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초등학교 이야기입니다.
이 학교는 울타리가 없는 "담장 없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담장 없는 학교, 요리 조리로 들어갔다 나왔다 휙휙 지나가고…
장차 이 학교의 학생이 될 동네 꼬마들도 와서 시소를 타고 모래놀이를 합니다.
지금의 초딩들과 미래의 후배들이 함께요.
동네 중학교 형님(^^)들도 와서 축구를 하고, 농구를 합니다.
"왜 너네학교 놔두고 여기서 노니?" 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말이죠. .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엄마들도 등나무 아래, 그네 옆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간식도 나눠 먹구요.
그러면 아는 친구, 모르는 친구 할 것 없이 "저도 주세요"하면서 줄이 길어지기 일쑤지요. 그러면 집에 가서 또 가지고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그 아이들 모두에게 사탕이나,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도 나눠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학교 수업시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로 여름 저녁, 운동장이 꽉 찹니다.
아마 인근에서 방과 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학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학교의 교육적인 지향이나 학생에 대한 태도와는 별개로, 이 학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학교의 이 모습을 사랑하게 된 거죠.(너무 감상적이죠?^^)
그런데 ... 올 여름 이 학교에는 울타리가 쳐집니다.
왜일까요?
그 흐뭇한 풍경 속에서도 쓰레기는 여전히 버려지고, 기물은 파손되고, 담배 피는 청소년, 목줄도 하지 않고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아저씨… 아이들의 모래사장에 쉬를 하는 개념 없는 강아지들(?) 때문에 학교가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랜 기간 유지하던 ‘담장 없는 학교’는 이제 올 여름의 문턱에서 담장을 두르게 되었답니다.
이 소식을 듣고 학교가 잘 관리되길 바라는 한편으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도 이 양면적인 두 가지 모습을 다 지켜본 사람이라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사소한 무심함으로 우리는 또 무엇을 잃게 될까요?
http://cafe.daum.net/funnytree/7myT/353
2014.7.23. 기사/사진 아양 (공유사회네트워크 함께살자 웹운영팀장/동네잡지 ‘동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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