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강연] 서정홍 시인의 아빠 노릇, 11월 콩강연 후기
올 해 마지막 콩강연이 지난 11월 26일에 있었다.
11월 콩강연 제목은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라는 동명의 시집 제목을 따왔는데, 제목 내용처럼 '이 시대를 사는 아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강연자 서정홍 시인은 본인을 지리산 중간 어디께 학내산(철쭉이 아름다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번째 책에 나오는 곳)에 사는 농부 나이 12살배기, 철없는 농부라 소개하고는 이어,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지혜롭고 겸손하다"며 한갓 시골 농부인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러 온 청중들에 감사하단 인사와 함께 강연을 시작하였다.
서정홍 시인은 책방에서 우연히 윤동주 시인의 시, “해바라기 얼굴”이란 시 한 편을 우연히 읽고 처음 동시를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시 쓰는 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시를 쓰고 싶어서,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린 아버지의 이야기, 해고 당하고 테러 당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시집으로 출판하여,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시인답게, 이 시대에 맞아 골랐다는 시 한편을 낭독한 후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하였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가희 아빠 붕붕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낭독을 마쳤다.
시를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생체실험을 당하며 죽어간 젊은 시인이 말했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는 무슨 의미를 담은 것일까?
그 시대의 모든 죽어가는 것들. 위안부로, 일제의 총알받이로 끌려간 누이, 형, 동생들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서정홍 시인은 화제를 오늘날로 옮기며 질문하였다.
"오늘날에 죽어가는 것들은 무엇일까?"
"민주주의", "농촌", "아이들".
100명중 97명이 학교 다니면서 배운 것들을 평생 써먹지 않음에도, 3명안에 들 수 있다는 최면으로 지쳐 죽어가는 우리 시대 아이들.
그리고, 결혼도 연애도 포기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땅의 7포 세대 젊은이들.
서정홍 시인은 '경제'만 이야기하면 표를 주던 자신의 세대 때문에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하였다.
시를 쓰며 농사를 짓는 조금은 '특별한'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은 역시나 조금 특이했다.그는 '결혼을 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어야지, 아이들에게 윽박지르지 않고, 강요하지 않아야지.'하는 생각으로, 총각 시절부터 아버지 되기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 고민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는 가족회의.
가족들이 옹기종기 둘러 앉을 수 있는 동그란 상 하나를 준비해서
조용한 음악 아래 초를 밝혀놓고, 차 한 잔, 과자 몇 조각과 함께 둘러앉아,
손을 마주잡고서는 "이것"을 하면서 가족회의를 시작한다고 했다. 그 "이것"은 당시 유행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ㅋㅋ 혹은 시 한 편.
가족회의는 저마다 일주일 살아온 이야기로 시작해서, 안건 토의 (큰아들 안건 1. 아버지 용돈 올려주세요, 작은 아들 안건 2. 신발에 구멍나서 물이 새요. 신발 사주세요)를 지나 결정사항 정리로 마친다고 했다. (결정 사항 1. 반 아이들 용돈이 얼마인지 조사를 해온 뒤에 타당성 평가를 거쳐 xxx원을 올려준다, 2. 아버지 월급날 신발을 사준다.)
그렇게 가족회의를 마치고 나면, 그 다음날, 작은 아들이 묻는다고 한다.
“아버지는 무슨 일 해요?” ”아버지, 회사에서 안힘드세요?”
이렇게, 아버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시작되곤 했단다.
만약, 그 다음 날 바로 신발을 사주었다면 아이들 마음에는 아버지의 존재와 노동이 아니라, 돈을 내주는 모습만 기억이 되었으리라는 시인의 말씀에 객석에서 "아~ " 소리가 튀어나왔다.
또 다른 가족회의 일화는 "컴퓨터를 사주세요"라는 안건.
그 안건의 결론은 "3년 후에 산다"였으며, 다음 날 온 가족이 함께 통장 하나를 만들어서 3년 동안 용돈을 모으고 생활비를 모았단다.
그 기간 동안 아이들은 부모의 노동의 의미와 경제 관념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고..
아이들에게 경제 관념을 만들어주겠다고, 혹은 매사에 성실하게 사는 자세를 깨우쳐주겠다고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는데,
그를 위해 정말 필요한 건 아이를 가난하고 불편하게 키울 수 있는 부모의 미덕이 아닐까.
그렇게 자란 아들은 학업을 마친 후, 창원시에서 포장마차를 열어서 우리 밀, 우리 팥 붕어빵을 구워서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달 후에 다시 가족회의를 열었는데,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화장실 문제였고, 가게 하나 없이 포장마차에서 붕어빵 파는 이웃들이 겪는 어려움을 서정홍 시인도 그 때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 포기를 고민하는 아들에게 서정홍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아들아, 돈 되는 일은 사람이 알고, 돈 안되는 일은 하늘이 안다."
(여기서, 서정홍 시인은 이 멋진 말을 어딘가에 인용할 때 본인이 한 말임을 반드시 밝혀달라고 덧붙이셨다. ㅋ)
그 이후 마치 소설 속 이야기처럼,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우연히 아들의 포장마차를 취재하게 되면서 신문에 실리고 공중파 방송에서 취재까지 나오며, "개념있는 한 청년의 포장마차" 앞에는 매일 긴 줄이 생기게 되었다고...
서정홍 시인은 이것이 돈 안되는 일을 하늘이 알아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 외, 서정홍 시인은 본인이 아버지 노릇하며 겪은 온갖 사연을 이야기해주었는데, 일관된 결론(?)은
아이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힘은 오로지 "부모가 믿어주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요새 도서관에 가보면 엄마들이 본인이 읽을 책이 아닌, 애들을 읽힐 책을 빌려간다고 한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게할 것인가가 아니라,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한다,
부모가 실제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야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 수 있다. "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서정홍 쌤의 큰 아들은, 최근 인생의 짝꿍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그 짝은 시력이 매우 약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들이 짝을 데려왔을 때 시인은,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과 사는 것이 당연하다. 건강하지 못한 두 사람이 함께 살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나" 싶어
흔쾌히 찬성했다고 한다. 어차피 삶은 남편이 한 가족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서정홍 시인의 콩강연은 소박하지만, 그의 삶 속의 진심이 그대로 묻어난 시간이었다.
더 많은 아버지들과 직접 나누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울만큼.
다음은 톡기자가 개인적으로 꼭 나누고 싶은 그 날의 이야기 중 하나.
"부모가 가져야할 두려움은 아이가 남들보다 뒤쳐질까 하는 두려움이 아니라, 남 앞에 서는 자로서의 겸손함과 자기 성찰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근혜와 순실이가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 돈과 권력이 생길 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근혜와 순실이.
마음 공부를 평소에 하지 않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앞에 서는 것, 특히 내 아이들 앞에 부모로 나서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
서정홍 시인은 이웃들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데, 느티나무 도서관에서는 이곳에서 생산한 생강청을 판매하고 있다.
이 날도 20여 병을 함께 나누고자 가지고 오셨는데,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에 문의하면 서정홍 시인의 따뜻한 온기가 가득 담긴 생강청(1병 1만2천원)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31-972-5444
< 생강차 활용 방법>
불고기 양념으로 1숟갈
생선구이 양념을 1숟갈
김치 양념으로 1숟갈
멸치뽁음에도 1숟갈
두부조림에도 1숟갈
떡복이 양념으로 1숟갈
북어찜이나 북어구이에도 1숟갈
1회용커피 1봉지에 생강차 1숟갈 넣으서 같이 저어서 먹으면 짜이가 된답니다
김치찌개에는 커피숟가락으로 1숟갈 넣으시면 음식의 풍미가 확~~좋아진답니다
즐겨보시기 바래요
글 파랑/사진 두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