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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톡 늬우스/기인 늬우스

절도와 칼질에 방화까지, 고양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현수막 ‘수난’ 시대

절도와 칼질에 방화까지, 고양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현수막 ‘수난’ 시대

명백한 불법행위로 경찰도 철저 수사 방침


고양 행신동에 사는 노동당 당원 김모씨(41세)는 추석날 아침부터 마음이 상했다. 유가족이 염원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이틀 전 행신동 일대에 정성들여 걸어둔 현수막 중 하나가 방화에 의해 거의 전소하다시피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제 12살 어린 아이에게 아직 몰라도 되는 어른들의 추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 한 번 테러를 당한 것 같기도 해서 더 분했다.

<사진1> 불에 탄 세월호 현수막 사진: 회오리

고양시에 게시된 세월호 현수막에 대한 불법 훼손이 늘고 있다. 4월28일부터 현재까지 세월호 진상규명촉구.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해온 노동당 고양파주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은 지난 9월 4일과 5일에 야간 시간대에 걸쳐 약 200개의 세월호 현수막을 일산구와 덕양구 주요 시내 도로가에 게시하였다. 현수막에 적힌 문구는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제정하라’, ‘새누리·새민련 야합 특별법이 침몰한다’, ‘답하라,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3가지였다. 고양시에서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과 시민캠페인을 오랫동안 벌여왔던 시민들의 모임인 ‘0416세월호밴드'도 같은 날 수백 개의 현수막을 게시하였고, 고양시 주요 시내도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뜻을 같이하는 노란색 현수막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현수막은 하루만 무사했다. 9월 7일 아침에 현수막과 현수막을 매단 줄이 예리한 칼로 잘린 현수막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많은 현수막은 아예 사라졌다. 9월 8일 현재 노동당 현수막만 91개가 훼손됐다. 0416세월호밴드가 건 현수막도 일부 훼손되었다.




<사진2> 칼로 절단된 세월호 현수막 사진:가가멜

현수막 게시 주최측은 이번 소행을 일베 회원 등 극우파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9월 5일 일베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O18개대중’이라는 닉을 쓰는 일베 회원이 ‘일산 노동당 불법 현수막 신고하자’는 글을 올렸다. 게시문은 ‘신고하자’는 표현을 쓰면서도 “여기 지자체장들이 모두 좌파라서 제대로 해결할지 의문”이라며 “많은 게이들의 지원 바란다”고 은근히 모종의 행동을 부추겼다. 일베 회원들은 9일 7일 유가족 단식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일대에 모여 ‘폭식투쟁’을 벌이는 등 최근 들어 온라인 활동을 넘어 오프라인 직접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사진3> 일베 회원 게시글 이미지:일베 게시판

노동당 고양파주당협은 현수막 훼손을 즉각 경찰서에 신고하였다. 현수막 게시의 합법 여부와 무관하게 길거리 현수막을 무단 훼손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명백한 불법이다. 특히 정당의 현수막에 대해 정당법 제37조2항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의 자유로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정당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현수막을 임의로 훼손하는 행위는 형법상 재물손괴죄, 절도죄, 방화죄 등에 해당한다. 신고를 받은 고양 경찰도 이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범죄행위로 보아 철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글 : 회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