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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동 왕언니 컴퓨터를 끄고 동네로 나서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2. 10:45

행신동 왕언니 컴퓨터를 끄고 동네로 나서다.

  사건이 발생하고 집에서 TV를 켜놓고 하루종일 울기만 했어요. 정말 설마 했죠. 배에 탄 학생들과 어른들을 구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죠. 그런데 눈앞에서 아이들이 수장이 된 거잖아요? 정말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다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세대행동이라는 카페에서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보고 제가 먼저 가입했어요. 그리고 행신동에서 아는 사람들에게 서명운동 소식을 전하고 함께 하기를 권유하기 시작했죠. 512일부터 동네사람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고 고양우리학교 샘과 아이들, 느티나무도서관 등 많은 분들이 함께 했죠.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5월말에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던 화정동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힘이 나기 시작했죠.”

가만히 있으니 죽을 것 같았어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나은경 샘은 가만히 있지 않기로 결심했단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소식만 기다리고 있으니 죽을 것만 같았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시작된 서명운동은 행신동과 화정동 사람들이 하나로 모여 진행하게 되었고 5월 말에는 세월호에 관련된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차례 평가모임을 갖고 밴드모임을 구성하였다. 덕양구와 일산 동구의 마두역팀, 미관광장팀 사람들이 함께 밴드에서 의견을 교환하여 실천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하나씩 실행에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동네 사람을 모았어요. 세월호의 진상을 알리고 문제점이 무엇이지, 사고 초기 대응 실패의 원인에 대해 서로 얘기 나누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거의 매일 진행했어요.”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세월호 리본과 피켓도 만들고 서명해주시는 분들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약속으로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목걸이도 만들어 나누어 주었죠.” 

 

그렇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밤에는 SNS를 통해 세월호를 이야기하고 낮에는 거리에서 목이 쉴 정도로 사람들에게 일일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유가족의 입장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고 쉬는 틈이 생겨 왕언니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노란 리본 목걸이를 만드는 등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3개월이 넘었단다. 서명운동뿐만 아니라 광화문집회 참여 등 자발적 실천이 많아졌고 요일별로 서명운동을 하겠다는 단체나 개인도 꽤 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일요일은 전담하고 매주 금요일 화정역광장 세월호 서명운동은 노동당에게 일임하는 등 안정적인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실천했는데 새정연이 새누리당과 야합해서 유가족과 국민을 기만하는 반쪽자리 특별법을 강행처리 할려고 했었죠. 세대행동을 통해서 연락을 받고 동네 사람들에게 SNS로 연락을 하고 발표 다음 날 아침에 여의도로 갔었죠. 그 자리에서 엄마들과 함께 특별법 야합 규탄 기자회견에도 참가하고 동네로 돌아와서 우리 동네 새정연. 새누리당 국회의원 항의 방문도 했어요.“

  특별법 야합이 무산되고 유민아빠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인터넷 상에서 터무니없는 비방글들이 올라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서명운동에 참여가 어려우신 분들에게 인터넷 홍보도 부탁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정치권에 압력도 넣고, 유가족에게 힘이 되는 글과 사진도 올리고 유가족 비방에도 대응하고 그랬어요, 정말 대단하죠? 아줌마들 힘이?”

 지금은 동네에서의 실천에만 그치지 않고 고양시 전 지역에 특별법 알리기 온라인 작업도 하고 세월호 밴드 내에서 연대담당을 선임하여 타 지역과 공동행동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한겨레 호외판을 타 지역과 공동으로 배포하였고, 광화문 단식농성장에 단식참가나 지지방문을 하고 청운동에서 노숙농성 중인 유가족 식사도 마련해서 전달하였다.

 지금의 연대는 감성적이고 정이 있는 연대인 것 같아요. 동네니까 가능하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쯤에 행신톡 지난 기사(http://me2.do/GfigxR59)의 약속대로 왕언니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가가멜스럽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렇다면 이 조직의 공식명칭은 무엇인인가요?”

  글쎄요? 사람들이 부르기를 0416밴드라고 부르기도 하고. 세대행동 화정동 서명팀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 화정행신 서명팀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굳이 명칭과 형태를 말하라고 하신다면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라고 말할수 있을 거 같아요. 기존 조직의 구성원이나 조직의 결정을 통해서 함께 일하는 의식적인 결합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여서 움직이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광우병 쇠고기 시위 때보다 더 나은 형태, 아예 다른 조직이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집단지성에 의한 실천의식의 실행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기존 관행과는 다른 결정방식이예요. 예를 들면 카카오톡이나 밴드를 통한 난상토론. 그리고 집단결정방식, 리더가 없고 굳이 있다면 리더의 역할은 어떤 일을 제안하고 의견을 모으는 일 정도 인거 같아요. 그리고 일에 대한 결정이 나면 일 할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가의사를 밝히면 일이 진행되는 거죠.”

  이 모임에는 정치의식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 함께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일에 대한 연대 였다면 지금의 연대는 감성적이고 정이 있는 연대인 것 같아요. 동네니까 가능하다. 이렇게 생각이 되요

  나은경샘은 이번 세월호 실천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연대가 가능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시민의 집단지성이 지역에 근거해서 실천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며 그렇기 때문에 마을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실천에 더 많이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주말을 3개월째 포기하고 있는 직장인 여성, 매일 저녁 직장을 마치고 와서 함께 서명운동을 하고 아예 불금을 반납한 남자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정확한 왕언니들 실체 파악을 위해 더욱 가가멜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함께 하시는 분들의 직업은 뭔가요? 직업이 없다면 어떤 일을 하시는 분들인가요?

 저도 그게 고맙고 감동이예요. 전업주부도 있고 중,고생 부모가 많아요. 주말을 3개월째 포기하고 있는 직장인 여성도 있고 남자들은 매일 직장을 마치고 와서 함께 서명운동을 하고 아예 불금을 반납한 남자들도 많아요. 그런데 오히려 세월호 때문에 일상을 포기한 분들이 오히려 고맙다.’‘세월호 서명운동에 와서 얻어가는 게 더 많다.’‘집에서 혼자 분노하고 있는 것 보다 함께 실천하는 것이 훨씬 낫다하세요

 

살아오면서 수많은 모임을 해봤지만 배려와 자발적 열의가 이렇게 뜨거운 건 처음이에요. 함께 이야기 나누면 대화도 잘 통하고 가치관도 비슷한 분들인 것 같아요

 ! 이제 가가멜 스러운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정당이나 단체의 구성원들이 더 열심히 하시는 거 아닌가요?

  정당의 목적이 있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거슬릴 것 같아요. ”

집단지성!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 가능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3개월 동안 이 일을 하면서 고양시의 시민사회단체가 소극적인 것이 답답할때도 있었어요

 

나은경샘은 세월호 특별법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문제를 이제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끝까지 갈 거예요. 그래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임을 유지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3개월간의 실천으로 많이 지친 구성원도 서로 챙겨주고 동네 사람을 더 많이 모아야 할 것 같아요. 같이 할수 있는 사람을 더 많이 모아야 지속가능한 실천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요즘은 자원봉사 모집도 계획하고 있어요.”

  나은경샘은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 지나가는 동네 사람을 붙잡고 진상규명 특별법을 설명하고 냉담했던 사람이 동의해 줄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에 서명운동을 시작할때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어른이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처음엔 소극적이었지만 용기를 가지고 끈질기게 한 것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한다.

 

 

  나에게 세월호 사태는 5.18 광주!”

  학생시절이던 1983년도 학교에서 대자보를 보고 그녀는 머리를  망치로 세개 맞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 대자보 한 장이 나은경 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이것은 학살이다. 그 전에 알던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보았지만 광주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국가에 대한, 권력에 대한 기준이 생겼어요. 선한 권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학살하는 국가권력은 언젠가는 망해요, 876월 항쟁을 통해 군부통치가 끝났잖아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돈이 권력인 세상, 돈 때문에 국민이 학살되는 세상이 왔구나! 하고 혼자 가슴을 쳤어요.”

돈이 최고인 세상. 돈 앞에서 사람 목숨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세상,

이윤이 먼저이고 돈이 먼저인 세상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보다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나은경샘은 인생관이 먹고놀자주의인데 세월호 실천을 열심히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어 있었다. 근무하던 학교 그만두고 쉴려고 했으나 세월호 참사는 나은경샘을 다시 세상으로 불러 들였다.

  젊은 시절 출판사에서 일하며 어린이책도 집필 했고 우리학교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던 그녀는 스스로를 낮게 부르고 자신이 하는 일이 보잘 것 없다고 한없이 겸손하게 행동하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일을 생각하고 새로운 일을 꿈꾸는 젊은 그녀의 빛나는 눈빛은 한없이 위대했다.

 

 <행신동 왕언니시리즈> 왕언니의 실체를 밝히다의 첫 번째 인터뷰에 응해 주셨던 나은경 샘은 함께 세월호 관련 동네 실천을 하고 있는 정지영님을 두 번째 실체 파악대상자로 추천해주셨다.

 

                 사진 , 글  가가멜(https://www.facebook.com/seongyunkim), 사진제공 나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