다 정의로운 모습이 엿보이고, 다른 학년보다 사람을 환장하게 만듭니다. 4학년은 그 중간 정도입니다. 위의 두 학년의 장점만 이어받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단점도 골고루 갖고 있습니다. 3학년은 아직 어리다 싶네요. 적당히 소란스럽고 의외로 참 이쁩니다.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1학년과 2학년은 제가 수업을 하지 않아 정확히 말하기는 힘드네요.

Q. 불이학교 학생들만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여유가 있습니다. 자기 주관도 강한 편이고요. 다만, 가끔씩은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은 모습도 가끔씩 보이곤 합니다. 뭐,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아지기는 합니다.

Q.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신가요? 이유는?
A. 최강희재라고 있습니다. 김치 먹으라고 싸우다가 정이 든 학생입니다. 외모면 외모,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모두 완벽한 학생입니다. 케이팝스타 시즌5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A. 학교생활을 즐기세요. 졸업하면 이곳만큼 재미있는 곳을 찾기는 힘들 겁니다. 원래 내일 걱정은 내일 하는 겁니다.




이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