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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동 시간을 파는 가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24. 13:16
시간을 파는 가게

행신동 골목길을 따라 가다보면 시간이 멈춘듯한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쌓여있는 꼴을 보면 이게 굴러나 가겠어? 하지만 둘러보면 사용을 많이 하지 않고 내놓은 성능좋은 자전거도 제법 눈에 뛴다.



"안 바쁘죠?"
손님을 맞으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말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할아버지의 느린 발걸음과 말투를 따라 시간도 느려진다.

할아버지 옆에 앉아 수리하는 것을 구경하면
"이게 뭔 기술이라고 요즘 자전거 가게 가보면 고치는 거 쳐다보는 것도 싫어하고 아예 안보여줄려고 해"



옆에 앉아서 자전거 고치는 법도 찬찬히 배울수 있고 할아버지가 혼잣말처럼 해주시는 옛날 얘기도 제법 재미있다.

중고자전거의 가격도 정해져있지만 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치고 한참을 얘기하면 내 맘의 가격으로 정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했을 자전거가 여러 사정으로 가게로 팔려와 할아버지 손에서 새롭게 고쳐진다.




당신이 시간을 사야한다면 당신은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이곳에서 중고자전거를 사는 일은 마치 시간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가게에서 자전거를 사는 사람은 바쁜 일상속에서 쪼개어낸 자신의 여유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가을.. 행신동 골목길에서 시간을 사서 국사봉으로든 쌍굴터널로든 자전거로 달려보자.



돌아오는 길엔 막걸리 몇잔 얼근하게 볼위로 올라와 자전거 질질 끌고 돌아 와도 어차피 그 시간은 내가 산것이니 걱정이 없다.

글. 사진 가가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