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방수공사도 깜깜이 심사, 관리비 이대로 쓰여도 괜찮은가?

신 지혜 2017. 8. 3. 16:09

방수공사도 깜깜이 심사, 관리비 이대로 쓰여도 괜찮은가?

 

지난 7월 23일, 행신동 소만마을 6단지의 610동 동대표를 역임했던 이종상 주민을 만났다. 그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동대표 역할을 했지만,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한 채로 동대표를 사퇴했다.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동대표에 지원했고, 결국 관리비 문제로 동대표를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사정에 대해 행신톡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동대표 보궐선거에 나섰다. 총 16개 동이 있지만 모든 동에 동대표가 선출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단지의 관리비를 비교해 봐도 유독 6단지만 2-3만원 정도 관리비가 비싼 것이 그에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주거기간이 1년이 넘어야지만 동대표로 출마할 수 있었고 2016년 10월부터 동대표로 선출되어 예산 집행과정을 세세히 보게 되었다.

 

사진설명 :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종상 행신동주민

 

깜깜이 심사로 결정된 방수공사 업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소만마을 6단지의 방수공사를 공개입찰 했고, 6개의 업체가 지원을 했다. 심사위원은 11명의 동대표였다. 약 1억 5천만원의 공사를 어느 업체가 담당할 것인지를 심사하여 결정해야했지만, 제공된 서류와 자료로는 부족했다. 6개 업체의 자료 모두 업체가 어떤 자격을 갖췄는지, 즉 공사실적이나 자본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자료였다. 총액도 알 수가 없었고, 공개입찰한 공사비용이 어떤 과정과 내용으로 집행될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11명의 동대표가 6개 업체의 모든 서류를 본 것도 아니었다. 본인을 제외하고, 1명당 1-2개 업체의 서류만 보았을 뿐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투표를 무기명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무기명투표는 어떤 사람을 제명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결정을 내릴 때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의 수익 및 안전과 관련한 결정에 있어 무기명 투표를 한다는 것이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동민의 돈으로 공사를 하는데, 이들을 대표하는 동대표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점수를 주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관행’이라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그는 투표 도중 업체들이 제안한 공사비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다. 결과는 더욱 납득할 수가 없었다. 무기명 투표에 같은 글씨로 추정되는 채점표가 2개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최저금액을 적시한 업체와 선정된 업체의 공사비 차이는 약 6천만 원이나 되었다. 그는 공사내용에 대한 타당성 검사도 없이 약 1억 5천만 원이나 되는 공사를 결정한 것이 ‘깜깜이 심사’였다고 소리 높인다.

 

 

방수공사가 필요한 동에 대한 결정도 이해할 수 없어

 

소만마을 6단지는 주민들이 입주한지 20여년이 넘은 오래된 건축물이다. 이곳저곳이 망가질 수밖에 없고 필수적인 설비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수리를 한다. 주민들은 아파트의 수리를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비의 일부로 내고 적립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방수공사를 할 때가 되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나 모든 동에 공사를 하는 것도 아닌 마당에 ‘어디에’ 공사를 할지 선별하는 것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민원이 들어올 정도로 시급한 동에 먼저 방수공사를 진행하거나 최상층 세대의 전수조사를 한 후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공사의 수순이라 생각했지만, 공사를 할 동을 선정할 때의 기준은 몇몇 동대표의 방수페인트가 까졌다고 판단한 ‘육안’이었다. 아파트의 동민이 낸 ‘공금’에 대해 집행을 할 때는 최소한의 필요한 과정이 있고 정보가 충분해야 하지만, 관리비를 ‘어디에’, ‘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과정과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가 지난 8개월 동안 동대표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공범’이 될 수 없어서 결국 동대표직을 사퇴해

 

방수공사와 관련해 그는 절차적 하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했다. 하지만 다른 동대표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관리 등을 감독해야 할 덕양구청 역시 자치법규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앵무새처럼 해왔다. 이해할 수 없는 방수공사를 막기 위해 결국 그는 동대표를 사퇴했다. 총 16개 동의 2/3 이상의 동대표가 구성되어 전원 찬성을 해야지만 ‘특별의결’로 장기수선충당계획에 따른 방수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퇴로 현재는 10개 동의 동대표만 있어 시급한 고장에 대한 수리나 관리사무소에 필요한 업무 등에 대해서 결정하는 ‘일반의견’만 가능하다.

 

방수공사 건을 제외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었다. 동대표회의비와 관련한 일이었다. 회의비 내역에 대해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회의할 때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음료수 지출 영수증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매달 총 20만원으로 책정된 회의비 지출의 차액만큼 매번 음료수를 지출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처럼 관리비로 지출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썼다’는 것을 알 뿐,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를 청구해야지만 알 수 있으나 관리사무소 등은 일반 동민에게 지출내역을 공개하는 것에 비협조적이었다. 결국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결정 등에 ‘공범’이 될 수 없어 지난 6월 동대표직을 사퇴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인지 최소한 의무감사라도 해봐야

 

아파트 관리비가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등을 감시하는 역할이 바로 ‘감사’다. 하지만, 감사 역시 아파트 동대표 중에서 선정된다. 그는 아파트관리비가 잘 쓰이고 있는지 정밀감사를 받아보자고 요청했으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는 깜깜이 심사로 결정되는 방수공사나 이해할 수 없는 회의비 지출 내역 등이 언제부터 문제였을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문제는 또 없는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난 4월에는 한 세대 한 세대를 방문하며 아파트의 ‘의무감사’를 신청하자는 서명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1600세대 중 30% 이상의 서명을 받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20여년이 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앞으로 더 공사할 것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각 아파트에 장기수선충당금은 잘 적립되고 있는지, 장기적인 수선 계획들이 주민들과 함께 공정한 과정을 통해 결정되고 집행되고 있는지 등의 문제는 곧 고양시민의 전반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행신동 주민 중 80% 이상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소만마을과 같이 90년대에 입주를 한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소만마을 6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 중 아파트의 ‘의무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공정하고 안전한 아파트 수리와 관리를 원하는 소만마을 6단지 주민들이 ‘의무감사 청원 서명운동’에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기사작성일 : 2017년 8월 4일

인터뷰이 : 코알라 로켓단

기사작성 : 코알라(신지혜)

*소만마을 6단지 의무감사 청원 서명링크(클릭) : https://goo.gl/oJZxG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