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을 만나다.
우리 동네에 아편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시냇가와 한 번 만나고, 오늘(20140729 내 생일) 로켓단과 또 함께 만났습니다. 아편이 스튜디오를 말끔히 청소하고 손님 맞이 준비가 된 첫 날이지요. 좋게 말하면 오픈 파뤼, 걍 말하자면 '청소 끝난 날~~~' 시냇가랑 얘기할 때도 느낀 거지만, 이 분 정말 말이 많습니다. 제가 그날과 오늘 들은 얘기 중 여기 쓰는 건 제 꼴리는 대로 약 1/10 정도 될듯...
제가 아편한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이재정 집행위원장이 소개시켜줘서기도 하지만, 들어보니 완전 다재다능한 사람이어서 입니다. 영상 기획/제작, 연기, 티셔츠 디자인/제작, 사진, 목공, 드럼/기타 연주, 촬영 장비 제작(제가 보기엔 발명), 노래, 웹사이트 디자인/제작, 왕년의 개그맨... 못 하는 걸 찾기가 힘드네요. (아... 하나! 술! 술 못합니당... ㅠㅠ) 과연 이 분은 자신을 뭐라고 소개할까요? '생활 감독'입니다. 깊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다양하게 알고 있고 그래서 '기획' 할 수 있고, 그걸로 영상을 만들든 뭘 하든 '감독'이 가능하고, 이제는 영상 감독이 아닌 '생활'을 만들어가는 '감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생활 감독'!
아편이 이 동네(샘터 2단지 상가)에 스튜디오를 차린 건 2013년 9월입니다. 사는 덴 홍댄데 어찌어찌하여 이곳에 스튜디오를 차리게 됐지요. 그 얘길 들으면서 가장 심장을 쑤셨던 건 '망하는 데 달인'입니다. 이것 저것 한 게 다 망했다고 하더군요. 같은 회사에 다니던 사람들을 꼬셔서 떼로 퇴사하고 '소토미디어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망했다네요. 그리고 제가 보기엔 '망한 거'라고 보이는데 '중단됐다'고 우기는 쇼핑몰 사업도 있어요. ㅋㅋㅋ 이 문제에 대해서 아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주 개인적이고 근본적인 얘기가 연관이 되죠.
'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힘들어요. 회사를 다녀도 1년 이상 다닌 적이 없고 항상 그 회사 사람들과 싸우고 때려쳤죠. 내가 생가하는 방향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방향이 같지 않으면 싸울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때려쳤어요. 같이 회사 다니던 사람들과 함께 퇴직하고 소토미디어 협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협동조합이 뭔지 잘 몰랐어요. 법적으론 협동조합이었지만 사실 일반 회사 시스템과 다르지 않아서 망했어요. 협동조합은 자발성이 중요하다는 걸 망하고 나서야 느꼈죠... 그리고 또 한게, 전 혼자 할 수 있는 게 이것저것 많아서 1인 쇼핑몰을 혼자 만들었지만 문제는... 아무도 안 사더라구요... ㅠㅠ 아직도 혼자 작업하는 데 익숙하지만, 혼자 작업하는 건 깊이와 너비를 확장하기 힘들어요. 이제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사건이라 겁도 나고 설레기도 해요.'
이렇게 말이 많으신 분이 '홀로 작업'??? 제대로 상상이 안 됨... 근데 저렇게 말씀하시니 그 많은 말이 왠지 진실게임처럼 느껴지네요. 다재다능하지만 홀로 작업이 딱 취향이라는 아편은 왜 동네에 노크를 했을까요? 그리고 애덜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분이 왜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요? 궁금합니다.
아편의 스튜디오는 혁신학교인 신능중과 샘터 2단지 앞 상가 2층에 있습니다. 무원고, 신능중 아이들이 이 상가에 와서 담배도 피고 컵라면도 먹습니다. 근데 그 쓰레기를 걍 거기 두고 갑니다. 아편이 열받아서 아이들에게 뭐라 했답니다. 아이들은 그래서 딴데로 가서 담배를 피고 컵라면을 먹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불편해 진거 말고, 뭐가 변한 게 있나요??? 아편은 그럴 바에야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발전해서 '청소년 협동조합'을 생각하게 됐고 자신의 스튜디오를 '청소년 까페'로 개방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이 협동조합으로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고, 제대로 된 알바비를 지급하며 알바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요. 게다가 아편은 할 줄 아는 게 열라 많잖아요~ 사진, 영상, 티셔츠 제작, 목공, 그래픽 프로그램, 기타 등... 자신이 할 줄 아는 걸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 합니다.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몰랐어요. 이노무 학교(신능중)는 왜 맨날 시끄럽게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할까, 왜 상가에서 담배피고 컵라면 먹을까... 근데 시냇가와 얘기하고 그 얘길 생각해보니 얘들과 뭔가 같이 해야 할 거 같아요. 공간을 만들어주고 내가 아는 걸 다 전수해주고 싶어요. 동네에서 '생활 감독'을 키워나가는 거죠. 그리고 알바 노동 교육도 하고 싶어요. 우리 동네가 공동육아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동네에서 자란 거 같은데, 이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나가게 됐을 때 다른 데가 아닌 이 동네에서 제대로 된 노동의 댓가를 받고 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마을기업 같은 거~~~ 일본에서의 경험에서도 느꼈지만, 아이들이 그 나이에 다양한 관심을 가져야 진짜 골때리는 애들이 많이 나오고 그래야 세상이 바뀔 거 같아요.'
사진에서도 느끼시겠지만... 이 분, 참 술 잘 마시게 생겼죠? 술 얘기는 정말 가볍게 꺼냈는데 줄줄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어요. 아편의 주량은 맥주 1,000cc. 아편이 술을 안 마시는 이유 중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버지... 아버님께서 요즘도 매일 소주 반 병에서 한 병 드신대요. 완전 공감. 울 아빤 두 병 드심... 아편이 어렸을 때도 그러셔서 갈등이 심했다고... 게다가 외모와 달리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신은 술이 안 취했는데 술 자리에서 술 취한 인간들이 떠드는 얘기도 부담스럽고 노래방은 더욱 더!!!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 걍 맨 정신에 와이프랑 노래방 가서 노는 스딸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인간들이 놀 줄을 몰라서 6시 칼퇴근 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술자리에서 다 풀려고 하다보니 '망가지는' 술자리가 되는 게 안타깝게 보인답니다.
아편은 동네에서 뭘 하고 싶을까요?
'내가 할 줄 아는 걸 사람들과 나누고, 마을에서 영상을 담당할 인력을 키우고 싶어요. 특히 관심 있어하는 청소년들에게 교육을 해서 기획자와 감독으로 키우고 싶어요. 그래서 마을기업을 만들고 우리 동네에서 제작한 영상물을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근데, 동굴이나 행신톡, 봄날은 온다 뺀드에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완벽주의(?), 혼자가 더 편한 성격이 부담되기도 해요. 과연 내가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동네 사람들과 인연 맺는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큰 도전이예요. 여기 저기 협동조합이 마구 생기고 그 중 하나였던 소토미디어가 협동조합이 뭔지 잘 몰라서 망하고 말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이미 조합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걸 보니 부럽고 신기하기도 해요. 내공인듯... 그래서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해 보고 싶어요.'
소토미디어 http://sotohmedia.com/
20140729 글/사진 깨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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