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때문에 경비원 해고? 주민토론회에 경비원, 관리소장, 도의원... 다 모여 이야기 나누다.
행신톡이 준비한 '최저임금 인상때문에 경비원 해고? 아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상생하는 아파트 문화 만들기' 주민토론회가 지난 10월 14일 2시, 동굴에서 열렸다.
내년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오르면서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행신동의 햇빛마을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9월부터 경비원 해고에 대한 안건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오고 주민의견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햇빛 24단지는 이미 주민의견 조사를 실시했고 화정의 은빛 5단지에서도 인원 감축 안건이 상정되어 주민의견조사가 곧 시작된다. 햇빛 21단지에서도 10월 회의에 관련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기사 : [주민토론회] 최저임금 인상때문에 경비원 해고? '아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상생하는 아파트 문화 만들기' 토론회 http://hstalk.tistory.com/629)
▲ 주민토론회 전경
이에 행신톡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 나누는 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햇빛마을의 입주자대표회장, 동대표들, 관리소장이 참여해 줄 것을 공문으로 사전 요청하였다. 사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입주자대표회의에 올라오는 관련 안건이 상생을 위한 안보다는 해고에 관한 안이 대부분인 상황을 볼 때, 토론회 참여 요청을 하더라도 회장, 동대표, 관리소장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관리소장과 동대표들이 참여했다. 이로서 이번 토론회는 매우 다양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명실상부한 토론 공간이 되었다.
<영상 순서>
0:00:00 참가자 서로 인사
0:17:05 최저임금 인상과 우리 동네 아파트 대처 현황 (김진이 행신톡 기자)
0:33:20 현장의 목소리 (김경규 경비원)
0:55:14 서울시 이야기 (최경순 서대문노동복지센터장)
1:17:55 아파트 관리비 다이어트 (이종상 소만마을 6단지 전 동대표)
1:35:35 상생을 위한 조례 제/개정 (민경선 경기도의원)
1:45:08 참가자 자유 토론
요즘 지역행사 전문 사회자로 고양에 소문난 신지혜 노동당 고양당협 위원장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행신톡 김진이 기자가 햇빛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공유를 한 후,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경규 경비원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우리의 삶터에서 매일 마주치는 경비노동자들이지만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얼마를 받는지, 휴게시간은 어디서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김 경비원의 자세한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되었다. 김 경비원이 일하는 아파트의 인접 단지에서 단 보름만에 안건 상정, 주민의견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무려 절반의 경비노동자를 해고했다고 한다. 하루 근무 인원이 6명에서 3명으로 줄면서 노동조건은 당연히 악화되었고 이는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다른 단지에서는 관리업무를 직영에서 용역으로 전환하려하자 주민들이 반대하여 결국 무산되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당사자인 경비노동자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때문에 해고 위협을 느끼고 평상시 연차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미보장 등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3개월 후, 6개월 후 재계약이 안 될 것을 우려해 아무런 불만 제기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김 경비원은, 이 문제가 설명하기 좀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일반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상생 문화가 정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진이 기자 발표자료 다운받기 : 01_최저임금 인상과 우리 동네 아파트 대처 현황(토란,로켓단).pdf
▲ 김경규 경비원(오른쪽)
고양에 살지만 서울 서대문근로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최경순 센터장은 서울에서는 어쩌고 있는지 소개에 나섰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해고가 이슈화 되고 있는데 이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 90% 적용되었던 2012년, 100% 적용되었던 2015년에도 불거졌던 문제라고 했다. 햇빛마을 21단지에서도 2015년 최저임금 100% 적용 당시 행신톡에서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해고 없이 휴게시간 확대로 넘어갔었다. (참고기사 : 햇빛21단지 경비노동자, 올해 휴게시간 늘고 임금 올라간다??? http://hstalk.tistory.com/233) 최 센터장은,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공론화 되어 주민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대로된 공론화를 위해서는 입주민들이 직접적이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서울시에서는 이를 법제화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SH에서 작성하여 배포한 상생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용역사에 대한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조항을 권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도 서울시의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법제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 최경순 센터장 발표 자료 다운받기 : 02_서울시 이야기-1(최경순).pdf
★ 최경순 센터장 발표 자료 다운받기 : 02_서울시 이야기-2(경비원상생고용가이드 리플릿).pdf
★ 최경순 센터장 발표 자료 다운받기 02_서울시 이야기-3(경비원상생고용가이드 북).pdf
▲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경비원 상생 고용 가이드' 중 관리업체 심사 기준 개정안
▲ 최경순 서대문근로복지센터장
다음 발제에 나선 이종상 소만마을 6단지 전 동대표는, 아파트 조직의 3주체를 언급하면서, 관리업체는 업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며, 입주자대표회의는 전문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통해 일종의 권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입주민들은 현행 제도에서는 사실상 직접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문제를 꼬집었다. 공공에서도 아파트 단지 관리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는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주민 간 소통을 원활히 하고 직접투표와 같이 누구나 쉽게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현재의 폐쇄적인 아파트 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이종상 소만마을 6단지 전 동대표
우리 동네 민경선 경기도의원(민주당)도 토론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의견을 청취했다. 특히 법제에 관련해서 공동주택관리법 65조와 서울, 부산, 광주, 아산-부산 기장군 조례에 경비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관한 규정이 있으나 모두 처벌 조항이 없는 임의 조항이라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나 고양시는 처우 개선에 대한 내용이 아예 없다고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은 근로기준법이나 기간제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조례 개정을 통해 상행에 대한 선언적 표명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민경선 도의원 발표 자료 다운 받기 : 03_상생을 위한 조례 제개정(민경선).pdf
▲ 경비원 처우 개선 조항이 들어가 있는 조례들
▲ 민경선 경기도의원
이어진 참가자 토론에서는, 함께 참여한 관리소장, 동대표, 입주민들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샘터마을 아파트 단지에서 온 동대표는 다른 단지에 비해 경비원들의 후생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나 경비원들은 그런 마음을 몰라주고 업무를 안하려 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토론회에서는 그런 상황은 잘 이야기 하지 않고 처우 개선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도 했다.
▲ 샘터마을 아파트 동대표
햇빛마을 21단지 관리소장은, 관리소장이라는 직업이 언젠가부터 이미지가 좋지 않아 사명감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아파트 관리업무에 있어서 사실상 가장 전문적인 사람은 관리소장임을 강조했다. 반면 아파트 단지의 구조 상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장의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위치라는 애로점도 토로했다. 하지만 제대로된 관리소장이라면 궁극적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뜻이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하기에 이번 토론회에 참여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소통의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피력했다.
▲ 햇빛마을 21단지 관리소장(왼쪽)
토론회 전반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소통'이었다. 실질적인 '갑' 위치에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자대표회의를 선출한 입주민들과의 소통, 입주자 블럭과 경비 노동자들을 비롯한 관리 업무 종사자들과의 소통, 그리고 입주민들 간 소통이 중요한데 현재 그러한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접근성이 뛰어난 소통툴이나 직접투표와 같은 제도적 정비 등 소통을 위한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구에겐 삶터이고 누구에겐 일터인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번 기회에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어떤 안건이 논의되고 있는지, 경비원 감축안을 다루고 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고용을 유지한다면 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내 의견을 내거나 이웃들과 공유하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관리규약을 뒤져보자.
한편, 햇빛마을 21단지에서는 10월 19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감축안에 대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안건 발의를 준비 중이다. 내년 경비/관리 인원을 감축하지 말고 현 정수를 유지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만약 인원 감축을 추진하고 입주민 의견 조사를 진행할 경우 현 정수 유지(1안)와 인원 감축(2안)으로 나눠서 묻고 각 안의 장단점을 상세히 설명해 달라는 안건이다. 주민안건은 500세대 미만은 10명 이상, 500세대 이상은 20명 이상 서명을 받아 제안할 수 있다.
▲ 햇빛마을 21단지에서 준비 중인 주민 제안 안건
2017.10.16
글 : 깨굴 / 사진 : 깨굴, 코알라 / 영상 : 원주민
행사준비 : 로켓단, 초록이, 잠자리, 코알라, 토란, 구슬, 파랑, 대나무, 솔내음, 시냇가, 깨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