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강연] 혁신학교 파헤치기에 동네 학부모들 열띤 질문... 소통하는 강연이 더 재밌네~
이우영, 김성수 샘과 함께 한 '혁신학교는 대체 뭘 혁신했을까?'
날카롭고 심도깊은 질문들, 혁신학교 관심 뜨거워...
토요일 오후 4시, 동굴이 꽉 찼다.
6월 <콩강연>인 '혁신학교는 대체 뭘 혁신했을까?'를 들으러 온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우리 동네의 혁신학교인 서정초와 신능중 학부모들, 앞으로 아이를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내야 하는 예비 학부모들이 많다.
이번 강연에는 혁신학교의 고수들인 이우영 전 서정초 교장샘과 김성수 전 신능중 혁신부장 샘이 강사로 나섰다. 정확히 말하면 강연을 하진 않고 콩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토론을 하는 역할이다. 강연 없이 바로 질의응답에 들어가도 될 만큼 혁신학교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고 또 잘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콩강연은 '강연없는 강연'을 기획한 것이다.
이우영 샘, 일반학교에서도 혁신교육 보여주고 싶어 옮겼다...
이우영 샘은, 서정초가 생기면서부터 교장을 맡아 혁신학교를 알리고 만들어왔다. 지금 일반학교인 모당초등학교 교장이다.
'사람들이, "혁신학교 예산을 주면 나도 그렇게 혁신학교 만들 수 있지~"라면서 혁신학교 예산만 언급하는 게 억울했다. 그래서 일반 초등학교로 가서 혁신학교 예산 없이도 교육 혁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서정초가 혁신학교로서 기반이 충분히 만들어졌기 때문에 홀가분히 학교를 옮길 수 있었다.'
그가 일반학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솔직한 이유다.
김성수 샘은, 4~5년이 지나면 학교를 옮겨야 해서 지금은 일산의 대화고등학교에 가 있다. 근데 공부를 하고 싶다고 휴직을 하고 '사교육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단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김성수 샘은 걱정한다.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면 어쩌나. 이우영 샘 계시니 마음은 놓이는데... 오시는 분들이 다들 혁신학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계신분들일거라... ㅠㅜ'
맞다. 질문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구체적인' 차이점은 뭐냐'
'혁신초나 혁신중을 졸업하고 일반학교로 진학하면 학습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는데 어떠냐'
'혁신학교라 해도 입시경쟁이 엄연히 존재하는 공교육 안에 속해 있는 것인데 근본적인 혁신이 가능하냐'
'교사들 간, 혁신학교 간 교류가 혁신학교의 비슷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나'
'혁신학교로 지정된다 해도 사교육 시키는 학부모나 혁신학교에 관심없는 교사들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일반학교와 차이점이 크게 없는 것 아니냐'
'혁신학교가 교사의 개인 의지에 너무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국 교사의 역량보다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지속가능한 혁신이 이루어지는 거 아니냐'
'혁신학교가 혁신해 낸 것이 무엇이며 한계는 어떤 게 있냐'
김성수 샘,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계'다.
이우영 샘과 김성수 샘은 이런 수준 높고 날카로운 질문들에 당황할 만도 한데 여유로우시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는 김성수 샘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와 가장 다른 점은 '관계'다. 신능중에 있으면서 공부를 급격히 잘하게 되는 아이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잘 하는 애들은 계속 잘 하고 못 하는 애들은 나아져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 간의 관계, 아이들과 선생님들과의 관계는 정말 많이 바뀐다. 학교폭력이 눈에 띠게 줄어들고 왕따 현상도 거의 없어졌다. 왕따 문제로 전학온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준다. 선생님과의 관계도 신뢰가 쌓이게 된다. 혁신학교에 있다가 일반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이 이 '관계' 문제인 것 같다. 특히 입시가 가까워질 수록 혁신학교에서 선생님들과 가졌던 따뜻한 관계를 바라긴 어렵다. 어느정도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켜야 하니까 말이다.'
이우영 샘은 이렇게 답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기' 수업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일반적인 수업의 경우, 아이들에게 일단 동기부여를 한 후 다른 사람 앞에서 의견을 당당히 잘 말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령'을 말하게 한다. 그러곤 한 두 명 나와서 실제 발표를 하게 한다. 그걸 본 아이들로 하여금 어떤 점이 잘 됐고 어떤 점이 잘 못됐는지 비판하게 한다. 이걸 다 모아서 정리를 한다. 그리고 시험에 낸다. 5개 중 틀린 게 무엇인지 묻고 정답을 맞추면 점수를 준다. 그러면 이 아이들은 진짜로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할 수 있게 되는가? 아니다. 혁신학교에서는 일단 밖으로 나간다. 둘 셋 짝지어서 동네를 돌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고 이야기를 하게 한다. 처음에 쑥스러워 하다가 점점 자신이 붙으면서 결국 학습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게 바로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점이다.'
▲ 이우영 샘
이우영 샘이 교장 선생님의 포스를 풍기며 답변을 하자 사회자 시냇가의 뜬금없는 질문이 나온다.
'혁신학교 선생님들은 진짜 열심히 고민하고 일하시는 거 같다. 그런데 그럼 교장선생님은 그 큰 교장실에서 뭘 하시나? 항상 그게 궁금했다.'
이우영 샘 답이 걸작이다.
'혁신학교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고민하고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궁리'한다.'
뭔가 배후조정 세력 같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그 배후 조정이 들어보니 정말 세심하고 심도 깊은 것이더라. 서정초의 경우 교사 평가를 개별 교사가 아닌 학년 단위로 한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학년 교사들이 교류를 하고 고민들을 나누게 된단다. 수업을 개방해서 다른 교사들이 보고 의견을 낼 수 있게 하고, 자신이 개발한 수업 프로그램들을 공유한다. 실제로 같은 학년 교사들 네트워크, 같은 교과목 교사들 네트워크, 혁신학교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혁신학교 교육의 격차를 줄이고 상향평준화 시키는 노력을 한다.
혁신학교 지속되려면 교사와 학부모가 중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아무리 혁신학교를 가더라도 이상한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 일반학교 간거나 다를 바 없다는 말이 있다. 혁신학교 교사들의 질이 들쭉날쭉하다는 말도 있다. 반대로, 혁신학교의 특화를 보장하는 시스템 없이 너무 교사들에게만 의존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이우영 샘은 이 문제에 있어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시스템도 중요하다. 교육감이 바뀌면서 혁신학교 정책이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에 밀려서 약해지긴 했지만,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교사 예산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시스템' 중 하나다. 이런 환경을 갖추기 위해 제도적인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결국은 '사람'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마인드가 어떠냐의 문제다. 어떤 아이가 소위 '문제있는 행동'을 했을 때 일반적으로는 교사가 그 아이의 행동을 '금지'시킨다. 하지만 혁신학교 교사라면 그 문제있는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원인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비폭력 대화법, 갈등 해결 방법을 통해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를 대하는 관점의 차이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인지 사교육은 아이가 하는 게 아니다.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부모가 하는 것이다.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때 학원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혁신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교사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하고 학부모 네트워크를 만들어 학교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서정초를 부담없이 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학부모 네트워크가 잘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혁신학교 제도가 마련되고 예산을 지원해도 아무 소용 없다.'
이 시점에서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혁신학교 교사'인 김성수 샘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이 던져진다.
'김성수 샘은 공교육의 교사지만 자신의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대안학교와 혁신학교의 차이점은 무엇이냐'
'대안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교사들이 열의가 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혁신학교라 해도 20% 정도의 교사들은 혁신학교 교사답지 못한 경우가 있다. 노력하지 않는 교사들이다. 이런 교사들은 스스로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대안학교 교사들을 보면 90% 이상이 다 노력하는 분들이다. 물론, 대안학교는 공교육 시스템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의 불안이 존재한다. 특히, 학교 운영을 학부모가 재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이만 좋은 질의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그런 좋은 질의 교육을 주고 싶어서 혁신교육을 시작했다.'
▲ 김성수 샘
혁신학교의 한계, 결국 교사...
강연 현장에는 '잘 자란' 김성수 샘의 제자들도 얼핏얼핏 보인다. 페북에서 강연 생중계를 했더니 제자들로 보이는 친구들이 김성수 샘을 아는 척 하며 댓글을 달았다. 혁신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표정에 '행복함'이 드러날 때 김성수 샘도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요즘은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있단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열정적인 교사들이 혁신학교에 있다. 그런데 '혁신학교의 한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김성수 샘의 대답은 의외다.
'혁신학교의 한계는 결국 '교사'라고 생각한다. 교육을 혁신하려는 마인드를 가진 교사냐, 사고만 없이 지나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진 교사냐에 따라 혁신학교의 질이 달라진다.'
플로어의 학부모들은 여전히 질문이 많은 것 같은 표정이 역력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강연을 마무리 짓는다. 사회자인 시냇가가 이우영 샘이 딴데서 하신 말씀을 대신 전한다.
'지금은 교육을 혁신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교육의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이시각 행신동] 현장 중계 동영상 보기
이우영 샘과 김성수 샘 자기소개~ https://goo.gl/L2dkMH
신능중 학부모님이 말하는 혁신학교~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시네요~ https://goo.gl/0c1D6S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구체적인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https://goo.gl/Me4zAe
혁신학교 교사들의 개인적 열정보다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지 않나요? https://goo.gl/cgw7b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